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안양=이재호 기자] 초등학생 시절 기억이지만 지금도 또렷하다고 한다. 경기장 터널을 지나 ‘에스코트 어린이’로 경남FC 선수와 손을 잡고 그라운드에 섰던 그 순간이.

경남 밀양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경남FC 홈경기를 보며 축구선수의 꿈을 키운 진세민(23)은 프로 데뷔전에서 경남 유니폼을 입고 팀승리의 결승골 도움을 기록하는 강렬한 데뷔전을 가졌다.

유럽축구에서나 보던 ‘로컬 보이’의 고향팀 데뷔전 맹활약이 K리그에서도 탄생했다. 더 이상 유럽축구의 일이 아니다.

ⓒ프로축구연맹
경남FC는 16일 오후 6시 30분 경기도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12라운드 FC안양과의 원정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원정팀 경남은 후반 6분 이날 경기 결승골을 넣는다. 오른쪽에서 진세민이 왼발로 감아올린 크로스를 왼쪽 뒤에서 파고든 윙백 김동진이 뒷공간 노마크 기회에서 그대로 왼발을 갖다대 경남 이적 후 첫 골을 만든 것.

김동진의 골을 도운 윙어 진세민은 일주일 후 만 23세 생일을 맞이하는 경남 밀성중-경기 태성고-용인대를 거쳐 올해 경남에 입단한 선수. 이날 경기가 프로 데뷔전이었고 데뷔전에서 공격 포인트라는 인상적인 기록을 남기게 됐다.

경기 후 설기현 경남 감독도 “프로 데뷔전인데도 기대 이상의 좋은 경기를 해줬다. 솔직히 이 정도까지 해줄거라 기대는 안 했는데 굉장히 고무적인 경기를 했다. 공격 포인트까지 올려서 굉장히 만족스럽다”며 진세민에 대해 칭찬했다.

또한 “새로운 분위기가 필요했다. 경기에 나서고 싶은 간절함을 봤다. 그 간절함이 다른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길 바랐고 좋은 결과까지 얻었다. 어린 선수가 가능성과 할 수 있다는걸 보여줘 기쁘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골을 넣은 김동진 역시 “어린 선수가 잘해주니 기존 선수들이 긴장해야겠다”며 웃었다.

진세민의 용인대 시절 모습. ⓒ대한축구협회
경기 후 전화 인터뷰에 응한 진세민은 “너무나도 기다렸던 데뷔전이다. 도움까지 해서 정말 꿈 같은, 아니 정말 꿈 속에 있는 듯 하다”며 도움을 기록한 상황에 대해 “처음 접었을 때 공격 선수가 많이 없어서 왼발로 뒤쪽으로 크로스를 했다. 골키퍼 손정현 형이 크로스를 뒤로 올리면 더 좋은 기회가 올거라고 주문하셔서 그대로 했을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데뷔전 후 연락을 많이 받아 정신이 없다”며 웃은 진세민은 “아무래도 고생하신 부모님과 저희 친형이 가장 먼저 생각났다. 대학교-고등학교-중학교 등 학창시절 감독님과 코칭스태프도 생각났다”며 데뷔전에 도움까지 기록한 순간에 떠오른 이들을 언급했다.

경남 밀양 출신인 진세민은 “경남이 밀양에서 경기를 했었는데 그때 에스코트 보이로 경남 선수 손을 잡고 그라운드를 밟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어릴 때 인디오 선수를 보고 정말 좋아했다”며 웃었다. 또한 “어릴 때부터 경남 축구를 보고 자라왔다. 꼭 경남 유니폼을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경남 팬들이 흐뭇할만한 말도 했다.

용인대를 졸업하고 올 시즌을 앞두고 경남에 입단한 진세민은 프로 데뷔전을 치르기 위해 간절하게 준비했었다고. “설기현 감독님의 축구가 정말 신선했다. 그동안 배워온 것과 달랐다. 저 역시 패스하는 축구를 좋아하는데 감독님도 그런 축구를 추구했다”며 “주위에서 기대와 부담도 줬는데 부모님께서 ‘넌 할 수 있다’고 응원해주셔서 그걸로 버텼다. ‘그저 간절하게 하다 보면 언젠간 기회가 올거다’라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는데 정말 그렇게 하다보니 설 감독님도 저의 간절함을 알아주신 듯 하다”고 했다.

진세민은 “경기전에 설기현 감독님께서 ‘실수해도 괜찮으니 투지있게, 패기를 보여달라고 하셨다. 괜찮으니까 하고 싶은거 다하라고 하시더라”며 “그 말을 듣고 전 그저 ’머리 박고 뛰자‘는 생각으로 뛰다보니 프로 데뷔전에 도움이 따라왔다”고 했다.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지를 묻자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을 뿐이다. 그뿐이다”라며 축구가 ’팀 스포츠‘임을 깨달은 답을 했다.

어린시절 경남FC 축구를 보며 선수 손을 잡고 입장하는 ’에스코트 보이‘였던 진세민. 경남 유니폼을 입어보겠다는 열망만으로 결국 프로가 됐고 정말 경남 유니폼을 입고 치른 프로 데뷔전에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는 근본충만한 스토리를 만들어낸 주인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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