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성남=이재호 기자] 2019년 3월, K리그 개막 직전 언론과 전문가들은 모두가 ‘강등 1순위’로 성남FC를 뽑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어떤 예상에서는 ‘리그 최약체’로 강등이 확실시되는 팀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10월 27일. 상주 상무 원정경기에서 주장 서보민의 골로 1-0으로 승리한 성남은 K리그1 승격과 동시에 잔류를 확정지었다. 12개팀 중 최소 9위를 확정했고 두 경기를 남긴 현재 8위도 가능한 성적(승점 42)이다.

기업구단(일화)에서 시민구단으로 전환한 뒤 강등까지 당하며 ‘K리그 최다우승팀’의 영광이 사라지는가 했던 성남FC에 남기일 감독이 부임한 후 1년차 K리그1 승격, 2년차 안정적인 잔류라는 꿈같은 성과를 냈다.

2018년에도 성남은 누구도 승격 예상팀으로 언급하지 않았고, 2019년에도 모두가 강등당할거라고 했지만 남 감독은 모두의 예상을 빗나가게 했다. 전문가들은 머쓱해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 13일, 성남의 홈구장인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남기일 감독을 만나 부임 후 놀라운 성과를 이뤄낸 비결과 2020시즌에 대한 계획을 들어봤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한 인터뷰①] 2년연속 전문가 물먹인 성남 남기일, 통쾌한 반란 이끌다
[스한 인터뷰②] 남기일 감독이 밝힌 성남 프런트와의 불화설
[스한 인터뷰③] 유상철이 가슴아픈 남기일 감독 “제발 힘내시라”

▶최약체 평가? 당연한 예상이었지만 성남을 믿었다

인터뷰에 앞서 시즌 초반 성남을 향한 혹평에 가까운 예상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시즌전 전문가들의 예상이 담긴 기사를 남기일 감독에게 언급하며 '지난일'에 함께 웃었다.

남 감독은 “솔직히 최약체 평가는 당연하다고 봤어요. 저희 역시 현실을 직시했고 솔직히 큰 보강은 없고 다른 팀들은 열을 내서 보강을 하는데 그럴만 했다고 봅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도 '우리는 꼴찌부터 시작한다. 동계훈련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순위가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남이 설정한 방향대로 가다보면 시즌 후에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추억이 있을거라 믿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됐고요”라며 웃었다.

“솔직히 성남이 1대1이나 2대2 상황이 오면 K리그1 타팀에 비해 부족하죠. 하지만 축구는 11명이서 하는겁니다. 그때는 해볼 수 있다고 봤습니다. 최소한 제가 성남에 있을때는 개인적으론 힘들어도 함께할 때 밀리지 않는 팀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재정적으로 열악하고 비싼 선수가 많이 없어도 축구는 결국 11명이서 하니까 ‘팀’을 믿었죠.”

상주전을 통해 K리그1 잔류를 조기 확정한 소감에 대해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했는데 그날만큼은 정말 흥분되고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승격할 때의 느낌이 되살아났어요. 궁극적인 목표였던 잔류를 이뤄냈으니 굉장히 기뻤죠”라며 “결국 선수들이 나이, 국적을 떠나 하나로 뭉쳐서 끈끈한 유대관계를 만들어냈기에 가능했죠”라고 말했다.

잔류를 확정지으면서 가장 고마웠던 선수에 대해 “골키퍼 김동준이 고맙다. 김동준은 지난해 십자인대 부상으로 수술로 올해가 부상복귀였다. 트라우마가 있었을텐데 겁내지 않고 정말 시즌 내내 후방을 잘 지켰다”며 “주장 서보민은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고 듬직하다. 가장 믿는 선수다. 열 공격수 안 부러운게 서보민이다. 다칠수도 있었는데 몸을 던진 임채민이나 전경기를 뛰어준 연제운 등도 생각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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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반드시 넘어야할 팀으로 봤다

지난시즌 성남 남기일 감독은 부천을 잡아야 승격이 가능하다고 언론과 선수들에게 강조했다. 부천은 꾸준히 K리그2 4,5위권 성적을 내는 팀이기에 결국 그 팀을 이길 수 있다면 상위권과 승격을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실제로 성남은 부천과의 4경기를 모두 1점차 승부로 이겨냈고 결국 승격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승격한 첫 시즌에서 포인트로 잡은 팀은 어디였을까.

