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분명 패한 경기였다. 그것도 1만2000여명의 홈팬들 앞에서 2-3 패배. 하지만 수원 삼성 서포터즈들은 종료 휘슬이 울렸어도 ‘나의 사랑, 나의 수원’을 부르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경기 후 만난 수원 김병수 감독, 주장 이기제는 하나같이 패배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앞으로에 대한 ‘희망’을 얘기했다.

분명 졌는데도 진 것 같지 않게 ‘희망’을 얘기하는 수원 삼성이었다.

ⓒ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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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은 21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14라운드 울산 현대와의 홈경기에서 2-3으로 패했다.

울산은 전반 5분만에 루빅손의 골이 터지며 앞서갔지만 3분뒤인 전반 8분 이기제의 프리킥에 이은 안병준의 골로 1-1 동점을 허용했다. 전반 40분 김영권이 홍명보 감독의 현역시절을 연상케하는 중거리 슈팅으로 2-1을 만들었지만 후반 16분 수원 주장 이기제가 프리킥 득점을 넣어 2-2가 됐다. 후반 40분 수원 수비수 이상민의 수비 실수로 만들어진 페널티킥을 마틴 아담이 성공시키며 울산이 끈질긴 추격을 펼친 수원을 3-2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울산은 14라운드 만에 시즌 두 번째 6연승을 달성하며 압도적 1위를 굳건히 했다.

반면 패한 수원은 탈꼴찌에 실패했다. 14경기 승점 8점. 리그 11위인 강원FC와 승점 3점차. FA컵 역대 최다 우승팀이라는 명예가 실추된 올시즌, 이병근 감독이 물러나고 김병수 감독이 부임하며 1승2패로 여전히 갈길이 멀다.

분명 패한 경기였지만 수원월드컵경기장의 분위기는 어둡지 않았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뒤에도 수원 서포터즈들은 ‘사랑한다 수원’이라는 가사가 들어간 노래를 부르며 선수단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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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김병수 감독은 경기 소감으로 가장 먼저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의지를 봤고 큰 울림을 받았다. 졌지만 하고자 하는 간절함을 봤다. 이번 패배가 좋은 영향을 주리라 본다”고 말했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주장 이기제 역시 같은 얘기를 했다. 이기제는 “저희가 원래 지고 있을 때 무너지는 경향이 있는데 따라가는 경기를 했다는 점에서 희망을 봤다. 만족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본 경기”라는 소감을 밝혔다.

즉 패했는데도 감독-선수-팬 누구도 패배보다는 ‘희망’을 얘기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리그 최강팀인 울산을 상대로 골을 먹어도 계속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고 마지막 결정적 실수에 의한 페널티킥을 헌납하지 않았다면 비겼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경기력 면에서는 한참 뒤쳐졌지만 그동안 수원 선수단을 지배하던 패배의식을 걷고 실점에도 계속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은 감독-선수, 그리고 팬들이 느꼈다. 그렇기에 경기 후에 팬들이 선수단을 위한 노래를 불렀으리라.

아직 탈꼴찌는 멀다. 그리고 또 졌다. 하지만 수원은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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