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을 하고 있는 정지택 KBO 총재.
지난 5일 KBO(한국야구위원회) 전문위원회 위원 선정은 ‘정지택 총재-류대환 사무총장 체제’의 첫 인사여서 많은 야구인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렇지만 결론은 ‘기대 이하’ 아니, 실망이었다.

먼저 상벌위원회 구성부터 살펴보자. 총 5명중 3명이 변호사다(위원장 포함). 나머지 2명은 성균관대 일반대학원 과학수사학과 김기범 교수와 KBO 김용희 경기운영위원장이다.

이들 인적 구성을 보면 총재와 사무총장의 상벌위에 대한 개념과 인식이 잘못된 것을 알 수 있다. 말이 상벌위지 실제 업무는 상을 주는 게 5% 미만, 나머지는 모두 선수와 구단의 비리나 비위에 대해 징계를 내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법조인을 3명이나 선임하고 과학수사 전문가까지 동원할 이유는 없다. 음주운전이나 성희롱을 저질렀다고 해도 상벌위서 법적 판결을 내리거나 수사할 권한은 없다.

비위나 비리의 경중에 따라 ‘야구계의 상식’과 이전까지의 징계 수준에 비춰 적절히 조치를 하면 된다. 상벌위서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징계를 내릴 일은 없다.

KBO는 10개 구단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협회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굳이 ‘엄벌’에 무게를 둘 필요는 없다. 변호사는 법적인 문제를 검토할 1인이면 충분하다. 과학수사 전문가 동원은 다른 스포츠단체나 협회에서 보면 웃을 일이다.

그보다는 프로야구 출범 때부터 야구계를 잘 지켜본 원로야구인과 야구 현장을 꿰뚫고 있는 기자, 그리고 현직 구단 간부의 참여가 필요하다. 너무나 균형이 맞지 않는 인선(人選)이어서 혹 총재의 지인들을 위한 ‘선심성 선임’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서울 도곡동에 있는 한국야구위원회 사옥.

두번째는 김용희 경기운영위원장의 3중복 선임이다. 김 위원장은 경기운영위뿐 아니라 상벌위, 규칙위원회 위원까지 ‘3관왕’을 차지했다. 김 위원장의 능력 유무를 떠나 어떻게 한사람이 3개 위원회에 관여할 수 있느냐에 야구인들의 따가운 시선이 쏠려 있다.

참으로 상식과 전문성에 어긋나는 처사다. 바꾸어 이야기하면 김용희 위원장말고는 야구인 중에 제대로 된 식견과 지식을 갖춘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이는 전체 야구인에 대한 모독이다.

김용희 위원장은 경기운영위원회를 잘 거느리면 되고 다른 위원회는 다른 전문가를 선임하는 게 마땅하다(정총재는 총재 취임전 김위원장과 일면식도 없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이처럼 깊은 신임을 하게 됐는지 야구인들의 궁금증은 커지고 있음).

김용희 위원장도 사실 염치가 없어 보인다. 총재가 3개 위원회 위원 선임을 통보했을 때 선후배 야구인들을 배려해 한자리 정도는 사퇴하는 게 도리였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감사합니다~”라며 덥석 세자리를 받아 들인 건 지나친 욕심이다.

세번째는 미래협의회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점이다. 미래협은 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협심해 2019년 1월에 만들어졌다. 당초 미래협의 운영방침은 국가대표 운영 시스템과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 및 부상방지 시스템 구축, 야구교육및 저변확대 등 한국야구가 안고 있는 과제를 총괄하는 것이었다.

프로야구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있어야 할 전문위원회다. 그런데도 두,세번 모임을 가지더니 이젠 아예 해체가 돼버렸다. 프로-아마의 공존을 위해서도 꼭 존재해야할 기구가 새 총재 취임과 더불어 없어졌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많은 야구인들은 정지택총재의 취임 이후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첫 작품부터 야구계 현안과 야구인들의 바람을 어긋나게 했다. 개막전부터 ‘관중 100% 입장’이 허용되더라도 코로나19의 여파로 올시즌 연간 관중이 100만명이 될지, 200만명이 될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지난 7일 블룸버그 통신은 현재 속도로 코로나 백신 접종이 진행될 경우, 전세계 인구의 75%가 접종받는데 7년이 걸릴 것이라고 추산했다. 우리나라는 그 속도가 빠르긴 하겠지만 1~2년이 걸릴 수 있다.

그렇다면 관중 회복이 KBO의 예상보다 훨씬 더디게 진행될 것이다. 지난해 롯데에 이어 금융권 대출로 비상 경영을 해야 할 구단이 얼마나 늘어날지도 가늠하기 힘들다. 관중 증대를 위한 TF(태스크포스) 구성이 시급한데도 개막 두달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아직은 ‘강건너 불구경’이다.

말 그대로 초비상 사태인 만큼 야구계 전체의 지혜와 단합을 이끌어내는 미래지향적인 여러 조치가 급선무다. 그럼에도 야구계 현안의 1% 비중밖에 안되는 전문위원회 구성부터 실망스럽다면 새 총재도 이전의 여러 전임 총재처럼 3년간 시행착오만 겪다가 지나갈 ‘야구 과객(過客)’이 되지 않을까 적이 걱정스럽다.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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