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랑의 이해'서 청경 정종현 역 맡아 

배우 정가람/사진=매니지먼트숲
배우 정가람/사진=매니지먼트숲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지난달 종영한 JTBC 드라마 '사랑의 이해'는 "고구마 100개에 사이다 조금"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판타지라고는 1도 없는 현실남녀의 사랑법을 그리며 마니아 시청자층을 양산했다. 최고 시청률은 3.6%(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기준)로 다소 아쉬운 수준이었지만 넷플릭스에서는 ‘오늘 대한민국의 톱10 시리즈’에서 톱3를 차지할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또한 방송 당시와 종영 이후에도 각종 SNS와 드라마 관련 커뮤니티에 드라마의 주인공들의 선택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질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사랑의 이해'는 각기 다른 이해(利害)를 가진 이들이 서로를 만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이해(理解)해 나가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KCU 신협 은행 신포점에 근무하는 하상수(유연석), 안수영(문가영), 박미경(금새록), 정종현(정가람)이 각자 처한 상황 속에서 사랑하고 오해하고 아파하며 사랑에 대한 이해를 높여가는 과정을 그렸다.

특히 '사랑의 이해'는 남녀 간의 사랑에서도 계급과 신분 차이가 복잡미묘하게 작용한다는 대전제를 극사실주의처럼 그려냈고 그 중에서도 정가람이 연기한 정종현은 은행내 계급 구도 속에서 가장 약자이자 피라미드의 가장 하단에 해당하는 인물이었다. 

KCU 신협 은행 신포점의 여신 안수영을 차지했으나 결국 놓아 버리게 되는 계약직 청경 정종현을 연기한 정가람을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영화 '4등'으로 데뷔해 눈에 띄는 신예로 눈도장을 찍은 후 영화 '독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과 넷플릭스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1, 2로 꾸준한 활약을 펼쳐 온 정가람은 군 제대 후 복귀작인 '사랑의 이해'로 사랑에 울고 웃는 20대 청춘 정종현에게 생명의 숨결을 불어 넣으며 30대 정가람의 배우 인생을 기대케 했다. 

- 종현이 안수영과 하룻밤을 보낸 소경필의 뺨을 갈기는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 원작에서는 더 심한 내용이었다. 종현이 수영의 뺨을 떄리는 거였다.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다고 봤다. 그래서 경필의 뺨을 때리는 것으로 바꿨는데 그런 점에서 안도감이 든다. 댓글 반응에서는 화를 많이 내는 모습을 봤다.(웃음)

- 그 장면을 촬영할 당시 어려움은 없었나. 

▶ 종현의 입장으로 볼 때 1차원적으로 내 여친과 잠을 잔 사람이 내 눈 앞에 있다 보니 그 일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해볼 생각조차 못할 정도로 멘탈이 나간 상황이었다. 경찰을 준비하는 사람이 어떻게 폭행을 저지르는가에 대한 반응들도 봤는데 수영에 관한 일이라면 종현으로서는 그런 반응이 나올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아마 하상수(유연석)에 대한 반감의 감정도 담겨 있었을 거다. 현장에서 제가 너무 리얼하게 접근하면서 좀 흥분 상태였다. 연석 선배가 '그래도 촬영은 차분하게 해야 한다. 너무 감정이 서있으면 다칠 수 있다'고 충고해주셨는데 제가 실제로 다쳤다. 상대를 치면 안되기에 벽을 쳤는데 손이 다 나갔다. 피도 나고 심하게 다쳤었다. 제 몸이 다치는 건 괜찮은데 촬영마저 멈추게 됐다. 나중에 연석 선배가 약도 발라 주시고 치료해 주셨다. 저 때문에 촬영이 딜레이 되니 부끄러웠다. 

- 수영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종현이 안스럽게 다가올 때가 많았다. 

▶ 저도 종현을 바라볼 때 많이 아팠다. 이 아이는 왜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을까. 저도 이제 30대가 됐는데 종현이는 아직 많이 어리고 미숙했던 것 같다. 사랑에 너무 몰입해 있다 보니 더 이해해보려 하지 않고 마음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태가 된 것 같다. 사랑을 바라보는 성숙함이 부족했다. 점점 더 비관적으로 변해가는 종현이 안타까웠지만 이해는 갔다. 

