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조민욱 기자] 의약품이 절대 부족하던 1930년대, 녹색 철제통에 담긴 만능 진통제가 등장해 서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 약은 단순한 진통소염제였지만 소화가 안되면 배에 바르고, 겨울철 손발 튼데에 효과를 보였으며, 벌레에 물렸을 때도 바르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됐다. 유한양행 장수 의약품 ‘안티푸라민’ 이야기다.

◆ 88년 역사의 가정상비약 '안티푸라민'

유한양행 창립자인 고(故) 유일한 박사는 중국인 부인 호미리의 도움을 받아 1933년 첫 자체 개발 의약품 안티푸라민을 선보였다. 안티푸라민은 ‘반대’라는 뜻의 안티(anti)에 ‘불태우다, 염증을 일으키다’는 뜻의 인플레임(inflame)을 합쳐 발음하기 좋게 바꾼 것이다. 말 그대로 ‘항염증제’ ‘진통소염제’라는 뜻이다.

안티푸라민은 관절염을 비롯해 신경통, 근육통 등 국소 부위 치료를 위해 개발됐다. 하지만 서민들 사이에서는 삐거나 멍들었을 때, 손발이 부르텄을 때, 벌레에 물렸을 때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됐다. 이후 안티푸라민은 집집마다 하나씩은 보관하는 대표적인 가정상비약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변하면서 위기가 찾아 왔다. 80년대 이후 붙이는 형태의 첩부제(파스)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바르는 약보다 편의성이 높은 첩부제의 등장은 안티푸라민 성장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안티푸라민 매출은 20억~30억원대에 머물렀으며, 이는 회사 전체 매출의 0.5% 수준으로 떨어졌다.

회사의 대표 의약품이 위기에 놓이자 유한양행은 2010년 들어 첩부제인 '안티푸라민 조인트'와 '안티푸라민 파프'를 출시하며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안티푸라민의 변신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고, 안티푸라민 제품군의 전체 매출은 2010년 24억원에서 2011년 59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후 에어로졸(스프레이) 형태의 '안티푸라민 쿨 에어파스'가 합류하면서 안티푸라민 라인업을 늘려갔다. 현재 판매 중인 안티푸라민 제품은 오리지널 연고 외에 붙이는 파스 12종, 로션, 스프레이 등 16종이다.

◆ '손흥민 파스'로 젊은 층 수요 이끈다

안티푸라민은 80년이 넘는 세월동안 우리 생활에 자리잡은 가정상비약이자 장수 의약품이다. 장수 브랜드의 특징이 그렇듯 안티푸라민 역시 적지 않은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노년층을 중심으로 한 충성고객들은 진통소염제 하면 안티푸라민을 먼저 떠올리곤 한다.

안티푸라민은 세대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젊은 층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안티푸라민 광고모델로 축구선수 손흥민을 발탁한 것은 이미지 쇄신을 위한 대표적인 사례다. 2019년 손흥민을 안티푸라민 광고모델로 내세운 유한양행은 지난해 안티푸라민 ‘손흥민 에디션’을 선보였다. 손흥민 에디션은 안티푸라민 더블파워·쿨·파프·한방카타플라스마,쿨파워·코인플라스타등 파스 제품과 안티푸라민 쿨에어파스, 안티푸라민 에스로션 등이다. 유한양행은 앞으로 적용 라인업을 더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손흥민의 탁월한 기량과 국가대표로서 항상 보여주는 책임감이 안티푸라민 탄생 및 성장 과정과 매우 닮았다”며 “무엇보다 밝고 긍정적인 마인드와 도전정신을 가진 손흥민을 통해 최근 더 심각해진 코로나 상황에 희망의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른바 ‘손흥민 파스’라는 수식어를 얻게 된 안티푸라민이 젊은 층 수요를 이끌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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