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루키] 박종환, 영화팬이라면 밑줄 쫙 긋고 외워둘 만한 이름
[박종환] '양치기'들서 연극배우 출신 역할대행업 직원 완주 역 열연
2016-06-14 스포츠한국 최재욱 기자
영화 팬이라면 이제 예의주시해야 할 배우가 하나 또 생겼다. 최근 개봉돼 호평을 받고 있는 영화 '양치기들'(감독 김진황, 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주인공 박종환이 바로 그 주인공. 8년 넘게 독립영화 '보통소년' '할수있는 자가 구하라 등과 드라마 '프로듀사' 등을 오가며 실력을 쌓아온 그가 지난해부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개봉된 흥행작 '베테랑' '검사외전'에 출연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데 이어 올 하반기 기대작 강동원 주연 '가려진 시간들' 촬영을 마쳤고 현재 임시완 진구 주연 영화 '원라인'을 한창 촬영 중이다. 앞으로 자주 볼 것 같은 예감이 확실히 들게 하는 실력파다.
박종환은 콤플렉스와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완주 역을 얄미울 정도로 잘 소화해내며 관객들을 영화에 몰입시킨다. '비호감'일 수 있는 캐릭터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며 측은함, 애잔함까지 느끼게 한다. 오랜 시간 연기에 대한 꿈 하나로 무명배우 생활을 해온 그에게 완주 캐릭터는 누구보다 이해될 캐릭터. 그는 관객들에게 원성을 살 완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완주는 사실 못된 남자, 나쁜 남자죠. 그러나 예전에 꿈이 많았던 연극배우를 했을 시절엔 안 그랬을 거예요. 한마디로 꿈을 좇는 사람이었는데 삶에서 실망을 맞이한 순간들이 많았기에 변했을 거예요. 그런데 돈만 보고 했던 역할 대행 일이 예상치 못한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자 본마음이 다시 드러나죠. 옳고 그른 것에 대한 판단을 확실히 할 수 있는 거라고 봐요."
“우선 시나리오가 정말 재미있었어요. 독립영화를 오래 하면서 장르적인 색깔이 있는 작품은 드물었어요. 그러나 ‘양치기들’은 일반 상업 영처럼 장르적인 색깔이 뚜렷해 매력적이었어요. 그러나 장르물에 매몰되지 않고 독립 영화다운 뚜렷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 더욱 좋았어요.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디까지 숨기고 살 수 있는 건지 말할 수 있어 좋았어요. 촬영기간이 짧으니 밀도 있게 연기를 할 수 있어 좋았어요. 특히 완주란 캐릭터가 사건을 추적해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해서 연기하는 게 정말 재미있었어요.”
박종환의 나이는 올해로 서른여섯. 서울예대서 연출을 전공하다 연기로 방향을 전환한지 8년이 됐다. 오랫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연기의 매력에 빠져 지냈기에 시간이 이만큼 지났는지도 자각을 못했다. 3년 전 제일 좋아하는 축구를 하다 십자인대를 다쳐 1년을 쉰 후 일이 잘 풀리기 시작했다.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김수현의 무능력한 형을 연기했고 영화 ‘양치기들’, ‘베테랑’ ‘검사외전’ 등에 줄줄이 캐스팅됐다.
“꿈을 안고 서울예대에 입학했는데 연출에 제가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학교를 자퇴하고 무엇을 할까 고민했는데 영화에 대한 애정을 버릴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대안으로 연기를 시작해보았는데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사실 ‘프로듀사’에 나오기 전까지 뚜렷하게 한 게 없기에 어머니가 내가 배우라는 걸 반신반의하셨어요. 요즘 영화 예고편이 나오고 하니까 이제 좀 안심하시는 표정이세요. 어머니 덕분에 버틸 수 있었어요. 사실 경제적 수입이 변변히 없었기에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었어요. 그런데 다리를 다치니까 어머니가 그냥 무조건 쉬고 재활하려고 하셨죠. 정말 죄송하고 감사할 따름이에요. 그 덕분에 일이 잘 풀려가는 것 같아요. ”
박종환이 최근 일이 풀리는 데는 인복이 큰 역할을 했다. ‘베테랑’ ‘검사외전’에서 호흡을 맞춘 황정민이 바로 그 주인공. 2년 동안 5000만 관객을 모은 황정민의 기운을 받은 게 아니냐는 장난스러운 질문을 던지니 “그런 것 같다”며 함박미소를 지었다. 황정민보다 더 큰 복을 불러들인 사람은 현재 박종환 인생에 가장 큰 활력소인 여자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