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 ⓒ연합뉴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이 레바논을 격파했다. 경기장 잔디가 곳곳에 파여있는 가운데, 파울루 벤투(53) 감독은 잔디 상태가 그나마 양호했던 측면을 공략해 레바논을 무너뜨렸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7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9시 레바논 시돈의 사이다 무니시팔 경기장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7차전 레바논과의 원정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이로써 한국은 승점 17점(5승 2무)으로 이란(승점 19점·6승 1무)에 이은 A조 2위를 유지했다. A조 3위 아랍에미리트(UAE)도 시리아를 꺾으면서 승점 9점(2승 3무 2패)을 기록하면서, 한국은 카타르월드컵 본선행 확정을 시리아전으로 미루게 됐다.

한국은 이날 쉽지 않은 경기를 치러야 했다. 경기 시간 불어닥친 강풍으로 인해 공의 방향은 수시로 바뀌었고 레바논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도 이어졌다. 터키 이스탄불 일대를 찾은 대폭설로 인해 레바논 도착도 늦어졌던 대표팀으로서는 어느하나 쉬운 조건이 없었다.

특히 잔디 상태는 최악이었다. 경기장 중앙에는 아예 흙으로 움푹 패인듯한, 논두렁이 연상되는 흙밭이 펼쳐졌다. 벤투 감독은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패스 플레이 위주로 풀어가는 '빌드업 축구'를 구사했다. 중원 장악이 중요한 대표팀으로서는 최대 악재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 ⓒ대한축구협회
그러나 벤투 감독은 '빌드업 축구'에 대한 신념 대신 실리를 선택했다. 짧은 패스로 이어가기 보다는 후방에서 전방으로 이어지는 롱패스와 측면 공격을 주로 활용했다. 전반 24분 윙백 김진수가 페널티박스로 파고들고 김민재가 이 움직임에 맞춰 택배 롱패스를 건네준 것이 대표적이었다. 더불어 이용의 날카로운 크로스도 줄기차게 레바논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투톱으로 나선 황의조와 조규성도 부지런히 측면까지 활동폭을 넓히며 벤투호의 '측면 축구'를 지원했다. 결국 전반 추가시간 왼쪽 측면으로 빠진 황의조가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조규성이 오른발 슈팅으로 해결하며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중앙에서 빌드업 축구를 고집하던 벤투 감독의 대변신이 결실을 맺은 셈이다.

이날 경기후 방송 인터뷰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은 "경기를 보셨다시피 그라운드 환경이 안좋았다. 특히 중원 잔디가 안좋아서 최대한 사이드로 많이 풀어가려했고 그래서 투톱을 세웠다. 측면으로부터 투톱으로 들어가는걸 준비해왔다"고 벤투 감독의 측면 공략 전술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벤투 감독이 유연해졌다. 카타르월드컵 티켓을 앞두고 더 이상 자신의 신념과 철학만 고집하지 않았다. 실리를 취하고 승리를 따내며 카타르월드컵 티켓을 사실상 예약했다. 올해 카타르월드컵이 펼쳐지는 가운데, 2010 남아공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16강 진출을 꿈꾸는 대표팀으로서는 어느 때보다 반가운 벤투 감독의 변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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