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두연 기자] 예능 프로그램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TV를 넘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플랫폼으로 번지더니, 최근엔 카카오TV까지 모바일 플랫폼 기반으로 새롭고 획기적인 콘텐츠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장르와 분야도 다양하다. 스타의 일상을 잠금해제하는 세로 모바일 리얼리티 '페이스아이디'부터 예능 대부 이경규와 '전담PD' 모르모트의 티키타카 디지털 예능 도전기 '찐경규', 망투자의 아이콘 노홍철과 함께 하는 주식 레벨 떡상 프로젝트 '개미는 오늘도 뚠뚠' 등 참신함을 기반으로 화제성을 이끄는 중이다.

■ 전폭적 투자→이유 있는 순항

카카오TV는 다른 OTT 플랫폼과 비교해 웹 콘텐츠를 빠르게 선점했다고 보긴 어렵다. 그럼에도 짧은 시청 호흡과 대중의 추세를 고려해 숏폼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집중했고, 남다른 섭외력과 마케팅으로 빠른 안착에 성공했다.

예능 대부로 불리는 이경규를 비롯해 '흥행 필승카드' 이효리는 물론 노홍철 박보영 김이나 등 개성을 가진 출연진들을 영입해 기존의 TV 프로그램과 이질감이 들지 않게 승부를 걸었다. 여기에 편집과 트렌드는 최근의 트렌드를 십분 반영했다.

예를 들면 '찐경규' 속 이경규는 다소 낯선 디지털 예능에 적응하기 위해 10대들과 놀이문화를 즐기는가 하면 드라이브스루 여행까지 시도한다. 최근에는 모르모트PD와 전통주를 소개하는 과정을 명분으로 자연스럽게 취중진담을 시작해 틀을 벗어나는 포인트로 웃음을 선사했다.

'페이스아이디'에서는 마치 영상통화를 하는듯 세로 화면을 통해 스타의 스마트폰으로 일상을 엿본다. 첫 번째 주자로 나선 이효리는 화려한 모습부터 수수한 평소 일상, 공개하지 않았던 결혼식 당시 에피소드까지 옆집 언니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다음 주자는 아이돌 그룹 몬스타엑스로 거의 모든 일상을 스마트폰과 함께하는 세대인만큼, 이들의 스마트폰 라이프를 통해 어느 때보다도 꾸밈없고 솔직한 평소 생활을 지켜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멤버 개인으로서 각자 좋아하는 음악, 친구나 팬들과의 소통, 휴식을 즐기는 방법 등 라이프스타일과 개성으로 재미를 더할 계획이다.

■ 15분 내에 기-승-전-결 있다

최근 진행된 카카오TV의 언론 기자간담회에서도 지향하는 방향은 명확히 드러난다. 카카오 예능의 대전제는 모바일이며, '새로운 예능을 어디서든 볼 수 있다'는 슬로건으로 제작된다는 것. 오윤환 제작총괄은 "15분 안에 기승전결이 있는 밀도 있는 웰메이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며 "사람들의 트렌드가 바뀌면서 여기에 발맞춰 가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각오를 전했다.

수십년간 예능계에서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던 이경규가 변화를 택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는 "기기와 장비는 바뀌지만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뭘 하든 간에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오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플랫폼이 어디인가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짧은 구성이지만 알찬 기승전결도 큰몫을 한다. 카카오TV 모닝을 예를 들면 월요일은 뉴스를 전해주는 '뉴팡', 화요일은 마주앉아 카톡으로 대화하는 '톡이나 할까?', 수요일은 주식투자의 소재를 담은 '개미는 오늘도 뚠뚠', 목요일에는 랩으로 생활 영어를 배우는 'YO너두', 금요일엔 서울밤을 걸어보는 '밤을 걷는 밤'처럼 말이다. 특색이 있고, 하나하나 섬세한 아이템이 매일 아침 찾아온다.

카카오 측도 이를 고무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 내부 관계자는 스포츠한국에게 "카카오M은 독창적인 기획력을 갖춘 제작진들이 모여 '모바일에서도 볼 수 있는 콘텐츠'가 아닌 '모바일로 보기 때문에 더욱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목표"라고 방향을 제시하며 "이를 바탕으로 속도감 있는 빠른 호흡, 새로운 소재와 내용, 세로형 스크린 등 색다른 포맷과 구성까지 갖춘 '모바일 오리엔티드' 콘텐츠들이 시청자들에 새로운 재미를 전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특히 추후 방향성에 대해서도 "2020년 드라마 6개, 예능 19개 타이틀을 선보일 예정이며, 2023년까지 약 3000억원을 오리지널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새로운 포맷과 기획은 물론, 시청자의 연령, 라이프스타일, 사회적 관심사 등을 다양하게 고려한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선보이며 디지털콘텐츠의 장르와 영역을 더욱 확장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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