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 대표팀의 지소연(가운데). ⓒ대한축구협회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대한민국 여자축구 대표팀 앞에 가시밭길이 펼쳐졌다.

콜린 벨(61·잉글랜드)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 인도 푸네의 시리 시브 차트라파티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C조 조별리그 일본과의 최종 3차전에서 1-1로 비겼다.

한국 대표팀은 킥오프 후 약 30여초 만에 어이없는 실책으로 점수를 내주고 시작했다. 센터백 임선주가 안일하게 볼처리하는 사이 우에키 리코가 허점을 놓치지 않고 볼을 뺏어냈다. 이어 일대일 찬스를 내준 한국은 허무하게 골을 내줬다.

후반 40분 벨 감독의 승부수였던 교체카드 서지연이 코너킥에서 파생된 혼전상황에서 동점을 맞추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너무 늦은 반격이었다. 남은 시간 한국은 꼭 필요했던 역전에 실패했다.

이 무승부로 한국은 1위를 놓쳤다. 일본과 같은 2승 1무(승점 6점)지만, 골득실이 +5로 일본(+8)에 밀렸다. 스포츠에 가정은 의미가 없지만 단 30초 만에 나온 안일한 플레이에서 비롯된 실점이 없었다면 한국은 1위에 올랐을지도 모른다.

지난 27일 한일전에서 선제골을 내준 여자축구 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이번 1위 다툼은 한일 양국의 단순 자존심 싸움이 아니었다. 8강서 B조 1위 호주를 피할 수 있는 큰 이점을 건 승부였다. 결국 이를 손에 쥔 일본은 다른 조 3위를 만난다. 호주와는 경기력에서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번 8강전은 아시안컵 우승을 위한 과정 그 이상의 의미가 하나 더 있다. 이번 대회서 호주(개최국 특권)를 제외한 상위 5개팀은 다가올 2023 FIFA(국제축구연맹) 호주·뉴질랜드 여자축구 월드컵에 곧바로 진출하는 권리를 얻는다.

그렇기 때문에 8강전에서 승리하는 팀은 곧바로 월드컵 진출권을 따낼 수 있는 상황. 한국은 그 중요한 경기에서 강호인 호주를 만나게 되는 그야말로 가시밭길이 펼쳐졌다.

FIFA 랭킹 11위 호주는 지난 27일 태국전까지 2-1 승리로 장식했다. 조별리그에서 24득점을 몰아치는 동안 단1실점으로 전승을 기록하는 괴력을 뽐내며 우승후보 자격을 증명했다.

호주 여자축구 대표팀. ⓒAFC
한국 대표팀이 이런 호주를 상대로 극적인 승리를 거둔다면 그것은 더할나위 없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 호주가 앞서는 만큼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맞대결 전적 또한 17전 2승 2무 13패로 한국에 웃어주지 않고 있다.

만약 한국이 패배한다면 사상 첫 아시안컵 제패는 멀어지게 되겠지만, 월드컵 진출권을 따낼 확률은 그래도 살아있는 것이 위안거리다. 호주가 4강 한 자리를 차지하면 또다른 4강 진출팀 3팀이 각 진출 티켓 한 장씩을 가져가 총 3장이 사라진다. 남은 2장을 두고 8강서 패배한 4개 팀이 다투게 된다.

한국은 차후 대진을 통한 단판승부에서 승리를 거두면 한 장의 진출권을 거머쥘 수 있다. 하지만 체력적, 정신적으로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하는 불안 요소가 있다. 여기서까지 티켓을 놓친다면 한국은 추후 월드컵 진출을 두고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뚫어야하는 난관에 봉착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일본과의 무승부, 특히 아쉬웠던 첫 실점이 눈에 밟히는 대표팀이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기도 하다. 안타까운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다시 팀을 재정비해 다가올 호주전에서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

호주와의 8강전은 오는 30일 지난 한일전과 같은 장소인 인도 푸네의 시리 시브 차트라파티 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다.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에 드라마 같은 기적이 찾아오길 기대해본다.

여자축구 대표팀의 콜린 벨 감독(왼쪽)과 지소연.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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