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황선홍과 홍명보. 한국 축구사 최고의 콤비이자 라이벌, 그리고 2002 한일월드컵 첫 골의 주인공이자 주장으로 핵심 역할을 해낸 인물.

두 한국 축구의 레전드는 서로에게 부족했던 마지막 퍼즐을 맞춰가려 한다. 클럽팀 감독으로 모든걸 해본 황선홍은 처음으로 국가대표 감독으로, K리그팀은 한번도 맡아본 적 없던 홍명보는 울산 현대에서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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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는 15일 황선홍을 U-23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선수로 한국 A매치 최다득점자 2위(103경기 50골, 1위 차범근 58골)이자 2002 한일월드컵의 영웅, 감독으로는 포항 스틸러스에서 K리그와 FA컵을 제패하고 FC서울에서 K리그 우승컵을 들었던 경력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업적이기도 하다.

그나마 비교되는 경력은 역시 홍명보다. 홍명보는 선수로는 A매치 136경기 출전으로 한국 선수 역대 최다출전에 2002 한일월드컵을 주장으로 4강 신화를 이뤘다. 선수 은퇴 후 대표팀 코치를 거쳐 U-20대표팀, U-23대표팀을 맡아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에 이어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이뤄냈다.

그러나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부진한 성적(1무2패)의 책임을 져 사퇴했고 이후 중국 항저우 감독을 맡은 것을 제외하곤 대한축구협회 전무로 행정가의 길을 걸었다.

그 사이 황선홍은 선수 은퇴 후 전남 드래곤즈 코치부터 시작해 부산 아이파크, 포항 스틸러스, FC서울, 대전 하나시티즌 감독을 거치며 클럽팀 감독으로만 쭉 지내왔다. 특히 포항에서 K리그와 FA컵을 동시에 제패하고 FC서울에서도 첫해 우승을 차지하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FC서울 막판의 실패와 대전 하나에서도 1년도 안돼 사임해 후퇴했다.

하지만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전북 현대 감독이 아닌 감독이 K리그 우승 트로피를 든 것은 황선홍뿐(2013 포항, 2016 서울)이라는 점에서 지도력은 분명 인정받아야한다.

그렇게 2021년, 둘은 자신들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상반되는 선택을 한다. 홍명보는 대한축구협회 전무 임기가 끝나자마자 울산 현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중국 항정우 감독을 하긴 했지만 K리그에서는 첫 클럽팀 감독. 지금까지 K리그1 1위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 FA컵에서도 4강에 올라 트레블을 노리고 있다. 지금까지는 승승장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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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은 단 한번도 국가대표 감독직을 맡아본 적이 없었고 U-23대표팀을 시작으로 A대표팀 감독까지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밝혔다. “2002 한일월드컵 끝나고 국가대표팀 감독이 꿈이라고 말했다. A대표팀은 아니지만 20년 걸려 이 자리에 앉게 됐다”며 2022 아시안게임과 2024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A대표팀 감독직까지 오르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결국 황선홍과 홍명보 두 레전드는 선수 은퇴 후 황선홍은 클럽팀 코치부터, 홍명보는 국가대표 코치부터 시작해 황선홍은 클럽팀 감독으로 정상을, 홍명보는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정상을 찍은 후 2021년에는 서로 부족한 부분을 바꿔 메우는 모양새다.

선수시절 최고의 콤비이자 라이벌이었던 두 레전드의 상반된 행보는 한국 축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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