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현미경]로리 마카넨, 그리고 덕 노비츠키
2017-11-03 스포츠한국
고든 헤이워드가 안타까운 부상을 당했지만 그럼에도 분위기를 잘 수습해 결국 동부 1위로 올라선 보스턴 셀틱스, 최고 이변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올랜도 매직, 폴 조지의 유산들이 옛 에이스에 대한 기억을 잊게 할 정도의 활약을 보여준 인디애나 페이서스 등의 팀들에게 10월은 기분 좋은 시작을 했던 달로 기억될 것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많은 8패를 기록한 팀은 바로 댈러스 매버릭스다. 댈러스는 지난 2016~17시즌에도 첫 15경기를 2승13패로 시작했기에 어느 정도 익숙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샌안토니오와 함께 21세기 플레이오프 단골 손님이었고, 그러한 상황에 익숙한 팬들에게는 견디기가 쉽지 않은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댈러스의 팬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는 것은 스몰 라인업의 5번으로 출격하기 시작한 팀의 전설 덕 노비츠키가 지난해보다도 더욱 떨어지는 생산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25.2분의 출전시간에 11.3점 5.8리바운드 필드골 성공률 41.1%, TS% 50.6%는 통산 30000점을 넘긴 유일한 비 미국 태생 선수의 기록이라고는 믿기 쉽지 않은 기록이다. 여전히 위에서는 막기 힘든 슛 터치를 가지고 있지만 과거에는 당연히 들어갈 것 같았던 슛 시도들이 이제는 림을 자주 외면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시즌 NBA에는 바로 이 노비츠키의 젊은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선수가 하나 있다. 댈러스의 선수는 아니다. 바로 댈러스와 함께 시즌 1승에 머물러있는 시카고 불스의 신인 로리 마카넨이 그 주인공이다.
마카네는 북유럽의 핀란드 출신이며 노비츠키와 마찬가지로 7피트(약 213cm)라는 매우 큰 키를 가지고 있다. 1라운드 7번으로 이번 드래프트에 지명된 그는 노비츠키와는 달리 애리조나 대학에 진학해 미국 농구의 맛을 먼저 본 선수다.
득점과 리바운드는 이번 시즌 신인들을 중에서는 현재 신인왕 후보 0순위 벤 시몬스에 이은 2위고 평균 3점슛 성공 개수는 1위다. 말릭 몽크나 도노반 미첼처럼 가드 포지션의 선수들보다도 더 많은 3점슛을 성공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실 리그의 트렌드가 바뀌며 예전만큼 스트레치형 빅맨이 더 이상 희귀한 존재는 아니지만 약 213cm의 선수가 이 정도의 슛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매력적인 요소다. 그 덕에 현재 시카고 불스에서 가장 믿을만한 공격 옵션은 제리안 그랜트, 저스틴 할리데이 등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그가 구사하는 픽 앤 팝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카넨의 현재까지 모습은 그와 같은 나이에 데뷔를 했던 노비츠키의 1998~99시즌과 비교해도 확실히 우위인 모습이다. 파업 여파로 단축시즌이던 1998~99시즌 당시 노비츠키는 경기당 1.4개의 3점슛을 시도해 0.3개를 성공시키며 20.6%에 그쳤고 평균 득점은 8.2점에 머물렀다.
물론 당시는 3점슛을 지금만큼 많이 던지던 시기가 아니었다. 우선 매 경기 1개 이상의 3점슛을 던지는 7피트 이상의 선수도 노비츠키 한 명이었고 라에프 라프렌츠와 샘 퍼킨스를 빼면 빅맨으로 분류되는 선수 중 경기당 1개 이상의 3점을 시도하는 선수가 없던 시절이었다. 즉, 3점슛에 대한 인식 자체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시절이었다. 일례로 트랜지션 상황에서 노마크 3점슛을 종종 쏘던 ‘화이트 초콜릿’ 제이슨 윌리엄스의 플레이에 사람들이 기겁을 하던 시절이었다.
물론 노비츠키는 2년차부터 17.5점 6.5리바운드에 경기당 1.4개의 3점슛을 37.9%의 성공률로 림에 적중시켰다. 스트레치형 빅맨이라는 존재 자체가 낯설었던 리그에서 가드에 못지않은 장거리포를 장착한 파워포워드로 마이클 핀리, 스티브 내쉬등과 함께 댈러스 암흑기 청산의 1등 공신으로 팀의 전성기를 이끌기 시작했다.
미국이 주 무대인 NBA에서 유럽 출신의 빅맨, 7피트(약 213cm)의 신장, 긴 슛거리, 단순히 스트레치 형 빅맨으로 슛을 던지는 것이 아닌 필요시에는 림을 향해 그대로 돌진하는 모습, 상당히 암울한 상황의 팀에서 데뷔했다는 것까지 노비츠키와 마카넨은 비슷한 점이 꽤나 많다. 그렇기에 마카넨은 어쩌면 정말 노비츠키에 버금가는 커리어를 완성할 선수가 될지도 모른다.
물론 노비츠키에게는 그에게 엄청난 신뢰를 보내준 마크 큐반 구단주와 팀 보드진이 있던 반면 마카넨의 시카고에는 데릭 로즈, 지미 버틀러, 타지 깁슨, 조아킴 노아 등 마이클 조던 시대 이후 팀의 전성기를 이끄는데 공헌한 선수들을 헌신짝 버리듯 내친 구단 운영진이 있다. 그럼에도 이 핀란드산 빅맨은 성장 과정을 반드시 지켜볼 가치가 있다. 스포츠한국 김영택 객원기자 piledriver9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