남 감독은 “올시즌에는 포항 스틸러스였다. 상위 스플릿에 간다는 것이 올시즌 최대 목표였다. 그렇다고 무작정 ‘전북 현대나 울산 현대를 이기자’고 말하는건 힘들다”며 “포항은 늘 5,6위권 이상의 성적을 내는 팀이다. 일정하게 매시즌 성적을 내는팀은 다 이유가 있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포항같은 팀을 넘을 수 있다면 상위스플릿이 가능할거라고 봤다”고 했다.

실제로 포항은 6위 턱걸이로 상위 스플릿에 안착했다. 성남은 시즌초반 흔들리던 포항을 홈에서 2-0으로 이겼다. 이후 감독이 바뀌고 맞붙은 원정 2경기에서는 모두 0-1로 아쉽게 패했다.

"시즌초부터 포항전의 중요성을 선수들에게 강조했다. 시즌 초반 포항이 불안할 때 이겼는데 이후 포항이 안정되고 전력이 상당히 좋아 쉽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포항 원정에서 두 경기를 진 것이 매우 아쉽다. 그때 제가 ‘좀 더 지혜롭게 대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가장 크다."

남 감독은 “결국 안정적인 성적을 내는 포항 같은 팀을 넘어설 때 성남이 좋은 방향으로 높은 곳으로 계단을 밟고 올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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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시즌 계획? ‘짠물’ 수비는 지켜가며 공격진 보강

성남의 수비는 K리그 내에서도 ‘짠물’로 유명하다. 36경기에서 37실점으로 경기당 1점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다.

스플릿B에서는 압도적 최소실점 팀인 성남의 ‘짠물’수비 비결에 대해 묻자 “일단 골키퍼가 좋다. 그리고 요소요소 수비선수들이 괜찮다. 그래서 3백을 선호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가장 큰 건 결국 수비는 다같이 하는 것이다. 일단 수비의 핵심은 우리 진영에 좋은 패스가 투입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전방 수비를 통해 미연에 좋은 패스가 들어오지 않게 막는게 가장 중요하다. 공격수들은 전방 수비수라고 생각하고 다같이 수비한다”고 했다.

반면 36경기 26득점으로 K리그에서 가장 적은 득점을 올리고 있는 팀이다. 팀내 최다득점자가 5골(에델)일 정도로 득점 빈곤에 시달리는 성남이다.

“솔직히 동계훈련때 공격9, 수비1로 훈련을 했는데도 이렇다. 참 공격이 쉽지 않다. 전술, 전략적으로 어떻게든 문전 앞에 기회는 만들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결국 골을 마무리 짓는건 타고난 부분이 크다. 인천전에서 슈팅 21개를 했고, 울산전에 슈팅 19개를 했다. 그런데도 모두 0-1로 졌다. 날을 세어가며 열심히 고민해봐도 타고난 감각적인 부분은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더라.”

아직 두 경기가 남았지만 잔류를 확정한 상황에서 눈은 2020시즌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남기일 감독도 “2020시즌을 보고 있다. 외국인, 국내 선수 영입을 생각하고 기존 선수 재계약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면서 입을 뗐다.

최우선 과제에 대해 일단 임채민 등 핵심선수를 붙잡는 것이라 밝혔다. “구단에 예전부터 요청해왔다. 물론 시민구단이기에 금액적으로 타팀에 비해 맞춰주기 쉽지 않지만 좋은선수는 잡고 새선수를 영입하고 싶다”고 말한 남기일 감독은 “다음은 9번 공격수 영입이다. 26골로 잔류를 확정짓는 것도 창피한 부분이다. 모두가 골을 넣을 선수의 부재를 안다. 나 역시 통감한다. 그래서 한방이 있는 선수를 꼭 영입하고 싶다”고 했다.

"팬들께서 감독님이 오셔서 팀이 좋아졌고 원하던 자리로 돌아왔다는 말씀을 하세요. 수비축구를 한다는 비난도 있지만 열악한 시민구단의 상황을 팬들도 이해해주셨죠. 성남이 좋아지고 있다는 말씀에 많은 힘이 됐습니다. 저 역시 비난 받을 부분도 있고 잡음도 있었지만 팬들에게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잘하는 수비는 지키고 공격은 보강해 2020시즌, 성남을 잔류에 만족하지 않는 강팀의 시작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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