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일본의 쿠리야마 히데키(61) 감독은 너무 답답했다. 지나친 믿음의 야구였다. 하지만 그 믿음은 가장 부진했던 선수의 끝내기 안타로 돌아왔고 보답을 받았다.

끝내기 안타를 치고 기뻐하는 무라카미 무네타카. ⓒAFPBBNews = News1
끝내기 안타를 치고 기뻐하는 무라카미 무네타카. ⓒAFPBBNews = News1

일본 야구 대표팀은 21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8시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브솔클래식(WBC) 4강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무라카미 무네타카의 끝내기 안타로 6-5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4-5로 뒤지던 일본은 9회말 직전까지 4타수 무안타 3삼진으로 대회 타율 0.190에 그쳤던 무라카미의 끝내기 2타점 역전 2루타로 승리해 결승에 진출했다. 22일 열리는 결승에서는 미국과 맞붙는다.

일본 NPB의 닛폰햄 파이터스에서 10년간 장기집권한 쿠리야마 감독은 지난해 11월부터 일본 야구 대표팀 감독으로 취임했다.

이번 일본 야구 대표팀은 오랜시간 선수들을 설득해 최정예로 대표팀에 합류시키고 사상 첫 외국인 국가대표(라스 눗바)도 끌어들이는 등 일본 야구 대표팀 역사상 최강 전력으로 기대를 받았다. 마침 B조에 한국을 제외하곤 1위를 다툴만한 상대도 없는 ‘꿀대진’이었고 4전 전승으로 8강에 진출했을 때 A조에서 2승2패 난전이 벌어져 약체로 분류됐던 이탈리아와 맞붙는 행운까지 따랐다.

4강 멕시코전이 사실상 제대로 된 팀과 맞붙는 첫 경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일본.

‘진짜’와 맞붙자 매우 고전한 일본 대표팀은 특히 쿠리야마 감독의 용병술이 매우 답답했다. 일단 이번 대회 내내 극도로 부진한 '일본 홈런왕' 무라카미 무네타카를 계속 중심타선에 활용했고 이날도 5번 타순에 내세웠지만 8회까지 삼진만 3개를 당하며 4타수 무안타에 잔루를 무려 4개나 남길정도로 부진했다.

뿐만 아니라 선발투수 사사키 로키가 4이닝 3실점을 한후 올린 사실상 1+1 선발인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너무 길게 끌었다. 야마모토가 7회까지 3이닝 무실점으로 매우 잘 막고 있었다 할지라도 3이닝 정도 던졌으면 힘이 떨어질만도 했다. 실제로 95마일을 던지던 구속이 8회부터 94마일, 93마일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밀어붙이다 연속 2루타로 7회말 겨우 동점을 만든 분위기를 다시 리드로 내주고 말았다.

또한 4회말 2사 1,2루-5회말 2사 만루-6회말 2사 만루의 연속된 기회에서 대타를 써볼만도 했지만 끝까지 기존 타자들을 고집하다 득점에 실패하기도 했다.

오타니 쇼헤이(왼쪽)와 쿠리야마 히데키 감독. ⓒAFPBBNews = News1
오타니 쇼헤이(왼쪽)와 쿠리야마 히데키 감독. ⓒAFPBBNews = News1

이렇게 쿠리야마 감독의 믿음의 야구는 최악의 결과로 남는가 했다. 하지만 9회말 이 모든 것을 보상받았다. 타율 0.190에 이날 경기 4타수 무안타 3삼진으로 극도로 부진했던 무라카미가 9회말 무사 1,2루에서 담장을 맞추는 끝내기 2타점 2루타를 때려낸 것. 왜 대타를 쓰지 않는가 했지만 무라카미는 마지막 기회에서 쿠리야마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결과가 나와서 망정이지 이날 일본 타선은 잔루만 무려 17개를 남기는 답답한 경기를 했다. 과연 22일 곧바로 열리는 미국전에서 쿠리야마 감독의 용병술과 믿음의 야구가 어떤 결과를 낼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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