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시즌을 앞두고 FA선수들을 비롯해 대형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구단 재정에 비상등이 켜졌다. 일부에서는 올해 우승팀 KT처럼 효율적인 선수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KT선수단이 은퇴를 선언한 유한준을 행가레 치고 있는 모습.
지난주 미국 중서부를 초토화 시킨 허리케인급 강풍과 토네이도에 비유하면 지나친 걸까. 최근 몰아치는 ‘FA(자유계약선수) 광풍(狂風)’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19일 현재 8명의 선수(비FA 2명 포함)가 계약한 총액은 무려 602억원! 곧 이어질 나성범(NC), 양현종(KIA)의 100억원대 대어급에다 손아섭(롯데), 강민호(삼성), 황재균(KT), 박병호(키움) 등 스타 플레이어들의 계약금(연봉 포함)을 합치면 1000억원을 훌쩍 넘을 기세다.

사상 최초의 비FA 다년 계약자인 SSG의 박종훈(5년 65억원), 문승원(5년 55억원)을 제외하더라도 올해 FA 계약금은 사상 최다였던 2016년의 766억 2000만원 돌파는 확실시된다.

이같은 유례없는 ‘역대급 돈잔치’는 정말 바람직한 것일까. 일단 현역 선수들에게는 큰 자극제가 된다. “나도 열심히 하면 스포츠 갑부가 될수 있다”는 도전 정신으로 전력 강화에 더욱 힘쓰게 된다.

초등학교 4년 때부터 고교 졸업 때까지 ‘야구 과외비’가 2억~3억원(서울시 소재 학교 기준)에 달하는 프로 지망생및 학부형들에게도 엄청난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내면 확실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신념을 심어주고 있는 것.

하지만 적지 않은 야구 관계자와 팬들이 “미쳤다!”고 말할 만큼 부정적인 요소가 더 많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사상 최초로 연간 수출액 6000억 달러 달성을 올해 이뤄냈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미래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지경이다. 코로나-델타-오미크론의 창궐로 인해 내년에도 완전한 경제 회복은 극히 불투명하다.

삼성전자는 국내외 임원들이 모여 올해 성과와 내년 경기 전망, 사업 전략을 공유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올해는 열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내년 경기 예측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 10대 그룹도 내년 경영 계획을 세우지 않고 그때 그때 탄력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500대 기업의 절반이 내년도 투자계획이 없거나 연말을 앞둔 지금까지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키움을 제외한 9개 구단은 모기업이 재벌 그룹이다. FA 계약금은 별도로 모기업의 지원을 받지만 내년 200억~300억원이 예상되는 운영자금 적자는 메우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 관중 33만, 올해 123만명에 비추면 내년 관중이 40년전 출범 초기와 비슷한 200만명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입장 수입과 광고 수입, 관련 상품 판매의 현저한 감소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도 프로야구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않는 ‘출혈 경쟁’은 도를 넘었다는 여론이다.

창단 팀 SSG의 과잉 의욕, 명예회복을 단단히 노리는 LG와 KIA, 게임 산업으로 큰돈을 버는 NC의 통큰 배팅은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그렇지만 타구단과 ‘동반 성장’을 이루지 못하면 전체 산업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한화는 수비형 포수 최재훈과 5년 54억원 한건을 성사시킨 뒤 FA 시장에서 철수했다. 모기업의 재정이 썩 좋지않은 롯데는 계약 상황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은 백정현을 4년 38억원에 잔류시키고는 대형 계약을 외면하고 있다.

KT는 올해 우승을 한만큼 대형 선수에 대한 욕심은 자제, 내부 FA 단속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독립구단 키움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입장에 처해 있다.

두산은 모기업인 두산중공업이 ‘탈원전’으로 치명타를 맞았음에도 야구 마니아인 구단주의 결단으로 김재환(33)과 4년 115억원의 ‘예상밖의 배팅’을 했다. 하지만 적절치 못한 금액에는 야구계 안팎의 우려가 많다.

김재환의 좌익수 수비력은 B급 정도다. 2018년 홈런 1위(44개), 0.334의 타율로 개인 최고의 해를 맞았지만 이듬해부터 타율이 2할대로 하락, 홈런도 3년간 15-30-27개로 파워가 떨어지고 있다.

