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기계체조 남자 도마의 여홍철이 날아올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2021년 도쿄 올림픽. 기계체조 여자 도마의 여서정이 날아올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5년의 세월을 넘어 아버지와 딸이 세계 최고 무대에서 도마를 딛고 날아올랐을 때 자신들을 향한 기대와 부담, 그리고 최고의 모습을 보여겠다는 열망은 분명 소통이 됐을 것이다. 그 찰나의 순간만큼 부녀에게 값진 순간이 있었을까.

2018 아시안게임 이후 여서정(왼쪽)과 여홍철의 모습.ⓒ연합뉴스
여서정은 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1, 2차 시기 평균 14.733점을 획득했다.

여서정은 레베카 안드라데(브라질·15.083점), 마이케일러 스키너(미국·14.916점)에 이어 3위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여서정은 바로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남자 도마 은메달을 따냈던 여홍철 교수의 딸. 아버지가 올림픽 메달을 걸었던 바로 그 종목에서 25년 후 딸이 또 올림픽 메달을 딴 것이다. 한국 체육사 최초의 부녀 올림픽 메달이다.

마침 여홍철은 KBS에서 딸 경기의 해설을 맡았다. 동메달이 확정되자 여홍철은 “잘했다”며 “동메달을 따서 다음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는 더 좋은 성적이 가능할 것 같다. 오히려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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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 애틀랜타 대회에서 여홍철은 금메달을 기대받으며 출전했고 은메달을 따냈다. 은메달 획득 후 6년뒤 태어난 딸 여서정이 도쿄 올림픽에서 같은 종목 동메달리스트가 되며 역사가 이뤄졌다.

여서정 역시 기대가 컸다. 지난 2018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혜성같이 떠올랐기 때문. 메달에 대한 기대를 품은채 도쿄 올림픽에 임했고 이는 마치 아버지가 애틀랜타 올림픽 대회전 받았던 중압감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두 부녀는 도마 위에 날아올라 자신들의 연기를 해냈고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도마 위를 날아오르며 그동안 흘렸던 땀과 눈물, 포기하고 싶은 마음, 부담감 등을 25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체감했을 것이다. 한국에서 최초이자 유일한 부녀 메달리스트만이 가질 수 있는 교감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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