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키워드] '연예인 술집' 백태

연예인들의 ‘술장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강남 일대와 청담동 거리를 걷다 보면 연예인들이 운영하는 술집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많은 연예인들은 고급스러운 와인 바부터 시작해 가라오케, 단란주점, 포장마차 그리고 유명 힙합 클럽에 이르는 다양한 형태의 ‘술집’을 두 번째 직업으로 갖고 있다.

술집은 일반인들도 편안하게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니다. 술은 불법, 범죄, 실수 등 부정적인 의미와 친밀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이미지’로 먹고 사는 연예인에는 경우 술장사는 더욱 더 조심스러울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예인들이 왜 그렇게 ‘술장사’에 적극적인지 살펴봤다.

# 생계형 술장사

서울 강남 청담동 일대에서 시설과 물 좋기로 유명한 A가라오케와 B가라오케는 모두 배우가 운영하고 있는 술집이다. A 가라오케는 정준하가 운영하던 업소와 근거리에 위치한 비슷한 형태의 주점이다.

스포츠한국 취재진이 방문한 10월24일 자정, A 가라오케는 노래방기기는 갖추고 있는 평범한 업소로 많은 손님으로 북적거렸다. 정준하 사건 당시 문제가 됐던 이른바 ‘접대부 여성’은 보이지 않았다.

A 가라오케 대표이자 최근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의 출연했던 A씨는 “지인과 공동 투자해 운영하는 가게다. 톱 스타가 아니고서 일반 배우가 출연료만으로 먹고 살기 힘들다. 하지만 얼굴이 이미 알려져 다른 일을 병행하기도 쉽지 않다”고 술장사를 시작한 배경을 설명했다.

A씨는 이내 술집운영에 대한 세간의 부정적인 시선이 신경 쓰이는 듯 “방송 활동을 하는 사람이 술집 운영을 하는 일이 편하지는 않다. 하지만 촬영을 병행하고 안정적인 수입을 마련하는데 술집 운영만한 것은 없다. 세간에 손가락질을 받을 일을 하지 않는다면 부끄러울 것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배우 A외에도 개그맨 B씨도 가라오케를, 그룹 원투의 오창훈과 개그맨 출신 진주, 가수 심태윤 등은 압구정 일대에서 손에 꼽히는 유명 술집을 운영하고 있다. 가수 홍석천과 룰라출신 김지현은 와인바를, 서태지의 전 멤버이자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이사는 강남과 홍대 일대의 유명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 비지니스형 술장사

생계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있는가 하면, ‘인맥을 위한 사교의 장소’, ‘유흥의 장소’, ‘인맥을 쌓기 위한 장소’ 등 이유로 술집 운영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한 방송관계자는 “연예인은 보는 눈이 많아 마음 놓고 술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연예인이 운영하는 술집을 찾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친구들과 편안한 장소를 만들자는 취지로 술집을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서울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서 ‘심뽕’s’를 운영하는 가수 심태윤은 “내가 이 곳을 운영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 곳에서 얻는 수익금으로 앨범 제작에 이용하기도 한다.

물론 이 많은 방송 관계자들을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장소도 될 수 있다. 연예인의 경우 방송 이외에 일을 할 때는 낮에 정규적인 일을 하기보다 시간활용이 자유로운 술집이 접근하기 편하다”고 밝혔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C바는 개그맨 C씨가 운영하는 업소다. 이 업소는 외부적으로는 바 형태지만 내부에는 6개 정도의 룸을 가지고 있다. 가라오케와 바가 결합된 모습이다. 스포츠한국 취재진이 방문한 10월께, B바에는 지상파 프로듀서를 비롯해 개그맨 등 많은 방송 관계자들을 볼 수 있었다.

B업소의 주인인 B씨는 “처음에는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위해 바 형식으로 만들었다. 룸은 일반인이 많이 사용되기보다 대부분 방송가 사람들이 편안하게 비즈니스를 하는 장소다. 동료 개그맨을 비롯해 많은 PD와 연기자들이 자주 들린다”고 얘기했다.

B씨에게 이 술집은 생계를 위한 것이기보다 방송가 사람들과 교류하는 장소로서의 의미가 크다. 많은 방송계 사람들을 통해 인맥을 쌓고 이후 활동을 모색하기 위한 비지니스의 장인 것이다.

# 수익은 얼마나 될까?

가장 궁금했던 것이 바로 ‘술집 운영으로 수입은 얼마나 될까’였다. 한 방송관계자는 “가수 A의 경우 돈을 벌기 위해 앨범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다. 술집에서 버는 수익만으로도 충분히 외제차를 구입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번다”고 말했다.

물론 술집의 위치와 규모 인지도 등에 따라 수익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연예인이라는 브랜드네임은 수익과 직결하는 경우가 많다.

이 관계자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심태윤 진주 등 비롯해 비교적 자리를 잡은 술집은 방송 수입을 넘어서는 많은 이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홍석천에 경우 방송을 통해서 10억 대의 재테크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수익의 전부가 와인바를 통해 창출된 것은 아니지만 와인바 등 연예 활동 이외의 수익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만은 틀림없다.

반대로 술장사로 금전적인 손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개그맨 강성범은 올 초 경기도 인근에 개그바를 운영하다 실패해 사업을 정리했다. 개그바는 개그 무대와 술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강성범은 “금전적인 손해를 봤다. 그래서 50세 이전에는 방송일 외에 다른 사업을 하지 않을 것이다”고 선언했다. 개그바 운영으로 금전적인 손해도 보고 더불어 방송활동에도 충실하지 못했다는 반성이다. 강성범의 예는 술장사가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방증이다.

#'양날의 칼'을 쥐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개그맨 정준하의 일을 계기로 많은 술집을 운영하는 연예인들이 몸을 사리는 형국이 됐다. 사실 연예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도덕적으로 성인군자(聖人君子)처럼 행동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더불어 술집운영이 자체도 죄는 아니다.

죄는 아니라고 해도 술과 ‘범죄’가 가까운 이웃사촌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연예인들은 술집 운영이 ‘양날의 칼’을 쥐고 있는 것과 같다. 연예인들은 유명세와 인지도를 이용해 다른 업소에 비해 유리한 고지에서 손님몰이를 할 수 있다.

반대로 세간의 시선을 끄는 만큼 불법에 대해 지켜보는 눈도 많다. 일반인에게는 대수롭지 않을 작은 흠집도 연예인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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