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휘재 '손가락 욕' 사과 한마디로 끝?
■ 강명석의 TV홀릭
더 불쾌한 것은 이휘재의 처신이다. 녹화된 영상은 이휘재의 행동이 고의임을 증명하지만, 그는 “무의식 중에 실수를 했다”고 변명했고, 곧바로 ‘올드 앤 뉴’ 녹화에 참여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면 그 날 방송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 행동이 어떤 상황에서 나온 것인지 확인하기 힘들고, 그래서 실수라는 말로 대충 넘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동영상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 연예인의 공적인 행동은 영원히 ‘증거’로 남고, 그 증거는 연예인들에게 행동에 걸맞은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한다.
이휘재 사건도 시청자들의 거듭된 항의로 13일 방송위원회 연예오락심의위원회에서 징계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는 연예인과 대중의 역학관계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예인이 스타가 되는 순간 대중보다 큰 힘을 갖고,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도 언론 플레이만 잘하면 ‘사과’ ‘참회’ 같은 몇 마디 말로 적당히 넘어갈 수 있던 시절이 지났다는 것이다.
요즘 시청자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도박사건으로 잠시 ‘자숙’하다가 ‘올드 앤 뉴’로 방송 활동을 재개한 신정환에 대해서도 복귀가 너무 일렀다는 비판이 여전하고, 이는 이휘재 사건이 더욱 확대되는 이유가 됐다. 같은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계속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사과만 하니 시청자들이 곱게 볼 리 없다.
대중의 시선은 점점 날카로워지는데 연예인은 옛날 그대로다. 그 결과는 해당 연예인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전체, 연예계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이어진다. 바른 말 하자고 만든 방송에서 욕을 한 연예인이 “죄송하다”고 한마디 하고 계속 방송에 나와 낄낄거리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 아니다. 기만이고 모욕이다. ‘상상플러스’ 제작진이라도 이 불쾌함에 대한 책임 있는 선택을 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