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비록 4-0 대승을 거뒀음에도 호주 측은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오히려 자국에선 “박항서와 이별할 시간”이라며 부진한 성적에 비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27일(이하 한국시각) 오후 6시 10분 호주 멜버른의 AAMI 파크 경기장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7차전 호주 원정경기에서 0-4로 크게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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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30분만에 호주의 토마스 로기치가 왼쪽에서 문전으로 올린 높은 크로스를 호주 공격수 제이미 맥라렌이 뛰어올라 프리 헤더를 성공시켜 선제골을 가져갔다. 전반 추가시간 2분에는 도움을 기록했던 로기치가 최종 수비 라인을 허물고 스루패스를 이어받아 골키퍼가 나오자 침착하게 왼발로 툭 차넣으며 호주에 2-0 리드를 안겼다.

후반 27분에는 크렉 굿윈이 왼발 슈팅으로 호주에 세 번째 골을 안겼고 후반 31분에는 릴리 맥기의 오른발 땅볼 중거리슈팅까지 터지며 호주는 4-0 대승을 거뒀다.

베트남 입장에서는 예견된 대패였다. 호주와의 객관적 전력차가 크고 원정경기이기도 했다. 또한 베트남은 A매치에 데뷔하는 선수가 있을 정도로 강팀을 상대로 경험을 쌓는데 치중했다. 박항서 감독의 목표는 오는 2월 1일 열리는 중국과의 홈경기인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중국을 상대로 이미 2-3으로 아쉽게 패한 바 있기에 승점 1점이라도 따기 위해선 결국 중국을 잡아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정을 이해하는지 호주 수석코치인 르네 뮬레스틴은 “베트남의 노력은 반드시 인정받아야 한다. 정말 엄청난 에너지가 돋보였다. 보셨다시피 계속 뛰어다녔고 멈추질 않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또한 “(베트남 입장에서)원정경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뮬레스틴 수석코치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끌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1군 코치를 지냈던 경력으로 유명하다. 이후 EPL 풀럼 감독 등도 지냈다. 박지성을 맨유에서 지도하기도 했다.

이렇게 상대는 칭찬하지만 정작 자국인 베트남에서는 비난 여론이 나오고 있다. 베트남 매체 소하 더 타오에 따르면 이 매체에 기고하는 예르네이 카멘섹이 “호주전은 90분 내내 공없이 뛰어다니기만 했다. 박항서 감독은 이에 대해 아무런 변화를 주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카멘섹은 베트남 축구에서 10년간 일한 슬로베니아의 베트남 축구 전문가다. 그는 “베트남 축구협회는 이제 모여 앉아 이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생각해야한다. 박항서와 함께 베트남 축구는 정상에 올랐다 반대편 언덕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이미 정상을 찍었고 내가 결정할 수 있다면 감독을 교체할 것”이라며 “베트남 축구에는 새로움이 필요하다. 베트남 축구를 새로운 레벨로 올려줄 수 있는 새로운 감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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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일부의 주장일 수 있다. 또한 최종예선 7전 전패의 성적은 분명 실망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베트남은 박항서 감독 아래 최초의 최종예선 진출을 해본 팀이다. 박항서 감독이 아니었다면 최종예선에서 전패조차 해보지 못했을 팀이었을 것이며 최종예선에서 아시아 강한 상대와 맞붙으며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고 있다는 것은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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