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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로 만난 방송인 신동엽은 TV속 모습과 달랐다. 예능프로그램에서 짓궂은 이야기로 게스트를 궁지에 몰던 그가 아니었다. 촌철살인의 멘트로 분위기를 순식간에 달구는 재치꾼도 아니었다.

질문을 던지면 늘 5초는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2012년 9월4일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면 1999년 10월 언젠가부터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는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왜곡이 없도록 신중하게 풀어갔다.

8일 첫 방송되는 케이블채널 tvN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코리아 3(Saturday Night Live KOREA3)’(이하 SNL코리아3)로 돌아오는 신동엽을 4일 서울 상암동 CJ E&M센터에서 만났다. 이전 시즌의 호스트로 출연한 후 ‘19금(禁) 개그’에 대한 시청자의 폭발적인 반응 덕에 ‘SNL코리아3’에선 고정 크루로 합류했다. ‘말뚝’을 박게 된 이유부터 ‘19금 개그’에 대한 소신까지, 그가 들려준 이야기를 간단히 추렸다.

ㆍ사진=tvN 제공

▲콩트 없인 그도 없다

“콩트가 좋은 이유는 그 과정이 힘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관객들이 좋아할까? 저런 말을 하면 웃을까? 대본을 짜는 순간 순간의 고통이 무대 위에서 희열로 바뀔 때의 희열, 말로 표현할 수 없다.”

‘SNL코리아3’도 콩트사랑의 연장선상에 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전의 내 모습에 실망할 시청자가 있을지라도 내 위주로 돌아가선 절대 안 된다”고 제작진과 합의를 본 후에야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에 호스트로 출연했을 때 굉장히 자극적인 쾌감을 느꼈다. ‘친정’으로 돌아온 기분이었고 ‘본연의 나’를 찾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SNL코리아3’에 합류한 건 다른 맥락이다. 콩트를 생방송으로 하는 ‘SNL코리아3’만의 제작시스템이 마음에 들었다. 그 속에서 호스트를 빛내기 위해 단역부터 대본에 참여하는 일까지 오래오래 함께 하고픈 생각이 컸다.”

▲TV의 양면성에 반기를 들다

그가 사랑하는 콩트의 주제의식은 ‘19금’과 맞닿아있다. 왜, 언제부터 이 코드에 꽂혔을까.

“1990년대 활동할 때 ‘TV가 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린 사실 착한 사람이 아니다. 늘 진지한 이야기만 하나? 아니다. TV가 우리와 동떨어진 세상의 이야기만 담는 것 같았다. 그때만 해도 미국드라마나 케이블TV를 볼 땐 재미있다고 하면서 막상 지상파에서 하면 ‘유치하다’ ‘낯 뜨겁다’는 반응이었다. 드라마는 용납이 되도 코미디에선 반기가 들리는 분위기도 있었다. 어린 마음에 불쾌하다는 기분도 들었다.”

‘어른들의 세계’를 솔직하게 담고 싶었다는 그가 ‘뭘 좀 아는 어른들을 위한 쇼’라는 부제가 붙은 ‘SNL코리아’를 만난 건 어쩜 운명일지 모른다.

▲삶의 흔적이 개그가 되다

운명이라 해도 천운이 있고 악운이 있는 법. 그의 말처럼 좋은 운명을 타고나려면 “시대적 상황, 국내 정서, 좋은 작품, 작가, 연출자, 홍보하는 사람들, 모든 게 맞물려야” 한다. ‘SNL코리아’에서 보여준 성(性)적 개그가 요즘 시대에 터진 것도 한 순간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

“지난 수십 년 세월 동안 익힌 게 있다. 최소한의 예의다. 신인시절 개그맨끼리 한 사람을 계속 괴롭히면서 놀 때가 있었다. ‘저 말만은 하지 말아야 했는데’라고 느껴진 시점이 있었다. 그 후로 어느 선까지는 하되 그 이상은 하면 안 된다는 게 몸에 뱄다. 큰 형이 청각장애인이다. 식구들끼리 이야기 꽃을 피우다가도 ‘너무 우리끼리만 말했나’라고 주의했던 일상이 지금 내 개그가 호감과 비호감 사이에서 중심을 지킬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 준 것 같다.”

▲일상을 개그에 던지다

배우는 연기연습, 가수는 발성연습을 하면 실력이 쌓이는 것과 달리 개그에는 정석이 없다. 신동엽이 말하는 ‘개그력 닦기’는 특별하진 않았지만 어려운 일이었다.

“인기라는 건 인력으로 되는 게 아니다. 기회를 잡는 게 실력이다. 나는 별다른 노력은 안 하는 것 같다.(웃음) 다만 개그맨 후배들에게 항상 말하는 건 있다. ‘끼리끼리 다니지 말라’는 거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내가 싫어하는 것도 접해보고 불편한 자리에도 있어보고 양보하기 싫어도 해보고. 그런 경험이 쌓여야 콩트도 잘 짜지고 나만의 색깔도 만들어진다.”

▲무한이기주의, 모두를 위한 웃음이 되다

“나는 콩트를 못한다”는 신동엽의 고백은 그가 지금까지 일상 속에서 얼마나 많은 채찍질을 해왔는지 가늠하게 한다. ‘19금 개그의 달인’ ‘색드립’ ‘깐족MC’ 등 각양각색의 캐릭터는 개그 인생 20년의 결과물이다.

결과물이 있어 행복하지만 20년은 결코 만만한 시간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의 웃음을 위해 나의 감정을 소모하고, 소모된 감정을 충전하는 일의 반복은 지칠 법도 했다. 신동엽은 쓰러지지 않은 원동력을 ‘무한이기주의’에서 찾았다.

“‘불후의 명곡’(KBS2)을 하면서 느낀 게 있다. 관객의 마음을 편하게 해야 노래를 하는 가수들도 제 기량을 발휘한다는 거다. 그 시너지가 안 나면 관객은 좋은 공연을 못 보고 가수는 아쉬움이 남는 무대를 보여줄 수밖에 없다. 나도 MC로서 훌륭한 무대를 보고 싶고 기뻐하는 관객을 만나고 싶다. 그래서 힘든 줄 모르고 기를 쏟는다. 어쩌면 지금의 나를 만든 건 극한 이기주의일 거다.”

▲화려함보다 한결같음에 매료되다

신동엽의 극한 이기주의로 우리가 볼 수 있는 그의 종착점은 어디일까. ‘예능강자’ ‘국민MC’ ‘연예대상수상자’ 일까. 모두 아니다. 그가 바라는 자신의 최종 목적지는 정상이 아니었다.

“KBS 첫 연예대상 때 상을 받았다. 그때는 ‘다음 해엔 이 시상식이 없어지면 어쩌나’ 이런 생각 때문에 상을 받고도 좋지가 않았다. 지금은 다르다. 연예대상, 당연히 받으면 좋을 거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연예대상을 받는 것보다 오래오래 연말 시상식에서 사회를 보는 일이 중요하다. 10년, 20년 후에도 MC석에 서길 바란다. 상을 못 받을지 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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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2/09/07 07:06:11   수정시간 : 2020/02/11 14: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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