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셀 이글레시아스(왼쪽)와 마크 멜란슨. ⓒ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올해 30세이브 이상을 거둔 수준급 마무리 투수 라이셀 이글레시아스(31)와 마크 멜란슨(36)의 오프시즌 선택이 갈렸다.

두 투수는 올해 메이저리그 세이브 부문에서 상위권에 랭크됐다. 이글레시아스는 34세이브로 아메리칸리그 2위에 올랐고, 노장 멜란슨은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39세이브를 따내며 내셔널리그를 넘어 메이저리그 전체 세이브왕에 등극했다.

이 중 한 명은 자신의 자리를 지켰고, 한 명은 새 둥지를 찾아 팀을 떠났다.

원 소속팀과 재계약한 선수는 이글레시아스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LA 에인절스가 이글레시아스와 4년 5800만달러(약 684억원) 계약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글레시아스는 2015년 신시내티 레즈에서 빅리그 무대에 입성했다. 선발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2016년부터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했다. 이후 3년 연속(2017~2019년) 20세이브 이상을 올리며 수준급 마무리 투수로 발돋움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6년간 몸담은 신시내티를 떠나 트레이드로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올시즌 FA(자유계약선수)라는 확실한 동기부여를 바탕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올해 65경기에서 70이닝을 투구하며 7승 5패 34세이브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했다. 103탈삼진을 찍는 동안 볼넷은 단 12개에 그쳤다.

이글레시아스. ⓒAFPBBNews = News1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리암 헨드릭스(38세이브)에 이어 아메리칸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34세이브를 올렸고, 메이저리그 전체로 확대하면 공동 5위에 해당한다. 게다가 커리어 첫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득표(11표)에도 성공했다. 에인절스는 믿고 뒷문을 맡길 수 있는 이글레시아스를 붙잡는 것이 오프시즌 큰 과제 중 하나였다.

당연히 에인절스는 퀄리파잉오퍼(원 소속구단이 FA에게 빅리그 고액 연봉자 상위 125명의 평균 연봉으로 1년 계약을 제안하는 제도)를 제안했다. 올해 퀄리파잉오퍼 금액은 1840만달러(약 216억원)였다. 이글레시아스는 이를 거절했고, 그에 따라 에인절스는 4년짜리 다년 계약과 함께 거금을 투자해 이글레시아스를 눌러 앉히는데 성공했다.

에인절스는 올겨울 FA 시장에서 뉴욕 메츠 소속이던 우완 선발 노아 신더가드와 좌완 불펜 애런 루프를 영입했다. 이어 특급 마무리까지 잔류시키는 데 성공하며 원하던 투수진 그림을 완성시켜가고 있다.

멜란슨(오른쪽). ⓒAFPBBNews = News1
한편 김하성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마크 멜란슨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새 둥지를 틀게됐다. MLB.com은 2일 “멜란슨이 애리조나와 2년 1200만달러(약 141억원)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멜란슨은 2009년 뉴욕 양키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후 무려 8개 팀을 거쳤다. 메이저리그 통산 670경기에서 670.2이닝을 투구하며 34승 30패 72홀드 244세이브를 거둔 베테랑 중 베테랑 마무리 투수다.

특히 2015년에는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51세이브를 수확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올해 36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64경기서 64.2이닝 동안 4승 3패 39세이브 평균자책 2.23을 기록했다. 내셔널리그 뿐만 아니라 빅리그 전체에서 가장 많은 세이브를 거두며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한 멜란슨은 2016년 이후 오랜만에 올스타전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올해로 총 4차례나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영예를 안은 것.

허나 멜란슨은 샌디에이고를 떠나 애리조나로 팀을 옮기게 됐다. 애리조나는 확실하게 경기 후반을 맡길 수 있는 투수에게 투자한 것. 애리조나의 마이크 헤이즌 단장은 MLB.com을 통해 “그는 증명된 마무리 투수”라며 “우리는 오프시즌 시작부터 올시즌 중대한 이슈였던 불펜 리빌딩을 원했다”라며 영입의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허나 1985년생인 멜란슨의 나이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언제 에이징 커브가 와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인 것이 사실이기 때문. 하지만 올해 보여준 활약이 그 우려를 어느정도 지울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애리조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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