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어느덧 탬파베이 레이스의 어엿한 클린업 타자가 된 최지만(27)다. 3,4,5번 타순을 오가며 3일(이하 한국시각)까지 타율 2할7푼2리, 출루율 3할5푼1리, 장타율 4할7푼8리로 상당히 준수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밀워키 브루어스를 벗어나 자신을 그토록 원하던 탬파베이 레이스로 이적해 드디어 메이저리거로 자리잡고 있는 최지만을 보노라면 ‘진즉에 탬파베이로 갔더라면 좋았을걸’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 수밖에 없다.

3일까지 최지만은 어엿한 탬파베이 레이스의 주전 지명타자로 활약 중이다. 탬파베이로 이적한 후 콜업된 7월에는 백업 멤버로 간간히 경기에 나오다 8월 팀의 26경기 중 19경기에 출전하며 주전으로 올라섰다. 이제 탬파베이 라인업에서 최지만이 없는 경기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2010년부터 미국생활을 시작한 이래 9년만에 드디어 메이저리그 주전급 타자로 올라선 감격적인 순간이다. 특히 올 시즌 초 좋은 활약에도 밀워키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과 비교돼 더 극적이다.

탬파베이에서 행복하게 야구하는 최지만. ⓒAFPBBNews = News1
▶'1루수 과포화' 밀워키 택해 메이저서 자리 못잡아

최지만은 올시즌을 앞두고 수많은 팀들의 구애를 뿌리치고 단지 ‘추가 1루수 영입을 하지 않겠다’는 조건과 경제적으로 좋은 조건을 제시한 밀워키를 택했다.

하지만 밀워키에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는 에릭 테임즈와 지난시즌 16홈런에 장타율 5할을 넘긴 헤수스 아길라가 1루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1루수 최지만이 자리잡기엔 쉽지 않은 팀이기에 과연 올바른 선택을 했는지 국내에서도 의문이 많았다.

실제로 최지만은 스프링캠프 당시 25경기 이상 출전 선수 중 타율 1위(0.409)인 것은 물론 OPS(출루율+장타율)만 1.245라는 말도 안되는 기록을 남겼다. 그럼에도 개막 로스터에 하루 등록되고 곧바로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다.

가뜩이나 쟁쟁한 1루수 두명이 있는데 좌익수였던 라이언 브론까지 1루수 전향을 선언하면서 밀워키 입장에서는 1루수가 최지만 포함 4명이나 있는 과포화 상태였기 때문이다.

최지만은 밀워키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도 좋은 활약을 했다. 40경기에서 3할2리의 타율에 출루율은 4할3푼6리에 달했고 장타율도 5할에 근접했다(0.488).

마이너리그에서 더할 나위 없이 최고의 모습을 보였음에도 이미 1루수 자리가 꽉찬 밀워키는 최지만에게 고작 12경기밖에 메이저리그에서 기회를 주지 못했다.

이미 1루수 자원이 꽉찬 밀워키를 선택했기에 일어난 참사였다. 스프링캠프에서 그토록 잘하고, 마이너리그에서도 잘하고, 메이저리그 승격 경기에서 홈런을 쳐도 연봉 100만달러가 되지 않는 저연봉의 최지만을 계속 쓸 수 없는 밀워키였다.

밀워키 시절 최지만. ⓒAFPBBNews = News1
▶자신을 원하던 탬파베이, 밀워키와는 상황 달랐다

다행히 지난 6월, 한줄기 빛이 내려왔다. 이미 올시즌 초부터 최지만을 강력히 원했던 탬파베이 레이스가 끝내 트레이드까지 하며 최지만을 데려간 것. 물론 탬파베이 이적 후에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이적 후 거의 한달가량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만 머물렀던 것.

최지만은 이적 후에도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실망한 듯 밀워키 마이너리그에서 기록했던 성적보다 더 저조한 성적으로 탬파베이 마이너리그 생활을 했다.(밀워키 마이너 40경기 타율 0.302 출루율 0.436 장타율 0.488 / 탬파베이 마이너 22경기 타율 0.270 출루율 0.360 장타율 0.405)

더 부진한 활약에도 탬파베이는 자신들이 원해서 데려온 최지만을 7월 12일경기부터 메이저리그로 승격시키며 활용했다. 최지만은 기다렸다는 듯 탬파베이 메이저리그 첫 경기부터 2안타를 때리더니 서서히 팀에 적응해가며 결국 지금은 탬파베이 주전 클린업 타자로 자리잡았다.

▶결과론? 예견됐던 밀워키 험로, 탬파베이 꽃길

밀워키에서 자리를 못 잡은 것과 탬파베이에서 잘하고 있는 것은 결과론일 수 있다. 실제로 밀워키에서 브론이 1루수로 전향할 것이라곤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그럼에도 밀워키에서 험로가 펼쳐질 것이라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테임즈와 아길라라는 쟁쟁한 플래툰 1루수가 있어 어차피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내셔널리그에서 또 1루수를 로스터에 넣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최지만은 좌익수에도 자신있어 했지만 올시즌 단 1이닝만 좌익수로 나오고 탬파베이에서도 지명타자로 나오는 것을 보면 결국 수비보다는 공격이 장점이고 공격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는 선수임을 알 수 있다.

ⓒAFPBBNews = News1
이렇게 험로가 예상된 밀워키행을 택하면서 최지만은 스프링캠프와 마이너리그에서 맹활약에도 고작 12경기밖에 밀워키에서 기회를 받지 못했다.

반면 주전 1루수 자리에 밀워키만큼 쟁쟁한 경쟁자는 없었던 탬파베이의 경우 시즌 초부터 최지만을 원했고 아메리칸리그라 지명타자 자리까지 있어 공격이 장점인 최지만으로써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남기에 더 용이했다.

물론 밀워키를 선택하기전 탬파베이를 택해 시즌 초부터 탬파베이에서 뛰었다고 해서 지금같은 입지와 활약을 했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최지만은 험로가 예상됐던 밀워키에서 3월 스프링캠프부터 6월초 이적까지 3개월 가량 메이저리그 12경기밖에 기회를 받진 못했지만, 똑같이 3개월정도 있었던 탬파베이에서는 마이너리그에서 더 안 좋은 성적을 거뒀음에도 현재가지 31경기의 기회를 받으며 주전급으로 거듭났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진즉에 자신을 알아주는 탬파베이를 택해 더 마음 편하게 야구를 하면서 마이너리그에서의 고생도 덜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들 수밖에 없는 최지만이다.

-이재호의 스탯볼 :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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