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최형우가 지난달 26일 취약계층을 위해 써달라며 국제구호 단체인 `글로벌 쉐어'에 1억원을 기부,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최형우가 경기중 호쾌한 타격을 하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말한다.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됐다.

요즘은 사회적 저명인사나 돈 많은 이들이 국가나 사회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기꺼이 거액을 기부하는 사례를 일컫는다. 프로야구의 경우는 ‘레전드급’이거나 ‘FA(자유계약선수) 대박’으로 부자가 된 스타 플레이어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베풀 대상이다.

하지만 프로야구 선수들이 수십억원의 FA 계약을 맺었을 때 사회복지공동모금회나 불우이웃돕기 단체에 희사를 했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가뭄에 콩나기’로 들려온다. 기껏 들려오는 게 출신 학교에 야구장비를 기부하거나 지원금을 냈다는 거다.

수십억원은 서민들이 평생 안쓰고 저축만해도 모으기 힘든 돈인데 이걸 FA 계약 한번으로 벌어 들였다면 사회 공헌을 한번쯤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사회 공헌은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이들이 힘들어하는 지금이 기회다. 거창하게 전(全) 사회적으로 넓히지 말고 야구 관련으로 좁혀보자.

계속된 무관중경기로 인해 선수들이야 정해진 연봉을 꼬박꼬박 받았지만, 야구장 인근의 상권들은 매출이 절반 이상 떨어져 가게 문을 닫거나 운영을 하더라도 생계가 어려운 지경이다. 더욱이 이달들어 코로나 확진자의 급격한 확산으로 혹독한 매출에 상인들은 거의 재앙 수준이라 한다.

올해 3분기 말 자영업자가 진 은행빚은 무려 387조원으로 사상 최대다(한국은행 자료).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과 그 가족들의 가슴은 타들어간다. 정부에서 재난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한다 하더라도 가게당 최대 200만원으로 생계비 지원엔 턱없이 모자란다.

이럴 때 ‘부자 선수’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야구장 인근 상권 돕기 운동에 나서면 매우 훈훈한 사회 공헌 활동이 된다. 개인적으로 돈을 내면 번거러우므로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회)가 앞장서서 모금을 하면 효과적이다.

그러면 어떤 선수들이 ‘부자 선수’에 해당될까. ‘FA 30억 계약’이 기준이 될 수 있다. 30억원이면 연간 5000만원으로 생활비를 계산하면 60년을 살 수 있는 거금이다. 단순 계산해서 현재 35세인 선수가 죽기 전까지 평생 쓰지도 못할 돈이다. 역대 FA 계약으로 30억원 이상을 번 프로야구 선수들은 6일 현재 현역만 32명이다.

30억~150억을 번 선수들이 FA 금액의 0.1%만 내면 2억원 가까이 된다. 이 돈을 어떻게 야구장 인근 식당이나 호프집 등에 지원할 것인가를 선수나 선수협회에서 고민할 필요가 없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전달하면 중대본에서 각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적절히 배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야구장 인근 상권에 지원할 필요는 없다. 코로나로 모두 힘든 시기에 어떤 식으로든 ‘작은 성의’를 표하는게 중요하다. 프로야구가 앞장서면 프로축구, 프로농구, 프로배구로 돕기 운동이 릴레이로 펼쳐질 수 있다.

지난달 26일 기아 최형우는 사회취약계층 돕기에 1억원을 선뜻 내놓았다. 10개 구단 FA들의 거액 계약이 곧 이어질것이므로 ‘제2, 제3의 최형우’가 등장하길 기대해본다.

선수들이 어려서부터 힘든 주전경쟁과 부상을 무릅쓰고 어렵게 번 돈이지만 기부 활동에 미력이나마 힘을 보탠다면 코로나 역경을 헤치는 많은 이들에게 큰 격려와 응원이 될 것이다. 1,2년전만 해도 연관중 700만~800만명을 기록한 팬들의 과분한 사랑에 이제 보답할 차례다.

지난 2일 판공비 논란에 휩싸인 이대호가 사과 기자회견 도중 취재진을 향해 허리를 굽혀 용서를 구하고 있다.

*지난주 프로야구계는 이대호 선수협회장(롯데)의 판공비 ‘셀프 인상’으로 시끄러웠다. 이대호는 회장 선임 전에 판공비가 24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미리 인상됐다고 주장하지만, 기자들의 기사 및 증언에 따르면 당시 이사회에서는 이대호의 회장 선출이 기정사실화됐으므로 이대호의 기자회견은 궁색한 변명에 불과했다.

선수협회장의 활동비(판공비)를 이대호의 발표에 따라 대충 계산해보자. 스프링캠프 및 시즌을 포함하면 후배들에게 밥살 기회는 1년에 기껏해야 비활동기간인 12,1월의 2개월이다. 한달에 한번 서울을 왔다 갔다 하고 주위 후배들 20명에게 식사를 제공했다고 치자(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밥살 기회 자체가 봉쇄됐지만).

항공기든 KTX를 이용하든 서울 왕복 차비는 1회에 20만원꼴(연간 240만원)이다. 식사도 호텔을 이용하지 않으면 1회 20만원이면 충분하다(연간 400만원). 그러면 1년 활동비는 아무리 넉넉하게 잡아도 1000만원을 넘기기가 어렵다. 연간 6000만원은 시간상 절대로 쓸 수 없는 돈이다.

이 정도의 활동비라면 회장이 됐을 때 “2400만원도 많다. 판공비는 개인돈으로 쓸테니 2400만원은 협회 기금으로 기부하겠다”고 했으면 정말 ‘대선수 이대호’로 길이 남을 것이다(2년간 회장으로서 업적도 없음). 4년간 FA 계약으로 사상 최대인 150억원을 받은 선수가 몇천만원 때문에 망신을 당한 것은 프로야구 선수 전체가 부끄러워 해야할 일이다(7일 체육시민단체 ‘사람과 운동’은 이대호 전 회장의 고액 판공비 논란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음).

만약, 뒤늦게 부적절한 인상임이 밝혀져 공개사과할 지경에 이르렀다면 기자회견 석상에서 “2년간 쓴 1억 2000만원을 협회에 돌려주겠다”고 했으면 여론으로부터 비난이 아니라 찬사를 받았을 것이다.

10여년전 모팀의 감독은 1억원에 가까운 판공비를 개인 용도로 쓴 게 감사로 밝혀지자 자신이 다니던 천주교 성당에 같은 액수의 돈을 기부한 적이 있다.

이에 비하면 이대호의 처사는 너무나 옹졸해 그의 이미지는 돌이킬수 없이 추락하고 말았다. 서양 격언에 “사람의 일생은 마지막(노년)이 말해준다”라는 말이 있다. 은퇴 직전의 이대호는 지금이라도 성의있는 사회 기부로 명예를 되찾아야 하지 않을까.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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