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창원=이재호 기자]프로 데뷔 후 7년동안 딱 1골. 프로 7년차였던 지난해 1골을 넣어본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2경기 연속 결승골로 경남FC의 2연승에 큰 기여를 했다.

경남 설기현 감독조차 “솔직히 기대 안했다”고 할 정도로 놀라운 골을 연속해서 넣은 경남 김동진(29)은 “골을 넣고 2002 한일월드컵의 설기현 감독 세리머니를 따라하려 했다”며 웃었다.

설기현 현 경남 감독의 2002 한일월드컵 16강 이탈리아전 극적 동점골과 세리머니. ⓒAFPBBNews = News1
경남FC는 23일 오후 6시 30분 경남 창원축구센터에서 하나원큐 K리그2 2021 13라운드 충남 아산FC와의 홈경기에서 2경기 연속 결승골을 넣은 김동진의 활약으로 2-1로 승리했다.

경남은 전반 43분 장혁진의 패스를 이어받은 황일수가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1-0으로 앞서갔다.

후반 30분 아산 외국인 선수 알렉산드로가 전방에서 등을 지고 버티던 김찬에게 패스했고 김찬은 수비와 계속 등지며 알렉산드로가 들어오는 타이밍을 보고 버티다 다시 리턴패스를 했다. 알렉산드로는 김찬이 밀어준 것을 그대로 오른발로 때렸고 견고하던 경남 손정현 골키퍼도 막지 못하고 동점골이 됐다. 알렉산드로의 K리그 6경기만에 데뷔골이었다.

이대로 종료되는가 했던 경기는 후반 37분 요동친다. 경남의 후방에서 긴 패스를 아산 수비가 헤딩으로 걷어냈지만 경남 왼쪽 풀백 김동진이 잡았다. 김동진은 곧바로 페널티박스 안으로 전진했고 슈팅할 듯 하다가 한번 접어놓으며 수비를 젖힌후 강력한 왼발 슈팅을 했다. 이 슈팅은 수비까지 맞으며 위로 굴절돼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김동진은 2014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지난해까지 7년간 뛰며 딱 1골을 넣었던게 전부였던 선수. 그것도 지난해되서야 프로 데뷔골을 넣었었다. 그런데 올시즌에는 안양전에 이어 아산전까지 골을 넣어 벌써 2골을 넣었고 심지어 모두 결승골이기에 의미가 남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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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만난 김동진은 “2경기 연속골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집중해서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따라왔다”며 “대구FC에 있을때는 수비적으로 요구사항이 많았다. 경남에서는 4백을 서면서 공격할 때는 확실히 마무리하고 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래서 훈련이 끝나고 따로 슈팅과 크로스 연습도 하고 있는데 그게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설기현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2경기 연속 결승골인데 김동진에게 대놓고 기대한건 아니다. 적극성이 뛰어나다. 가진 체력을 잘 쓸줄 아는 선수다. 의외로 중요한 순간에 득점해주니까 고맙게 생각한다. 솔직히 골을 넣어줄거라 생각 못했다. 팀이 힘을 받는다”며 김동진을 칭찬했다.

이에 대해 김동진은 “골 상황때 리바운드 공이 올거라고 생각했고 처음에는 슈팅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퍼스트 터치가 좋다보니 슈팅을 과감하게 했다”며 “지금은 2라운드를 지나고 있는데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경남이 1위에 있을거라고 선수들 모두가 믿고 있다. 시즌을 치를수록 팀이 단단해지고 있다”며 최근 6경기 4승1무1패로 굉장한 상승세에 대해 언급했다.

골을 넣자마자 설기현 감독의 품에 안긴 세리머니에 대해 묻자 “사실 (이)정협과 쉬면서 TV를 보다가 2002 한일월드컵 영상이 나오길래 ‘골 넣고 설기현 감독님의 2002 월드컵 이탈리아전 세리머니를 따라할까’라고 얘기했었다. 그걸 하려다가 그냥 감독님께 안겨봤다”며 웃었다.

프로 7년간 고작 1골에 그쳤던 수비수가 갑자기 2경기 연속골, 그것도 팀의 2연승 순간에 결승골로만 2골을 넣으며 자신과 팀 모두를 바꿔놨다. 김동진의 깜짝 활약에 경남팬들과 설기현 감독도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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