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고양=이재호 기자] “유상철에게 바치는 승리다.”

축구대표팀의 수장인 파울루 벤투 감독의 말이다. 축구대표팀 전체는 떠나간 ‘전설’ 유상철을 위해 약체와의 경기라고 해도 허투루 뛰지 않았다.

유상철 감독도 그랬다. 선수시절이든 감독이든 어떤 경기든 최선을 다했고 투지와 투혼을 보여줬다. 그걸 알기에 대표팀 선수들도 전설의 가는 길에 누가 되지 않기 최선을 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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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남자축구대표팀은 9일 오후 8시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H조 5차전 스리랑카와의 경기에서 5-0 대승을 거뒀다.

김신욱이 전반 15분과 43분 골을 넣고 이동경이 전반 22분, 황희찬이 후반 7분, 정상빈이 후반 32분 득점하며 투크르메니스탄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5-0 승리를 거뒀다. 주장 김신욱이 2골, 이동경이 1골 1도움, 황희찬과 정상빈이 1골, 송민규와 남태희가 1도움씩을 기록했다.

스리랑카는 분명 약체다. 이미 2019년 8-0으로 이긴 팀이며 피파랭킹은 210개의 피파 가맹국 중 204위다.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하지만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뛰었다. 물론 손흥민-황의조 등 소위 베스트 멤버들은 빠졌다. 그러나 그들이 아니라도 이날 경기에 나온 선수들은 클럽팀 최고 선수이자 한국에서 축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들이다. 이들도 그동안 많지 않았던 기회, 혹은 A매치 데뷔전을 가지는 선수도 많았기에 당연히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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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경기 이틀전 유상철 전 감독이 췌장암 투병 끝에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리며 선수들은 유 감독을 위해 뛰었다. 김신욱이 전반 15분 선제골을 넣었을 때 유상철 감독의 등번호인 6번과 이름이 박힌 대표팀 유니폼을 드는 세리머니를 하기도 했다.

유상철은 현역시절, 그리고 감독 때도 ‘투혼’의 상징이었다. 항상 경기장에서 투지가 넘쳤고 어디에서 뛰어도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 실력도 실력대로 뛰어났지만 국민들이 유상철을 좋아했던 것은 어느 경기든 항상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후배들 역시 이런 모습을 알기에 약체라 할지라도 최선을 다했다. 벤투 감독도 ‘최선’을 다했다는데 자부심을 가졌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상당히 슬픈 순간이다. 이번 경기는 유상철 감독님께 바치는 경기였다. 좋은 곳에 가시도록 바라는 마음에서, 스코어뿐 아니라 정말 이 경기를 진지하게 열심히 하고, 끝까지 프로다운 모습 보여주는 게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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