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이래서 엔터테인먼트, 공연, 퍼포먼스의 천국인 미국인가 싶다. 미국 여자축구의 전설적인 선수인 칼리 로이드의 은퇴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감이 엄청났고 퍼포먼스도 대단했다.

한국 여자 대표팀을 보기 위해 생중계를 튼 한국 축구팬들은 칼리 로이드를 잘 모르더라도 이날 은퇴식에 확 빠져들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몰입감은 엄청났다.

ⓒAFPBBNews = News1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대표팀(FIFA 랭킹 18위)은 27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9시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의 알리안츠 필드에서 열린 미국(FIFA 랭킹 1위)과의 A매치 친선경기 2차전에서 0-6으로 대패했다.

지난 22일 미국과의 A매치 평가전 1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두며 선전했던 한국은 전반 8분과 45분 연속해서 한국 수비 맞고 굴절된 실점을 한 후 후반전 막판 대량실점하며 대패했다.

이날 경기는 미국 입장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이날 경기까지 A매치를 무려 316경기나 뛴 전설적인 선수 칼리 로이드의 은퇴식이 있던 경기. 미국 A매치 역사상 최다득점 5위인 134골을 넣은 로이드의 은퇴식은 처음부터 은퇴 기념으로 가족들과의 사진 촬영, 316이 새겨진 등번호가 찍힌 유니폼 등 여러 행사로 로이드의 은퇴식에 모든 것이 초점이 맞춰져있음을 알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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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중에는 수없이 로이드의 모습을 비추고 그녀의 주장 완장은 특수제작된 은퇴 기념용 완장으로 의미를 담기도 했다.

이날 로이드는 경기력 면에서 은퇴하기 아까운 실력을 보였다. 왼발 감아차기 슈팅을 김정미 골키퍼가 멋지게 선방하지 않았다면 은퇴식에 골까지 넣을 수도 있었다.

후반 19분 로이드가 교체아웃될때가 절정이었다. 관중들에게 충분히 박수를 받게 하기 위해 로이드는 풀타임을 뛰지 않았고 교체가 발표되자 관중들은 기립해 로이드를 향해 박수쳤다. 로이드 역시 자신 인생 마지막 A매치임을 느끼고 멈춰 감정이 복받친 얼굴을 했다.

그리고 로이드는 축구화를 벗었다. 말 그대로 ‘축구화를 벗으며’ 자신이 은퇴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알린 것이다. 동료들과 포옹하며 감사를 전했고 관중들은 더 큰 호응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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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나가던 로이드는 갑자기 자신의 유니폼 상의를 벗었다. 그러자 안에는 똑같은 미국 유니폼 등번호 10번에 ‘홀린스’라는 이름이 적힌 유니폼이 나왔다. 결혼을 했기에 이제 남편의 성을 따라 홀린스라는 성을 쓴다는 의미. 결혼전 축구선수 생활을 시작해 선수명은 로이드로 뛰었지만 결혼 후 홀린스로 바뀌었고 이제 선수에서 은퇴하기에 홀린스로 살아간다는 가슴 찡한 상징적 퍼포먼스였다.

이 장면은 로이드를 잘 모르는 한국사람이 봐도 확 몰입되고 그 의미를 알 수 있는 정말 멋진 퍼포먼스였다.

한 선수의 은퇴경기가, 그리고 보여주는 경기 외적인 퍼포먼스가 정말 차원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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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한 스틸컷 : 스틸 컷(Still cut)은 영상을 정지된 화면으로 보여주는 것을 뜻합니다. 매 경기 중요한 승부처의 한 장면을 있는 그대로 자세히 묘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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