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한단계 더 발전하기 위한 전임 총재들의 고견을 들어보는 기회를 자주 갖자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관중석을 가득 메운 잠실구장 경기 모습. 
프로야구가 한단계 더 발전하기 위한 전임 총재들의 고견을 들어보는 기회를 자주 갖자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관중석을 가득 메운 잠실구장 경기 모습. 

82달러에서 3만3000달러, 1억7500만달러에서 6839억4000만달러로-. 지난 60년간 400배 넘게 증가한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과 3900배 늘어난 총 수출액이다. 하지만 이같은 발전을 거듭해온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식어간다고 전·현직 경제 수장이 경고했다. 재정 건전성은 악화되고 있는데 정치권은 오히려 나랏돈 낭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컸다.

지난 25일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호텔에서 ‘한국 경제의 오늘과 내일’을 주제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60주년 기념 국제콘퍼런스를 열었다. 산업화이후 60년간 빠르게 성장한 경제를 돌아보고 앞으로 60년을 조망하는 자리였다. 전·현직 경제부총리와 장관, KDI 원장이 참석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개회사에서 “지난 60년간의 자랑스러운 성과가 앞으로의 60년을 보장하진 않는다”며 “세계 경기 둔화와 금융 불안, 수출·투자 부진, 국가채무의 빠른 증가, 국제 기준과 동떨어진 규제, 세계 최저 출산율로 인한 인구 감소 등으로 성장 잠재력이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동철 KDI 원장 역시 환영사에서 “현재 경제는 인구구조 변화와 잠재 성장률 하락, 세계 패권 경쟁과 기후변화 등 복합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전직 경제부총리의 진단도 같았다.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대로 간다면 일본처럼 축소 균형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고, 장병완 전 기획예산처(현 기재부) 장관은 “저출산, 고령화, 공적연금 부실에 대한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 보도를 접하면서 문득 KBO 리그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 생각났다. 그리고 전직 총재들은 어떤 생각을, 특히 프로야구 발전에 관한 어떤 대책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을까 궁금했다.

1982년 출범한 KBO 리그는 한국경제만큼 고속 성장을 이루진 못했지만 눈에 띄는 성장은 달성하고 있다. 원년 6팀으로 출발한 팀수가 10팀으로 늘었고, 경기수는 240에서 720으로 3배나 증가했으며 경기당 관중수는 5,995명에서 11,092명(이하 30일 현재 기록)으로 1.85배나 뛰었다. 시즌 관중은 144만명에서 840만명(사상 최고치인 2017년 기준)으로 5.8배나 급증했다.

하지만, 성장 엔진은 한국경제만큼 식어간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야구 변방’인 세계 10위 호주에 7대8로 덜미를 잡혀 3대회 연속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이 와중에 한국 국가대표 투수들은 스트라이크를 제대로 못 던지는 등 졸전을 거듭해 일본 언론들로부터 조롱에 가까운 질타를 받았다.

당시 한국팀의 ‘도쿄 참사’에 충격을 받아 적지 않은 팬들이 야구를 외면했다(필자의 주변에 특히 많았음). 그러나 인간은 역시 ‘망각의 동물’이었다. 하루가 지나면 선두권이 바뀌는 대혼전, 이 열풍을 최고 인기구단인 LG와 롯데가 이끌고 있으니 팬들이 야구장으로 몰려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세계 최대의 노래방’이라는 야구장의 특성이 경기 내용과 상관없이 관중을 끊임없이 불러 모으고 있다. 그러나 개막 2개월 만에 하위권으로 전락한 7~10위 삼성, 키움, 한화, KT의 무기력한 패배는 관중 동원의 ‘아픈 손가락’이다. 4사구 남발로 부쩍 늘어난 밀어내기 실점은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다. 내, 외야수의 어설픈 송구 등 기본기를 잊은 플레이는 응원 함성에 묻혔지만 있어서는 안 될 장면이다.

메이저리그에 30분 가까이 뒤지는 ‘엿가락’ 경기 평균 시간(연장 포함, 3시간16분)은 2030들이 여차하면 떠날 악재다.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KBO 리그를 총괄 지휘했던 전직 총재들의 고견도 들을 만 하다. 출범 이후 현직 총재가 전직 총재들을 초청한 것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인데 그나마 오찬을 겸해 인사를 나누는 형식적인 만남이었다.

40주년을 넘기긴 했지만, 올해라도 전직 총재들을 초대해 경제계처럼 콘퍼런스는 아니더라도 간담회를 가지면 야구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프로야구에 대한 애정이 많은 분들이니까. 본지 객원기자

김수인 객원기자
김수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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