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차두리가 울리 슈틸리케호에 합류했다. 명목상 전력분석관이지만 사실상 코치이면서 선수들과 코치진을 잇는 가교역할로 큰 역할을 부여받았다. 이는 대한축구협회의 슈틸리케 감독을 향한 믿음과 배려이자 한편으로는 최종적인 압박이라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차두리는 27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A대표팀의 전력분석관으로 임명됐음을 밝혔다.

대한축구협회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이란의 자바드 네쿠남이 은퇴 후 코치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팀에도 형님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차두리는 현재 유럽축구연맹(UEFA) B급 지도자 자격증을 갖고 있다. 대표팀 코치가 되기 위해서는 A급 자격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력분석관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내년에 A급 자격증을 따면 코치가 될 것“이라며 사실상 코치 역할을 맡길 것임을 밝혔다.

현재 슈틸리케호는 전국민이 알 듯 최대 위기에 빠져있다. 9월부터 시작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4경기에서 모두 졸전을 펼치며 2승1무1패로 조 3위에 쳐져있다. 내용면에서 워낙 졸전이었기에 국민적 비난이 거셌고 슈틸리케 감독은 취임 2년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또한 내부적으로 외국인 감독과 한국인 선수 사이의 의사소통 문제도 제기됐고 이외에도 슈틸리케의 여러발언, 중국 리거들의 ‘실력 중국화 논란’ 등도 문제가됐다.

이에 대한축구협회는 차두리를 긴급 수혈하며 일단 슈틸리케 감독에게 힘을 실어준 분위기다. 차두리는 슈틸리케호에 현역으로 뛰며 선수생활을 마무리한 경험이 있다(2015년 3월 A대표팀 은퇴경기). 게다가 차두리는 독일에서 나고 자랐기에(프랑크푸르트 출생) 독일어는 원어민 수준이다. 독일인인 슈틸리케 감독과 편하게 얘기할 수 있고 또한 현재 선수단에는 형으로서 친근하게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선수들과 코치진 사이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적임자.

차두리의 긴급 수혈은 11월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무승부 이하면 경질’이라는 보도까지 나오며 압박이 큰 대표팀에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침 언어도 통하는 차두리는 슈틸리케 감독을 향한 대한축구협회가 가지고 있는 여전한 믿음과 또한 배려의 상징이기도 하다. 대한축구협회 입장에서는 최근의 비난여론에도 여전히 슈틸리케에 대한 믿음이 있음을 차두리를 통해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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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이러한 믿음이 슈틸리케 감독을 향한 마지막 압박으로 볼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만약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고 믿음을 줬는데도 슈틸리케호에 발전이 없다면 더 이상 슈틸리케를 보호해줄 수 없다는 것. 대한축구협회는 굳이 다소 껄끄러울 수 있는 차두리까지 불러들여(아버지 차범근과 대한축구협회는 1998 프랑스 월드컵 이후 갈라졌다) 슈틸리케 감독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것을 기자회견을 통해 보여줬다.

이런 노력까지 했는데도 슈틸리케 감독이 우즈베키스탄전은 물론 향후 경기에서 큰 변화가 없다면 결국 나중에 더 거세질 비난여론을 더 이상 막아주기 힘들 대한축구협회일 수밖에 없다.

결국 차두리의 합류는 슈틸리케를 보호한다는 진짜 의미와 함께 마지막 압박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는 중의적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 과연 슈틸리케 감독은 차두리라는 구세주를 통해 이 위기를 어떻게 타파해나갈지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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