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원태인(왼쪽)과 KT 위즈 강백호. ⓒ연합뉴스
[스포츠한국 대구=허행운 기자] 강백호(22·KT 위즈)가 5월에 던졌던 배트와 헬멧에 담긴 울분을 드디어 떨쳐냈다.

강백호는 10월 3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펼쳐진 KT와 삼성 라이온즈의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1위 결정전에 3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장해 천금 같은 1타점 적시타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날 경기는 ‘1위 결정전’의 무게감에 걸맞는 명품 투수전이 펼쳐졌다. 양 팀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KT)와 원태인(삼성)이 대단한 호투를 선보였다.

고작 이틀 휴식 후 다시 선발 등판한 쿠에바스는 지친 기색은 온데간데없이 7이닝을 책임지는 괴력투를 펼쳤다. 이에 맞선 원태인도 5회까지 노히트 경기를 펼쳤다. 4회초에는 완벽한 번트 수비와 동물적인 타구 캐치로 수비에서도 맹활약한 원태인이었다.

쫄깃한 투수전의 균형을 무너뜨린 선수는 KT의 프랜차이즈 스타 강백호였다. 심우준의 내야안타와 상대 실책 그리고 볼넷으로 만들어진 2사 1·3루 득점 기회. 올 시즌 타점 2위(102타점) 강백호는 상대의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꾸준히 패스트볼로 상대해오는 원태인을 응징하듯 3구째 시속 147km 빠른공을 깨끗한 좌전 안타로 만들며 3루 주자 심우준을 불려들였다.

KT는 이 천금같은 한 점으로 결국 팀 창단 첫 우승을 손에 넣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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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호의 적시타가 작렬하는 순간, 지난 5월에 나왔던 장면이 스쳐갔다. 올해 삼성과 KT의 첫 만남이 있던 지난 5월 13일 수원KT위즈파크. 당시 4할 3리로 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강백호와 4월 MVP 수상을 비롯해 5연속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하), 개인 5연승에 빛나는 원태인의 만남으로 큰 관심이 모였다.

당시 두 젊은 ‘신성’ 간의 맞대결의 승자는 원태인이었다. 7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강백호를 네 차례 상대해 볼넷 한 개만 내주며 봉쇄했다. 특히 네 번째 타석에서의 승부가 백미였다.

원태인을 상대로 1-0으로 시종일관 끌려가던 KT 타선이 7회말 2사 후에 연속 안타로 1,2루 기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타석에는 4할 타자 강백호. 위기감을 느낀 삼성 불펜은 분주해졌고 포수 강민호는 원태인을 만나러 마운드에 방문했다.

원태인은 강민호와 얘기 후 환한 미소를 한 번 머금고 강백호를 상대했다. 결과는 좌익수 뜬공. 공이 배트에 맞자마자 아웃을 직감한 강백호는 배트를 바닥에 던졌다. 이어 헬멧까지 벗어던지며 분노 섞인 아쉬움을 삼켜야만 했다. 그렇게 강백호는 고개를 숙였다.

5달이 흐른 10월 22일, 강백호는 원태인을 만나 이번엔 3타수 2안타로 활약했지만 팀이 2-4로 패했다. 그리고 이 패배를 시작으로 삼성에 두 경기를 연달아 내준 KT는 선두 자리마저 내주는 아픔을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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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지막엔 결국 강백호가 웃었다. 원태인에게 뼈아픈 적시타 한 방을 날림으로써 단순 1승이 아닌 정규시즌 우승을 손에 거머쥔 것.

경기가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난 강백호는 “(원)태인이가 초반부터 구위가 워낙 좋았다”며 1년 후배를 치켜세웠다. 이어 그는 “체인지업을 노리고 들어갔는데 속구가 연달아 들어왔다. 그 다음에도 속구가 올 것 같다는 직감이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 직감을 살린 강백호는 결대로 공을 밀어내는 감각적인 배트 컨트롤을 보여줬다. 강백호는 “크게 치기보다는 한 점이 우선이라 (배트) 중심에 맞추려고 했고 좋은 코스로 빠졌다”고 공략 포인트를 설명했다.

강백호의 천금 적시타를 비롯해 마운드에서는 쿠에바스가 '투혼 역투'를 보여주며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인 KT는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의 기쁨을 누리게 됐다. 이제 이 기세를 이어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최종 목표까지 도전한다. KT의 사상 첫 도전은 오는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다.

-스한 스틸컷 : 스틸 컷(Still cut)은 영상을 정지된 화면으로 보여주는 것을 뜻합니다. 매 경기 중요한 승부처의 한 장면을 있는 그대로 자세히 묘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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