[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경기 후 뒷말이 많다. 가뜩이나 6만명 이상이 운집한 경기에서 유효슈팅 하나 때리지 못한 경기력에 불만족스러웠던 팬들은 경기 후에 대표팀에서 나온 인터뷰로 인해 큰 실망을 표출하고 있다.

현장에서 들은 바로는 그 의도는 잘 알겠지만 표현력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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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대표팀은 8월 31일 오후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9차전 이란과의 홈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같은시각 열린 중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에서 중국이 1-0 승리를 거두면서 한국은 오는 6일 0시 열리는 우즈베키스탄 원정에서 지지만 않으면서(승리 혹은 무승부), 시리아가 이란에게 이기지 못하면 2위를 유지하며 월드컵 진출이 가능해졌다(9차전까지 한국 승점 14, 우즈베키스탄 승점 12).

경기 후 가장 논란이 많은 발언은 주장 김영권에게서 나왔다. A매체 데뷔전을 가진 김민재(전북)와의 호흡에 대해 묻자 김영권은 “관중 소리가 커서 소통이 힘든 부분이 있었다. 이런 상황을 연습했지만 동료의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답답했다. 그러나 우즈베키스탄에 가서도 이런 상황은 올 수 있으니 잘 연습하겠다”며 “전북에서 하던 것처럼 잘 하더라. 말도 많이 해주고 나 역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문제가 된 것은 ‘관중소리가 커서 소통이 힘들었다’는 부분이었다. 이에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 늦은 오후 9시의 시간에도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다. 이 인터뷰를 본 경기장을 찾은 한 팬은 “그럼 가서 대표팀을 위해 응원하지 말라는 소린가”라며 화를 냈다.

물론 김영권이 이런 의도로 얘기한 말은 아니지만 ‘아’다르고 ‘어’다른 뉘앙스상 조금은 표현이 아쉬운 발언이었다.

신태용 감독 역시 정규시간 3분정도 기용된 이동국의 기용에 대해 얘기하며 아쉬움이 남는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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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이 확실하게 골을 넣을 수 있었다면 일찍 넣었을 것이다. 골은 상황과 운이 따라야 한다. 수적 우위에서도 0-1로 진 경험이 있어 조심스러웠다. 1분을 뛰더라도 이동국의 결정력을 믿고 있었다. 이동국을 늦게 투입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 전까지 잘해줬던 선수가 있었다. 기존 선수들에 관한 기대감 때문에 이동국 투입 시간이 늦었다.”

굳이 ‘이동국이 확실하게 골을 넣을 수 있었다면 일찍 넣었을 것’이라는 발언을 할 필요는 없었다. 이 역시 전체적인 말의 의도를 이해하지만 표현방식에서 다소 투박하게 나와 팬들의 공분을 샀다. 가뜩이나 이동국이 현재 전국민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그 누구보다 관심이 많은 선수에 대해 조금은 더 신중할 필요도 있었다.

이외에도 손흥민, 황희찬 등 대부분의 선수들이 ‘잔디탓’을 했다. 충분히 그럴만 했다. 이날 잔디는 팬들도 인지할 만큼 최악의 상황이었다. 7천만원을 들여 보수공사를 했다고 하는데 7천만원이 대체 어디 쓰였는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란은 잔디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같은 상황에서 뛰었는데도 말이다. 물론 선수들이 잔디탓을 하며 이기지 못한 것에 대한 변명을 한 것은 아니었다. 선수들은 작심을 하고 잔디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한 것에 대해 소신 있게 비판한 것이었다.

그러나 가뜩이나 상대가 숫자가 적었음에도 유효슈팅 하나 때리지 못한 졸전 끝에 0-0 무승부를 거뒀다. 이겼다면 우즈베키스탄전을 볼 것도 없이 월드컵을 확정할 수 있었던 경기를 한 이후 무언가를 ‘탓’ 하는 듯한 뉘앙스를 주는 것 자체가 팬들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잔디 탓은 그들이 말하지 않아도 팬들과 언론에서 먼저 비난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고 이미 비난의 여론에 올랐었다.

깨끗하게 아쉬운 경기였고 전략, 전술적으로 ‘실점하지 않는 것이 훨씬 중요했다’는 말로 간단하게 응대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실제로 신태용 감독은 경기 후 “상대 퇴장에도 실점하지 않기 위해 공격을 자제했다”며 이날 경기가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아우르는 설명을 했지만 이는 다른 더 자극적인 말에 묻힐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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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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