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창욱 'PC방서 먹는 컵라면 꿀맛…게임 폐인 캐릭터, 낯설지 않았죠'
'조작된 도시'로 생애 첫 스크린 데뷔
"‘조작된 도시’…영화보다 더한 현실에 기분 묘했죠"
권유 캐릭터로 '액션 베테랑' 별명 붙어
로코·스릴러 새로운 장르 도전해보고파
2017-02-07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2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지창욱은 생애 첫 스크린 데뷔작 ‘조작된 도시’ 개봉을 앞두고 상기된 표정이었다. 요 며칠 자다가도 벌떡 깰 정도로 긴장된다면서도 연신 생글생글 웃으며 한증막의 매력을 설파하는 모습에서 특유의 여유와 자신감이 묻어났다. ‘조작된 도시’는 그의 전작 ‘무사 백동수’, ‘힐러’, ‘더 케이투’ 이후 또 한 번의 액션물, 지창욱은 “느낌이 좋다”고 힘줘 말했다.
‘조작된 도시’는 단 3분 16초만에 살인범으로 조작된 남자가 게임 멤버들과 함께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며 짜릿한 반격을 펼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극 중 지창욱이 맡은 역할은 무일푼 백수 권유로, 그는 어느 날 미성년자 강간 살인범이라는 누명을 쓰게 되고 게임 멤버들과 함께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며 거대 권력에 맞서게 된다. 지창욱은 8차선 대규모 카체이싱, 와이어 액션, 맨몸 격투신, 총격신 등 다양한 액션을 소화해내며 다시 한 번 액션배우로서의 진가를 증명했다. 앞서 전작들을 통해 쌓은 경험 덕분에 이제 액션은 그에게 가장 자신 있는 장르 중 하나다. 이같은 '액션 베테랑' 지창욱을 당황하게 만든 건 ‘상상액션’이었다. “아무래도 만화적인 요소들이 있다보니 CG가 사용되거나, 크로마키판 앞에서 상상만으로 연기해야 하는 장면이 많았어요. 예를 들어 교도소 안에서 돌아가신 엄마의 환상을 본다거나, 쌀알을 던져서 소리를 감지해 적들과 싸우는 액션신 같은 것들은 그래픽이 가미된 장면들이라, 연기를 하면서도 스크린에 어떻게 그려질지 굉장히 궁금했죠. 생각보다 재밌고 신선했어요.”
무엇보다 영화 초반, PC방에서 게임 폐인으로 사는 연기는 압권이었다. 번쩍이는 모니터에 눈을 고정한 채 컵라면 한그릇을 뚝딱 해치우는 능청스러운 모습으로 현실감 가득한 생활연기를 보여준 것. “PC방이 낯설지 않았어요. 실제로 중고등학교 때는 친구들이랑 많이 갔죠. 그 때 스타크래프트, FPS, 서든어택 이런 게임들이 엄청 유행해서 저도 푹 빠져 있었어요. 영화 속 권유랑 똑같아요. 지금도 가끔 PC방에 갈 때는 늘어진 티셔츠에 세수도 안하고 가요. 거기서 먹는 컵라면에 단무지가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요.”
지창욱에게 ‘조작된 도시’는 외로운 촬영이었다. 영화 초반부터 홀로 PC방에서 게임만 하다 홀로 교도소에 끌려갔고, 독방에 갇히기도 하고 늘 도망다녀야 했다. 이에 안재홍, 심은경 등 동료들을 촬영장에서 처음 본 날, 아이처럼 신났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심은경은 앞서 시사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지창욱과 어색한 사이”라고 밝혀 이목을 끌었던 바 있다. 지창욱은 이에 대해 설명했다. “친해질 시간이 많이 없었죠. 극중에서도 게임으로 만나는 사이고, 실제로 붙는 신은 몇 개 없었어요. 사실 처음에 심은경 씨가 워낙 말수도 적고 차분하셔서 ‘작품에 몰입하시는 중인가’ 싶었죠. 근데 알고 보니 그냥 저처럼 낯을 많이 가리는 분이셨어요. 심은경 씨, 안재홍 씨, 다들 영화 속에 나오는 모습이랑 똑같을 정도로 재밌는 분들이었는데 더 친해지지 못해서 아쉬워요.”
박광현 감독은 이미 3년 전 영화의 시나리오를 썼지만, 공교롭게도 최근 시국과 맞아떨어진 영화가 됐다. 최근 뉴스를 장악한 사건들에 비춰 봐도 ‘조작된 도시’라는 제목부터 관객들에겐 의미심장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지창욱은 “우리는 2015년에 촬영했는데 시국과 맞아 떨어진 게 있긴 있더라. 대중들이 봤을 때 현실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긴 했다. 보통 현실을 쫓아가는 영화를 만드는데 현실이 영화를 따라온 것 같고, 기분이 묘했다”며 “평범한 사람들이 권력을 악용하는 사람들과 맞서는 내용이지만 직접적인 것보다 상징적인 표현이 많아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