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서귀포=이재호 기자] 2016년 K리그 영플레이어상(신인왕)을 수상한 이후부터 늘 ‘K리그 최고 오른쪽 윙백’하면 안현범(26·제주 유나이티드)의 이름은 빠지지 않는다. 안현범하면 ‘스피드 스타’, ‘활동량’, ‘치달(치고달리기)의 달인’ 이라는 수식어가 떠오를 정도로 많이 뛰는 빠른 오른쪽 윙백의 대명사인 안현범.

제주도 서귀포의 제주 유나이티드 클럽하우스에서 안현범을 만나 파이널 라운드 직전 파이널A 진출에 대한 욕심과 국가대표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프로축구연맹
▶제주의 흐름 따라가는 안현범

4월까지만 해도 승격팀 제주의 시작은 매우 좋았다. 3월 6경기 1승5무, 4월 3승2무1패로 4월 종료시점에는 무려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전북 현대, 울산 현대의 양강구도를 깨뜨릴 팀으로 주목받았고 그속에서 안현범 역시 10경기만에 라운드 베스트11에 무려 3번이나 선정되며 제주 상승세의 주역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후 제주의 상승세는 사라졌다. 무려 12경기 연속 무승에 빠졌고 8월 FC서울에 이기기전까지 119일간 승리하지 못했다. 그사이 안현범은 컨디션 난조로 8월을 통째로 결장하며 제주가 ‘왼쪽에 비해 오른쪽이 약하다’는 말이 나올 때 가장 필요한 선수로 언급됐다.

결국 컨디션 난조를 이기고 9월부터 돌아온 안현범은 6경기 모두 출전해 2도움을 기록하며 4승1무1패의 상승세에 공신이 됐다.

“그동안 경기력은 좋았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다보니 선수들에게 많이 부담이 됐죠. 그래도 서울전 승리 이후부터 분위기를 탔죠. 특히 득점 1위인 ㈜민규형 말고도 돌아가며 한골씩 넣어주다보니 더 분위기가 살아났죠.”

안현범은 자신의 활약상에 대해서는 “팀의 흐름에 맞춘 것뿐”이라며 겸손해하며 “시즌 초반 팀이 좋다보니 저 역시 흐름이 좋았고 그러다보니 조금 오버페이스를 했다. 그래서 근육부상을 당하고 몸상태가 좋지 못했다. 이후 팀이 부진할 때 제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았는데 팀이 서울전 승리 후 흐름을 탈 때 저 역시 합류해 잘 묻어갔을 뿐이다. 저 혼자 잘하는게 아닌 팀분위기에 잘 탑승해서 가능한 활약”이라고 했다.

남기일 제주 감독의 어린선수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사실 U-22 쿼터에 이동률이 기대를 많이 받았지만 이동률뿐만 아니라 어린선수들이 골고루 기용돼 모두 제 역할을 하고 있어요. 나올 때마다 포인트를 하고 활약하는 어린 선수들을 보면서 ‘남 감독님의 기용방식이 확실히 어린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주고 있구나’ 싶더라고요”라며 “아마 저희 제주만큼 U-22 쿼터의 선수를 다양하게 쓰는 팀은 없을걸요”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치고 달리는 이미지가 떠오르는 안현범의 플레이. ⓒ프로축구연맹
▶어느새 제주 고참급… 훌쩍 성장한 안현범

2015년 울산 현대를 통해 프로에 데뷔했던 안현범은 프로 2년차에 제주로 온 이후 올해까지 군복무를 제외하곤 줄곧 제주의 오렌지 유니폼만 입고 있다.

어느덧 제주에서 이창민, 권한진과 함께 팀 근속연수만큼은 최고참이 됐다는 안현범은 “함께 입사했던 직원들이 인턴에서 어느새 대리가 됐고 직급이 높아졌다”며 웃은뒤 “당장 집 앞 풍경도 휑했다가 지금은 아파트 숲이 됐다”며 5년전을 회상했다.

개인적으로 달라진 부분을 묻자 며 “제가 인사하는 사람보다 저에게 인사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며 “그땐 총각이었지만 지금은 아이가 있고 한 가정의 가장이됐다. 그래서인지 예전보다 지도자들도 저를 대하는 것도 조금 더 존중해준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6 K리그 영플레이어상을 받을 때만해도 당시 수상소감으로 “3년전만 해도 가정형편이 어려워 호텔에서 접시를 닦았었다”라고 고백해 가슴을 찡하게 했던 안현범. 지금은 안현범은 제주 팀내에서 선수로서, 그리고 사람으로서도 훌쩍 커있었다.

제주 주장단에 합류한 안현범(오른쪽). ⓒ프로축구연맹
▶제주 파이널A 보내고 국가대표-시즌 베스트11 꿈꾼다

제주는 24일 전북 현대와의 홈경기에서 이기거나 비겨도 수원 삼성이 대구FC에 3골차 이상의 승리, 포항 스틸러스가 인천 유나이티드에 7골차 이상의 승리를 거두지 않는 이상 상위 6개팀끼리 묶이는 파이널A에 들게 된다.

승격팀인 제주 입장에서는 파이널A만 들어도 충분히 성공한 시즌. 안현범은 “선수들이 자신감에 차있다. 자신있다. 원래 제주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갈뿐”이라고 했다.

파이널A에 든다면 개인 목표가 무엇인지를 묻자 “이번만큼은 정말 시즌 베스트11에 들고 싶다”고 했다. 실제로 안현범은 오른쪽 수비수 중 K리그 라운드 베스트11에 가장 많이 뽑힌 선수(4회) 이기도 하다.

이미 K리그2에서는 군복무시절인 2018년, 그리고 승격 당시인 2020년에는 선정됐지만 안현범은 “K리그1 베스트일레븐에는 매번 후보에만 들었다. 이제는 이름만 언급되는건 그만하고 싶다. 되고 싶고 보여주고 싶다”며 시즌 베스트11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연말에 상받을때는 하반기의 임팩트가 중요하다고 하지 않나. 실제로 2016년 영플레이어상을 받을 때 8월까지는 공격포인트가 많지 않았는데 9월부터 시즌 종료까지 공격포인트를 거의 10개나 몰아쳐 상을 받은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9월들어 도움 2개를 하고 있고 더 공격포인트를 몰아쳐보겠다.”

안현범은 팬들이나 언론에 항상 국가대표 후보군 1순위로 언급된다. 특히 풀백 자원의 나이가 다소 많은(이용 35세, 김태환 32세) 오른쪽에 빠른 스피드와 돌파라는 새로운 옵션을 더해줄 수 있는 선수로 기대 받는다.

“파울루 벤투 감독님의 축구를 항상 유심히 보며 ‘내가 들어간다면 어떻게 뛰면 될까’하고 고민해보곤 한다. 사이드 풀백들이 공격진영에 많이 가담해 공격 작업을 하는데 제가 뛰는 윙백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저 3백을 쓰느냐 4백을 쓰느냐 차이가 있을뿐”이라며 “충분히 도전해볼만하다. 벤투 감독의 축구 성향을 잘 알겠고 저 역시 원하는 스타일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만의 색깔을 뽐내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했다.

안현범은 “반드시 제주를 파이널A에 보내고 좋은 성적을 낸다면 원하는 K리그1 베스트 일레븐과 국가대표팀도 따라줄거라 믿는다”며 인터뷰를 마치고 훈련장을 나갔다. 훈련장으로 떠나기전 축구화 끈을 매는 안현범의 표정은 다시금 당찬 각오를 되새기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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