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KOVO
[스포츠한국 노진주 기자] “'괜히 왔다'는 생각보단 '빨리 시즌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적은 있다.”

김연경(흥국생명)은 솔직했다.

흥국생명은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3차전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2-3으로 패해 준우승했다.

1,2차전에서 내리졌던 흥국생명은 3차전에서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접전 끝에 무릎을 꿇으며 그대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앞선 두 경기에선 무기력하게 패했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흥국생명에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이날 1,2세트를 내주면서 셧아웃 패배 위기에 몰렸던 흥국생명은 3세트 때 절치부심했다. ‘간판스타’ 김연경의 맹활약을 앞세워 3,4세트를 따내 경기의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5세트에서 집중력이 크게 저하되며 마지막 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그렇게 승리도, 우승도 물거품이 됐다.

김연경은 팀 내 최다인 24득점, 공격성공률 52.17%로 맹활약 했지만 팀 패배 속 빛이 바랬다.

김연경을 품고도 준우승에 그친 흥국생명이지만 비난할 사람은 많지 않다. 경기 외적인 면에서 돌발 변수가 많았던 시즌을 보낸 흥국생명이었기 때문. 시즌 중반 팀 에이스였던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26, 이상 흥국생명)이 ‘학폭 논란’으로 팀을 이탈했다. 이후 흥국생명의 경기력은 끝없는 추락을 했다. 김연경이 버티고 있었지만, 주전 선수 두 명이 동시에 이탈한 것을 홀로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흥국생명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플레이오프에서 IBK기업은행을 꺾고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일각에서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흥국생명이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한 건 기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두 번의 기적은 없었다. 마지막 관문에서 GS칼텍스의 벽을 넘지 못하며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김연경 ⓒKOVO
경기 후 김연경은 “힘든 순간이 많이 있었지만, 선수들이 옆에서 많이 도와줬다. 구단 지원도 많이 있어 견딜 수 있었다. 우리가 힘든 순간을 이겨내고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것만으로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는 소감을 밝혔다.

올 시즌을 힘겨운 상황 속에서 마무리한 김연경. 12년 만의 한국행을 혹시 후회하진 않았을까. 김연경은 “어려운 질문”이라면서 “'괜히 왔다'는 생각보단 '빨리 시즌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적은 있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러면서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연경은 IBK 기업은행과의 플레이오프전 미디어데이에서 “(다음 시즌에도) 한국에서 배구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다음시즌 해외진출 가능성을 열어둔 것. 이에 김연경은 “천천히 결정하고 싶다. 시즌 중간에도 제의가 많이 왔는데, 시즌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시즌이 끝났으니 천천히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연경은 팬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는 “큰 힘이 됐다. 팬들 덕분에 힘든 순간도 이겨낼 수 있었다”고 고마움의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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