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여빈 '예쁘지 않아도 아름다운 캐릭터 끌려요'
'낙원의 밤''빈센조' 흥행 이끌며 대세 우뚝
새로운 도전 두려워하지 않으려 노력
차기작 넷플릭스 '글리치', 색다른 변신 기대
2021-05-06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지난 4월 9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낙원의 밤'은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전여빈은 삶의 끝에 선 여인, 재연을 연기했다. "어릴 때부터 왕가위 감독님의 영화를 좋아했고 홍콩 영화에 대한 환상이 컸어요. 누아르 속 남자주인공들이 서로 총도 쏘고 동료애도 나누는 걸 보면서 '나도 언젠가 저런 영화에 나올 수 있을까' 막연하게 꿈꾸곤 했죠. 그러다 배우가 되고 나서 누아르에 대한 꿈을 구체적으로 키웠고 마침 '낙원의 밤' 시나리오를 받고 바로 출연을 결정했어요."
"재연의 심리 상태를 잘 이해하는 게 관건이었어요. 많은 걸 잃었고 시한부 인생이라 삶에 애착도 없고 두려울 게 없는 친구인데 그 와중에 목표는 있거든요. 그 이유로 인해 총을 잘 쓰게 되는 것이고요. 재연의 내면을 깊이 이해한 뒤엔 사격 연습을 열심히 했어요. 완벽한 '칼각' 느낌은 아니었어요. 삼촌에게 배운 솜씨라 너무 규격화돼있진 않아도 자세는 잡힌, 그 언밸런스함을 살려보려고 했죠. 처음 사격장에서 연습할 땐 소리나 반동이 너무 커서 눈도 잘 못 뜨고 팔다리가 후들거렸는데 운동신경이 꽤 좋은 편이라 연습하는 만큼 금방 늘더라고요."
"만약 재연이가 통상적인 누아르 속 여주인공 같았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거예요. 영화의 마지막 10분이 재연이를 선택한 결정적 계기가 됐어요. 그 장면으로 누아르의 결이 바뀌었고 공식이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눈도 깜박이지 않고 총을 잘 쏘려고 노력했어요. 제가 체구도 작고 보라돌이 같은 후드티 입고 있으니까 몰입을 깨지 않으려면 눈빛이나 반동을 버티는 근력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촬영 내내 근력 운동을 계속 했고, 사격 연습도 많이 해서 마지막 신은 실제로도 마지막에 찍었는데 두려움이 없었어요. 다만 재연의 마음 속 타들어가는 불이 터져나온 상태라 심리적으로 좀 힘들었죠. 그래도 중요한 장면이라 너무 들뜨지도, 가라앉지도 않게 중심을 잘 잡으려고 했어요. 동료 여배우들이 많이 부러워했던 장면이에요. 개인적으로도 정말 만족스러워요."
"'낙원의 밤'으로 넷플릭스에서 좋은 기회를 얻었다면 '빈센조'에서는 홍차영이라는 캐릭터를 얻었어요. 정말 좋은 캐릭터였어요. 함께 한 분들도 너무 좋았고요. 특히 송중기 선배가 늘 '나중에 방송보고 후회하지 말고 지금 하고 싶은 것 다 하라'고 아낌없이 판을 벌려주고 기다려주셨어요. 덕분에 두려움 없이 달려갈 수 있었죠. 또 그런 캐릭터를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해주신 김희원PD님께도 너무 감사해요. 거울을 본다는 생각으로 선배님들의 모든 것을 흡수하고 배운 시간이었어요."
'낙원의 밤'의 재연, '빈센조'의 홍차영 이전엔 OCN '구해줘'의 홍소린, JTBC '멜로가 체질'의 이은정, 영화 '죄 많은 소녀'(2018)의 영희가 있었다. 전여빈은 영화 '간신'(2015)의 조연으로 데뷔한 이후 매번 완전히 다른 결의 캐릭터로 필모그래피를 채워가고 있다. 무겁고 센 이미지에 익숙한 그에게 예쁜 캐릭터에 대한 로망을 묻자 솔직한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제가 지금껏 맡은 역할들 모두 각자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예쁘진 않을 수도 있지만 분명 제가 느낀 아름다움이 있었기 때문에 선택했어요. 배우를 시작하고 항상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건, 어떤 기회가 왔을 때 두려워하지 않고 시도하는 사람이 되자는 거예요. 어떤 캐릭터로 일정 시간을 살고 나면 작품을 보내야하는 순간이 오니까. 그 작품과 캐릭터에 미안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게 돼요."
"저는 굉장히 밝게 웃는 사람들이 슬퍼보일 때가 있어요. 인생은 기쁘고 행복한 것이지만 삶을 이어나가다보면 각자의 사연이 생기기도 하잖아요. 근데 그게 인생인 것 같아요. 아직 30대 초반밖에 안 된 제가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조금 웃기지만 그런 자세를 배워나가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살면서 실수하고 좌절할 때도 있겠지만 저는 극복해내는 기운이 강한 사람이거든요. 힘들어도 언제든 나를 도와줄 사람들이 있고, 나도 그들에게 힘을 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좋은 사람 전여빈', '좋은 배우 전여빈'을 같이 가져가고 싶어요. 앞으로도 부끄럽지 않은 연기, 성별을 뛰어넘는 멋진 역할로 인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