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트에서 일하는 홍 씨(47세, 여)는 지난 달 안과를 검진 중에 의외의 진단을 받았다. 제품 포장에 쓰인 글씨가 잘 보이지 않고, 눈이 시려 병원을 찾은 홍 씨는 단순 노안이 시작된 것이라 예상했으나, 노안과 함께 백내장 초기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노화는 40대 중반 정도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백내장과 녹내장, 황반변성 같은 3대 노인성 안질환은 50~60대가 되어야 생기는 것으로 인식되곤 한다.

그러나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 조사에 따르면, 40대에서도 해당 안질환들이 발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3대 노인성 눈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40대 환자가 11만1686명으로 2010년(4만1960명)보다 2.7배 증가했다(원). 백내장은 1만2368명에서 1만9562명으로, 녹내장은 2만1,427명에서 7만8299명으로, 황반변성은 8165명에서 1만3825명으로 각각 58.2%, 265.4%, 69.3% 증가했다.

이러한 결과에는 고도 근시가 늘면서 젊은 층에서 녹내장이나 황반변성 등이 증가하고, 건강검진으로 병을 조기 발견하는 경우가 늘어난 점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백내장의 경우에는 생활 습관 변화로 젊은 당뇨병 환자가 늘고 약 복용이 늘면서 젊은 환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식습관 서구화와 디지털 영상기기 사용량 급증과 같은 생활습관 변화가 젊은 황반변성 환자의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백내장은 노화로 인해 눈 속 투명한 수정체에 혼탁이 생겨 시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시야가 뿌옇게 보이거나, 근거리 시력이 떨어지고, 사물이 겹쳐 보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녹내장은 만성 진행형 시신경 질환으로, 고령 환자에게서 주로 나타나지만, 위험 요인이 있으면 젊을 때에도 생긴다.

황반변성은 노화로 안구 안쪽에 가장 얇은 신경막인 황반 부위에 신경세포가 변성돼 발생하는데, 시력 저하와 함께 물체가 휘어지거나 변형돼 보인다. 또 다른 노인성 안질환인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으로 인한 눈의 한병증으로, 당뇨 환자에 시력저하를 일으키고, 심하면 실명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

이러한 노인성 안질환은 이제 40대에서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실제로 진료를 받는 사람은 40대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김안과병원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에게 실시한 ‘고령화에 따른 눈 건강 인식 조사’에서 40대 응답자는 74.6%가 노안을 의심했지만 안과 검진을 받은 사람은 24.3%에 그쳐 모든 연령층에서 가장 낮았다. 20대, 30대, 50대, 60대 이상 중 안과 진료를 받은 비율은 각각 50.0%, 28.6%, 47.1%, 65.1%였다.

최용민 BGN밝은눈안과 잠실 원장은 "40대가 되면 이미 눈에서는 노화가 시작되지만, 체감상 40대 환자들은 '아직 젊다, 건강하다'라는 생각을 하여 병원을 잘 찾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안과 질환의 초기 증상을 단순히 노안이나 일시적 현상이라 간과하는 것은 위험하다. 초기 증상에서 머물지 않고, 추후 더욱 큰 병과 심각한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안과를 찾아 눈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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