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LA다저스의 승리 시계가 멈췄다.

지난 8월 26일(이하 한국시각) 시즌 91승째를 기록한 후 7일까지 12경기를 했지만 다저스는 단 1승을 추가한 92승에 머물렀다. 그사이 36패였던 성적이 47패까지 늘었다. 최근 12경기 1승11패로 승률 8%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그 사이 다저스엔 대체 무슨 일이 있기에 이토록 추락한 것일까.

ⓒAFPBBNews = News1
▶최고→최악의 낙차, ‘모의고사’ 망친 두려움

먼저 이 1승11패의 최근 성적이 유독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일단 다저스가 그동안 너무 잘나갔던 팀이기에 현재의 추락이 더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다저스는 6월 8일부터 8월 20일까지 52승9패(승률 85%)라는 불가능에 가까운 성적을 거두며 다저스는 2001 시애틀 매리너스의 116승을 깰 수 있는 팀으로 주목 받았다. 이렇게 너무 높은 곳에 올라가다보니 추락을 겪을 때 더 아프고 충격적인 것이다.

또한 다저스가 패한 상대들의 면면을 살펴봐야한다. 1승 11패를 당하는 동안 다저스는 밀워키 브루어스에 2패,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 3패,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6패를 당했다. 샌디에이고는 차치하더라도 밀워키와 애리조나는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상당히 앞서있는 팀. 애리조나는 현재까지 와일드카드 순위 1위, 밀워키는 4위다. 2팀까지 나가는 와일드카드에 유력하다.

와일드카드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것은 다저스가 이대로 시즌을 끝내면 내셔널리그 최다승률 팀으로 와일드카드팀과 디비전시리즈기 때문. 특히 애리조나전 6패는 마치 디비전시리즈 모의고사 같은 경기였음에도 모두 패했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이후 애리조나와 정규리그 경기는 없기에 선수단은 애리조나에 주눅든채로 디비전시리즈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승률 8푼의 문제보다 애리조나, 밀워키와 같이 ‘디비전시리즈 모의고사’용 팀에게 패한 것과 높은 곳에서 추락한 낙차의 고통이 뼈아픈 다저스다.

ⓒAFPBBNews = News1
▶트레이드, 올드보이 복귀로 인한 케미스트리 문제?

다저스는 최근 한 달간 세 번의 중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가장 먼저 텍사스 레인저스로부터 다르빗슈 유를 데려왔고 뉴욕 메츠에서 베테랑 외야수 커티스 그랜더슨을 데려왔다. 또한 토니 왓슨, 토니 싱그라니라는 두 ‘토니’ 불펜투수를 영입한 것.

여기에 그동안 오랜 부상으로 빠져있던 아드리안 곤잘레스가 돌아왔다. 또한 외야수 안드레 이디어도 부상 복귀했다.

즉 25인 로스터 중에 6명의 선수가 최근 한 달 사이 잘나가던 다저스에 새롭게 유입된 것이다. 7월까지 다저스는 74승31패로 승률 7할4리였다. 하지만 이들이 유입되기 시작한 8월 이후 성적은 18승 16패로 승률 5할2푼9리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새로운 선수들, 그것도 기존엔 어린 선수들 위주였던 다저스에 새로 영입된 노장, 기존의 노장들이 들어오면서 팀 케미스트리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외부발설이 힘든 부분이기에 추측에 의존해야하지만 올 시즌 호성적이 기존 타선의 리더였던 곤잘레스가 없을 때 더 두드러졌고 이들이 들어와서 크게 활약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곤잘레스 타율 0.248, 이디어 0.100, 그랜더슨 0.100)은 분명 ‘없는게 나아’보일 정도다.

활약도 좋지 못한데 연봉은 많이 받고, 그런데 노장이라서 팀에 대우는 받는 상황에 대해 그동안 잘해왔던 ‘어린 선수들’입장에서 한숨을 내쉬고 의욕이 떨어졌다 해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투수 운영 : 과열된 선발 경쟁, 잦은 퀵후크로 불펜 과부하

다저스는 그동안 굉장히 많은 선발투수들을 보유해 운영해왔다. 오죽하면 시즌초 ‘위장 DL’논란이 있을 정도로 선발 로테이션 간격을 벌기 위해 조금만 아프면 부상자 명단에 보내기도 했다. 어느 팀에 가도 3~4선발은 할 수 있는 선수들을 8명가량 보유한 팀은 메이저리그에 없었다.

이러다보니 선발진은 로테이션 간격이 타팀에 비해서 길더라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특히 위장 DL논란이 메이저리그 사무국 차원에서 문제 제기가 된 이후부터는 부상자명단에 보내기도 힘들어지며 진짜 경쟁 체재로 갔다. 선발로만 뛰던 류현진, 마에다 켄타도 불펜에 갔다와야했다. 이런 선발 경쟁이 너무 오래 지속되다보니 자연스레 선발투수들의 피로감은 이닝수 이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AFPBBNews = News1
게다가 잦은 퀵후크로 인해 불펜진의 과부하도 걸렸다. 지난 2주간 다저스 불펜은 메이저리그에서 3번째로 많은 이닝 소화(54.2이닝)를 하고 두 번째로 많은 경기수 출전(58경기)을 했다. 2주간 4.61의 평균자책점은 3.16의 시즌 평균자책점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감독 역량 드러날 위기… 결국 포스트시즌 간 이후 평가해야

이런 위기는 그동안 별 탈 없어 보이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역량을 평가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로버츠 감독은 생애 첫 감독직을 다저스에서 하는 큰 행운을 노렸다. 다저스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쓰는 프로스포츠 구단이면서 그 누가 맡아도 최상위권이 보장된 강팀이었다.

이런 팀을 맡아 로버츠 감독은 그저 선수단 화합에만 신경 쓰면 됐다. 하지만 이런 위기에 빠졌을 때 로버츠 감독의 진짜 역량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위기 상황 속에서 감독을 중심으로 팀이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과정과 결과를 보면 진짜 감독의 역량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다저스의 현재 승률 8푼의 성적이 지속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 다저스는 포스트시즌에 나갈 것이다.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은 “포스트시즌이 아니라 차라리 지금 부진해 다행”이라고 했다. 그럴지도 모른다. 다저스는 4월부터 너무나도 잘해왔다. 야구 역사에 남을 정도로 잘해왔다. 100을 잘했으니 최근 못한 10정도의 과오는 눈감아줄 수 있다. 문제는 포스트시즌이다.

포스트시즌 결과에 따라 다저스에 대한 올시즌 모든 평가는 드러날 것이다. 당연히 최소 월드시리즈 진출이 평가선이다. 지금 부진하더라도 포스트시즌에서 잘하면 이 비난은 모두 사라질 수밖에 없다. 로버츠 감독의 역량이, 그리고 잘하던 팀에 들어온 베테랑들이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결국 갈릴 것이다.

-이재호의 스탯볼 :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