- '좋아하면 울리는'에서 이혜영 역은 정종현과는 반대 지점에 있는 모습이었는데. 

▶ 혜영은 어른이었다. 상대를 배려하고 감싸줄 수 있고 기다려주는 인물이었다. '네가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줄게'라는 마음을 늘 가진 캐릭터였다. 종현도 마음은 그랬을 텐데 안타깝다. 수영이 기대고 싶고 힘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을 텐데 아버지도 아프시고 경찰 시험은 계속 떨어지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만 주게 되는 현실 때문에 결국 되돌릴 수 없는 관계에 놓이게 된 것 같다. 

- 수영과 종현의 사랑이 남녀간의 사랑이었을까. 

▶ 처음 사랑이 시작될 때는 진심 아니었을까. 마지막 회에서 종현이 경찰이 되고 교통 정리를 하고 있을 때 수영이 지나가며 종현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다. 수영이 예쁘게 웃어주고 가는데 마치 어미새가 아기새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종현의 입장에서 수영은 자신을 성장시켜 준 사람이다. 사랑이 뭔지 알려준 사람이랄까. 인간으로서 종현을 성장시켜준 사람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그런 마음도 사랑의 일종 아니었을까. 

- 문가영과의 호흡은 어땠나. 

▶ 나이로는 가영 배우가 훨씬 동생이지만 막상 촬영하면서는 어른스러움을 느꼈다. 책임감도 강하고 힘들다는 소리를 절대 안하더라. 누나 같기도 하고 선배 같기도 했다. 가영 배우에게 많이 의지했다. 정말 안수영 그 자체였다. 

- 네티즌들에게 가장 아픈 댓글을 많이 받은 캐릭터 중 한 명이 종현이다. 그런 면에서 서운하다거나 아쉬운 점은 없나. 

▶ 종현을 향해 "저런 남자 피해야 한다"는 댓글도 읽은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 드라마는 멜로 드라마에서 다룰 수 있는 다양한 인간군상이 나오지 않았나. 남녀간의 사랑의 갈등을 다양하게 다뤘다. 이런 부분에 몰입해서 바라봐 주시고 반응도 주셔서 오히려 감사하다.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해 영광이었고 제 필모그라피에서 한층 저를 성장시켜준 드라마였다. 저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준 드라마였다. 정가람에게도 사랑의 이해가 생겼다. 

- 이 드라마를 통해 사랑에 대해 깨달은 게 있다면. 

▶ 연인간에 불꽃 같은 사랑의 감정도 있겠지만 종현의 타오르는 사랑보다 수영의 바라봐 주는 사랑이 더 크지 않았나 싶다. 종현이는 수영을 욕할 수 없다. 수영이 종현의 마지막 사진을 찍어주며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마"라고 말해준다. 그런 마음이 모두 느껴졌다. 결국 먼 훗날 종현도 깨닫지 않았을까. 못난 나를 안아주고 품어주는 사람이었다는 걸 말이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사랑의 굉장히 다양한 모습들에 대해 고민해보게 됐다.  

- 신포점 지점장에게 종현이 수시로 갑질을 당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사회 생활 초년병 시절 직장내 갑질 같은 걸 경험해본 적이 있나. 

▶ 저도 20세 때 서울에 올라와서 아르바이트를 이것 저것 많이 해봤다. 저도 갑질을 당해본 적이 많다. 단역 생활을 할 때 많은 일을 겪었다. 그 때는 방법이 없더라. 서러움을 꽤 겪었다. 극 중 지점장 역을 연기하신 정재성 선배님은 실제로는 매우 좋은 분이다.(웃음)

- 실제 연애할 때는 어떤 스타일인가. 

▶ 지는 게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스타일이다. 양보할 수 있으면 양보한다.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많은 자료들을 찾아봤다. 사랑이란 내가 주는 것만큼 받고 싶은 욕심이 들지만 그런 욕심은 버려야 한다. 상대에게 10가지 좋아하는 일을 해주는 것보다 한가지 싫어하는 일을 안하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항상 마음이 편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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