과대 평가를 받은 건 김재환뿐 아니다. 같은 외야수인 김현수(33·LG), 박건우(31·NC 이적) 역시 수비력이 뛰어나지도 아니며 공포의 장타력을 갖추지 않은데도 115억원과 100억원을 받았다.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대로 선수에 대한 평가가 지나치게 주먹구구식이다. 100억원이면 연봉 5000만원짜리 신인급 선수 200명을 육성할수 있는 엄청난 거금이다. 이런 돈을 선수 한명에게 뿌린다는 건 그냥 ‘돈싸움’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두산 양의지(34)가 2019년 ‘4년 125억원’을 받으며 NC로 옮겨 2020 한국시리즈 우승에 큰 힘을 보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선수 한명이 이적했다고 팀전력이 급상승한 예는 극히 드물다.

이대호(39)가 미국과 일본을 거쳐 2017시즌 KBO 리그에 복귀하자 롯데는 사상 최다인 4년 150억원으로 FA 계약을 맺었다. 롯데는 1,2년내 우승할 기세였다.

그러나 롯데는 2017년 3위로 잠시 반짝했을 뿐, 이후 4년간 7위-10위-7위-8위로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이대호의 기대밖의 성적이 말하듯이, 올해 계약하거나 계약할 외야수들도 대부분 전성기를 지나 기량이 내림세인데 과연 ‘우승 청부사’ 노릇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FA 계약을 하면 배부터 나온다고 하지 않은가.

LG 차명석 단장은 삼성 박해민(31)을 ‘4년 60억원’으로 데려오며 “이젠 우승을 할수 있다”며 호언장담하고 있다. 올해 타율 0.291에 54타점, 5홈런, 36도루의 좀 빠르고 수비가 좋은 외야수의 가세로 우승을 노린다는 건 억측에 가깝다.

투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장명부(삼미)가 1983년에 시즌 30승, 최동원(롯데)이 1984년에 27승을 거뒀지만 둘다 페넌트레이스 1위는 이끌지 못했다.

외야수는 100만 달러(약 12억원)만 주면 메이저리그(MLB)에서 얼마든지 데려올 수 있다. 홈까지 총알 송구가 가능한 호타준족(好打駿足)은 마음만 먹으면 영입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MLB급에 못미치는 국내 외야수에게 거의 10배를 배팅하는 건 이해못할 노릇이다.

특히 LG는 주전 외야수 정원이 꽉 찼음에도 박해민에 이어 MLB에서 외야수 스카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니, 이런 ‘주먹구구’도 없다.

올해 이처럼 ‘몸값 광풍’이 일고 있는 것은 2023년 시즌부터 도입되는 샐러리캡(연봉 상한제)의 영향이 크다. 샐러리캡은 올해말, 내년초에 계약하는 2022시즌 연봉부터 적용된다.

샐러리캡은, 각 구단 연봉 상위 40명의 합계인 400명의 연봉을 합산한 금액에서 120%를 곱하게 된다.

예를 들어, 2022시즌 400명 연봉의 합한 금액이 400억원이라면 전체 연봉 상한액은 480억원이 된다. 이를 10개 구단으로 나누면 각 구단 48억원으로 선수 40명 연봉 합계 금액이 48억원을 넘을수 없다. 따라서 올해 연봉을 많이 주게 되면 상한선을 높일수 있으므로 내년 시즌후 스타 플레이어를 영입하는데 이로움이 있다.

그러므로 일단 올해 대형 계약을 여럿 성사시키는 것은 상한선을 올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고액 연봉자가 늘어나는 만큼 전체 연봉에 대한 구단의 부담은 날로 커져 이는 ‘봉사 제닭 잡아먹기’식의 어리석은 조치로 보인다. 오히려 올해 FA들의 계약금을 100억원 이하로 줄였어야 했다.

올해처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지면 모기업의 지원이 떨어지는 구단은 야구단을 포기하는 극단의 불상사가 일어날수도 있다. 만년 하위팀을 방치하는 구단주는 없기 때문이다. 돈으로 우승을 사지 않고, 효율적인 육성과 탄탄한 팀웍으로 2021 한국시리즈 우승을 쟁취한 KT의 모범사례가 자꾸 이어져야 할 것이다. 본지 객원기자

김수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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