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연기' 번리전, 날려버린 반전 기회인가-꿀맛 휴식인가
2021-11-29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지난 28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11시 영국 번리의 터프 무어에서 펼쳐질 예정이었던 토트넘과 번리의 2021~2022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3라운드 경기가 번리에 내린 폭설로 인해 연기됐다.
결국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경기 순연이 발표됐다. 해당 경기를 추후 어떻게 편성할 것인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토트넘 입장에서 번리전 연기를 어떻게 바라봐야할 것인지는 보는 관점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토트넘의 최근 분위기는 좋지 못했다. 지난 26일 슬로베니아 마리보르 류드스키 브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무라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UECL) 조별리그 5차전에서 1-2 충격패를 당했다. 이번달 초 안토니오 콘테 감독 부임 이후 첫 패배였다. 이제 1패이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 안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패배의 대상 그리고 경기 내용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무라는 조에서 최약체로 평가받았고 실제로 최하위인 4위에 랭크돼있었다. 무라는 구단 역사상 유럽 대항전 무대에서 아직 승리를 거둔 적도 없는 팀이었다.
하지만 토트넘이 그 제물이 됐다. 전반 11분부터 토미 호르바트에게 선취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전반 32분 라이언 세세뇽이 퇴장당하며 수적 열세까지 몰린 상황. 발등에 불이 떨어진 콘테 감독은 손흥민과 루카스 모우라를 교체 투입하며 반전을 꾀했다. 후반 27분 해리 케인의 동점골이 터졌지만, 후반 종료 직전인 추가시간 4분 아마데이 마로샤에게 극장골을 내주며 결국 패배했다.
더군다나 이 충격패를 막기 위해 뒤늦게 주전들을 투입한 것도 뼈아프다. 체력 안배와 경기 결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노렸지만 하나도 제대로 잡지 못한 상황이 돼버린 것. 콘테 감독은 무라전을 마친 후 “현 시점에서 토트넘의 수준은 높지 않다”라며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주포 손흥민이 번리전에 언제나 강한 모습을 보여왔던 것도 그 예측의 이유였다. 지난 2019년 12월 약 70m를 질주하며 상대 선수 6명을 제치고 성공시킨 원더골이 바로 번리전에서 터진 골이었다. 게다가 지난 시즌 6라운드 원정에서는 1-0 승리를 이끄는 결승골을, 26라운드 홈경기에서는 어시스트 2개를 적립하며 4-0 대승을 이끌기도 했다. 좋은 기억이 많은 번리전인 만큼 손흥민의 멋진 활약이 기대됐던 이유다.
그렇기에 이번 경기 순연이 토트넘에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시각을 바꿔보면 토트넘 주전들의 체력을 보충함과 동시에 절치부심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얻은 것도 사실이다. 지난 무라전에서 주전들이 후반에 대거 교체투입 되면서 분명 체력 소비가 있었다. 아울러 충격적인 패배로 인해 정신적인 피로는 더했을 터.
이번 연기로 토트넘이 한숨 돌릴 시간을 얻었다고도 볼 수 있는 이유다. 다가올 리그 상대가 이번 번리와 마찬가지로 상대적 강팀이 아닌 점도 이 의견에 힘을 더한다. 토트넘은 다음달 3일 브렌트포드, 이어 5일 노리치 시티를 만난다. 브렌트포드는 3승 4무 5패, 승점 13점으로 15위, 노리치 시티는 2승 3무 8패, 승점 9점으로 강등권인 19위에 랭크돼있다.
번리전 연기 이후 강팀을 만난다면 연패에 대한 부담을 안고 경기에 임했겠지만, 지금의 경기 일정은 분명 토트넘에 웃어주고 있다. 체력과 정신적인 부분에서 모두 충전을 마친 후에 다시 연승가도를 달린다면 콘테 체제하의 토트넘은 다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이번 폭설이 싫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공은 둥글고, 의외의 결과는 지난 무라전에서 그랬듯 불시에 찾아온다. 전날 내린 눈이 토트넘에겐 따뜻한 이불 같은 눈이었을지 혹은 혹한기를 암시하는 눈이었을지는 이제 콘테 감독과 토트넘 선수단의 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