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대한항공 왕조를 끊은 현대캐피탈
올 시즌 바로 1위를 달리며 복수를 노리는 대한항공
[계양=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지난 시즌 통합우승팀 현대캐피탈과 왕조 재건을 꿈꾸는 대한항공의 올 시즌 초반 행보가 크게 갈리고 있다.
초반 흐름대로라면, 지난 시즌 아쉬움을 삼켰던 대한항공이 ‘디펜딩 챔피언’에게 제대로 갚아주는 올 시즌이 될 수도 있다.

대한항공은 25일 오후 7시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KB손해보험과의 홈경기에서 3-0(25-19, 25-23, 25-22)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이 승리로 대한항공은 7연승을 달리며 8승1패(승점 22)로 단독 선두를 지켰다. 2위 KB손해보험(6승4패·승점 19)과의 격차도 벌렸다.
대한항공 주포 러셀은 25득점을 폭발하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서브 득점 3, 후위 공격 득점 8, 블로킹 득점 5를 올리며 트리플 크라운도 달성했다.
1세트는 홈팀 대한항공이 가져왔다. 16-13에서 러셀의 연속 서브 에이스가 터지며 18-13으로 리드를 벌린 대한항공은 기세를 몰아 25-19로 1세트를 챙겼다.
2세트에도 1~2점 차 살얼음판 리드를 세트 막바지까지 가져가던 대한항공은 23-22에서 한선수의 세트를 받은 러셀의 백어택으로 세트 포인트를 만들었다. 이후 상대 나경복에게 백어택을 허용해 다시 한 점 차 추격을 당했지만, 다시 한 번 한선수의 토스를 받은 러셀의 퀵오픈이 적중하며 대한한공의 세트스코어 2-0 리드가 완성됐다.
3세트 한때 9-16의 7점 차까지 뒤졌던 대한항공은 이후 정지석의 오픈 득점까지 무려 8연속 득점을 해내며 17-16으로 뒤집었다. 기적적으로 리드를 가져온 대한항공은 다시는 주도권을 내주지 않으며 깔끔한 3-0 셧아웃 승리를 따냈다.
대한항공은 2023~2024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OK저축은행에 3전 전승을 거두며 V-리그 최초의 '4연속 통합우승'이라는 과업을 달성했다. 2011~2012시즌을 시작으로 3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했던 '삼성화재 왕조'마저 뛰어넘는 '대한항공 왕조'의 새 역사였다.
그랬던 대한항공이 지난 시즌에는 현대캐피탈에게 왕좌를 내줬다. 플레이오프에서 KB손해보험을 2승1패로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지만, 챔프전에서 현대캐피탈에 힘을 써 보지 못하고 3연패를 당하며 왕관을 벗었다.

시즌 종료 후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의 후임으로 대한항공에 온 헤난 달 조토 감독은 착실하게 팀을 재정비했다. 기존 자원들의 유출을 최대한 막으면서 건강하게 시즌을 맞이하는 정지석 주장 체제로 왕좌 탈환에 나섰다.
시즌 전 미디어데이에서만 해도 현대캐피탈의 우승을 점치는 팀들이 가장 많았지만, 이날 전까지 가장 좋은 기세를 보인 팀은 대한항공이었다. 한국전력과의 개막전 승리 이후 KB손해보험에 1-3으로 패하며 발목을 잡혔지만 이후 6연승을 달리며 7승1패(승점 19)의 선두로 올라섰다. 지난 16일 있었던 현대캐피탈 원정경기에서도 3-2로 이기며 복수에 성공했다.
그나마 대한항공의 대항마로 떠오른 팀이 유일하게 '1패'를 안긴 팀이자 이날 상대인 KB손해보험이었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3-0 셧아웃 승리로 지난 패배를 완벽히 갚아주면서 개막 9경기 만에 전 구단 상대 승리를 거두고 선두를 질주했다.
반면 ‘디펜딩 챔피언’ 현대캐피탈은 주춤한 모양새다. 25일까지 8경기 4승4패(승점 13)로 4위.
현대캐피탈은 특히 지난 16일 홈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챔프전 리턴매치에서 2-3으로 패한 데 이어, 20일에는 한국전력에 충격의 셧아웃 패배까지 당하며 3위를 상대에게 내주고 4위로 떨어졌다. 26일 5위 우리카드(승점 11)에게도 패한다면 3연패와 함께 5위까지 추락할 수 있다.

정규 6라운드에 이은 포스트시즌까지 치러야 하는 프로배구에서 2라운드는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지난 시즌 정상에서 만났던 두 팀의 행보가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왕조 재건을 꿈꾸는 대한항공이 현대캐피탈에게 지난 시즌 복수를 하기에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