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우. ⓒ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세계랭킹 54위의 권순우(25·당진시청)가 세계랭킹 14위 데니스 샤포발로프(23·캐나다)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세계 정상급 선수와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며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권순우는 19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대회 셋째날 남자 단식 2회전에서 샤포발로프에게 세트스코어 2-3(6-7<6-8>, 7-6<7-3>, 7-6<8-6>, 5-7, 2-6)으로 졌다. 이로써 권순우는 호주오픈 3회전 진출에 실패했다.

권순우는 그동안 호주오픈에만 출전하면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2018년과 2020년, 2021년 3차례 본선에 나섰지만 모두 1회전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2019년에는 예선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권순우는 2020년 US오픈 2회전에 진출하며 메이저 본선 첫 승을 따냈고, 지난해 프랑스오픈에서는 3회전까지 진입했다. 또한 지난해 윔블던 대회에서도 2회전 무대를 밟은 바 있다. 유독 메이저 대회 중 호주오픈에서 부진했던 것이다.

권순우. ⓒAFPBBNews = News1
하지만 권순우는 지난 17일 세계랭킹 99위 홀거 루네(19·덴마크)를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3-2로 누르며 2회전 진출에 성공했다.

루네는 권순우보다 세계랭킹 45계단이나 뒤진 신예였지만 2019 프랑스오픈 주니어에서 우승을 거둔 초특급 유망주였다. 지난해 US오픈에서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35·세르비아)를 상대로 선전을 펼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권순우는 루네에게 자신의 경쟁력을 과시하며 첫 승을 신고했다.

호주오픈 징크스를 떨친 권순우는 이번엔 본인보다 세계랭킹 40계단이 앞선 샤포발로프를 맞이해 3회전 진출을 노렸다. 샤포발로프는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과 왼손 백핸더라는 희소성으로 지난해 윔블던 대회에서 4강까지 진출했던 실력자다. 2020년 9월 세계랭킹 10위까지 오르는 등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자랑한다. 권순우도 지난 2020년 US오픈 2회전에서 샤포발로프와 격돌해 세트스코어 1-3으로 패배한 바 있다.

권순우. ⓒAFPBBNews = News1
그러나 권순우는 '난적' 샤포발로프와 경기 초반부터 접전을 이어가며 뒤지지 않는 기량을 과시했다. 이날 경기에서 샤포발로프는 서브 에이스(29-3), 공격 성공 횟수(81-29) 등에서 권순우를 압도했지만 권순우는 침착한 수비와 정교한 스트로크를 통한 코스 공략으로 샤포발로프에 맞섰다.

권순우는 특히 1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내줬으나, 2세트와 3세트에서는 타이브레이크 끝에 따내며 샤포발로프를 벼랑 끝으로 몰기도 했다. 특히 3세트 타이브레이크 4-6으로 뒤진 상황에서 연속 4점을 올린 것은 이날의 하이라이트 장면이었다. 권순우의 승부처 집중력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기도 했다. 권순우는 4시간 25분 동안, 세계 최정상급 선수인 샤포발로프와 후회없는 일전을 펼쳤고 패했지만 명승부를 완성시켰다.

선수들에게는 저마다 유독 안풀리는 대회가 있기 마련이다. 권순우에게는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이 그랬다. 거대한 벽처럼 권순우를 가로막았다. 그러나 권순우는 1회전에서 달콤한 승리를 거둔 뒤, 2회전 '세계랭킹 14위' 샤포발로프와의 맞대결에서도 인상적인 경기력을 펼쳤다.

권순우는 아직 호주오픈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남자 복식에서 마르코스 기론(29·미국)과 한 조로 출전, 호주 오픈 일정을 이어간다. 호주오픈의 벽을 넘어선 권순우가 복식 무대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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