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안양=이재호 기자] K리그1과 K리그2 22개팀 중 최고령 감독은 FC안양의 이우형(55) 감독이다. 이 감독은 2016년 중국 선양 둥진 감독 이후 5년만에 현장에 복귀했고 11라운드가 진행된 현재, 지난해 K리그2 10개팀 중 9위였던 안양을 리그 1위로 이끌고 있다. K리그1,2 22개팀 감독을 대상으로 한 '이달의 감독상'에 5월의 주인공으로 뽑힐 정도로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다.

13일 경기도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이 감독을 만났다. ‘K리그 최고령 감독’ 이우형 감독의 눈은 그 어떤 젊은 감독보다도 불꽃이 타오르듯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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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감독 이후 6년여만에 돌아온 안양

이 감독은 안양 축구의 역사다. FC안양의 창단 초대 감독으로 2013년부터 2015시즌 중반까지 함께 했다. 첫해에는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한 4위와 승점 2점차인 5위, 2014년에는 4위와 승점 3점차 5위로 정말 아쉽게 플레이오프에 나가지 못했다.

“제가 올시즌을 앞두고 다시 안양 지휘봉을 잡았을 때 환영해주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일부에서는 ‘왜 옛날에 했던 감독이 다시 와서 하냐’, ‘유능한 젊은 지도자도 많다’는 여론이 있었던 것도 압니다. 예전에 했던 팀에 다시 돌아오는 사례가 많지 않다보니 저 역시 부담감이 있었죠. 그래도 괜찮은 성적을 남기고 떠났던 감독 입장에서 예전 명성에 먹칠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받았습니다.”

안양 초대 감독에서 6대 감독으로 다시 돌아온 이 감독은 부임과 동시에 “당장의 성적을 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 감독은 무조건 승격을 얘기하는게 아니다. ‘지속 가능한 승격 도전팀’을 만들겠다는 목표.

“안양이 창단 이후 평균적으로 6,7위권에 머무는 중하위권팀이었습니다. 계속 이래서는 한번 잘해 승격을 노리기란 쉽지 않습니다. 안양은 '승격을 지속가능하게 노릴 수 있는 팀'이되어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균 중하위권팀’이 아닌 ‘평균 상위권팀’이 되어야합니다. 현 승격 제도상 상위권에 계속 머무는 팀이 결국 승격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2021년은 바로 그 ‘평균 상위권’팀을 만드는 초석으로 만드는게 목표입니다.”

▶현 K리그2 1위 돌풍… 비결은 ‘동기부여’

지난해 K리그2 10개팀 중 9위에 그쳤던 안양은 올시즌 11라운드 현재까지 리그 1위를 내달리고 있다. 특히 4월 11일 부산전부터 5월 5일 부천FC전까지 무려 리그 5연승, FA컵 포함 6연승을 내달리며 엄청난 기세를 보였다.

11라운드까지 승점 20점을 따냈는데 지난해 27경기에서 승점 25점을 따낸 것과 비교하면 천지차이다.

이 감독은 “동계 때부터 선수영입은 물론 훈련 등에서 제대로 지원을 받았다. 기대 이상이었다. 그 효과가 드러나고 있다. 동계때 원하던 축구와 전력의 70%수준까지 온 상황”이라고 했다.

“5연승의 시작이었던 부산전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그 경기에서 굉장히 모험적인 수를 택했습니다. 바로 22세 이하 선수를 쓰지 않고 교체카드 2장만 안고 간거죠. 22세 선수들에겐 미안했지만 이 선택을 통해 선수들에게 말하지 않아도 ‘감독이 승부수를 띄워서라도 이기고자 하는 열망이 강하구나’라는 메시지를 남긴거죠. 저의 승리에 대한 열망을 선수들이 이해했고 그 부산전을 이기지 못했다면 지금의 1위는 힘들었을 것입니다.”

초반 호성적의 비결을 묻자 이 감독은 ‘동기부여’를 말했다. “선수들이 정말 진심으로 ‘안양에서 해보니 정말 상위권에 올려보자’, ‘K리그1으로 올려보자’ 같은 생각을 가지게 하는게 첫 번째예요. 그 진심없이 축구해봤자 의미가 없어요"라며 "감독의 역할은 이길때는 할게 없는데 질 때, 안 좋을 때 선수들의 잠재의식 속에 있는 패배의식을 지우고 다시 ‘위닝 멘털리티’를 가지게 하는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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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형 감독의 축구 철학

이쯤되니 이우형 감독은 ‘이것만은 꼭 지킨다’는 자신만의 축구철학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이 감독은 이 질문에 “감독이 늘 어려운건 ‘누구를 경기에 내보낼지’다. 전 딱 하나 확실히 지키는건 경기에 나서는 선수는 이름값, 과거 같은건 보지 않는다는거다. 오직 ‘당일의 컨디션’과 ‘경기장에서 팀을 위해 희생할 선수’만 내보낸다는 것이다. 이게 지켜지지 않는 순간 선수들의 감독에 대한 신뢰는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축구 내적으로는 ‘시간과 공간’을 첫 감독 시절부터 지금까지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상대를 공략해 공간을 만든 후 무너뜨린다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백패스나 횡패스를 줄이고 빠르고 속도감 있는 축구로 상대 수비 틀이 갖춰지기 전에 흔들어야 합니다. 축구는 실수의 스포츠입니다. 경기장 안에서 끊임없이 상대의 실수를 찾아 공략하려해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들 스스로 경기장 위에서 감독이 되어야죠. 제가 주문한 것만 해선 안되고 운영하고, 상대의 수를 읽는 축구를 하게 만드는게 제가 견지해온 축구철학입니다.”

이우형 감독하면 축구인들은 하나같이 ‘신사’로 표현한다. 이런 표현이 쑥스럽다는 이 감독은 “표정 자체가 근엄하고 말도 가볍게 하진 않아요. 액션도 크진 않죠. 그래서 그런 별명이 붙은 것 같다”고 웃으며 “아무리 ‘신사’소리를 들어도 경기장 위에선 이기고 싶은 마음은 엄청나다. 저의 승부근성은 보통이 아니다. 경기에 지고 나면 ‘그때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하며 이틀 동안 잠을 못 잔다”며 신사라는 타이틀 속에 숨겨진 강함을 말하기도 했다.

“저라고 제 표현을 다하고 싶죠. 그런데 그러면 선수들이 등쌀에 못 이겨요. 저도 경기에 대해 화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못한게 있어도 최대한 자제해서 참을건 참고, 지울건 지우고 말해야죠. 그래야 선수들이 따릅니다. 스트레스 해소법이죠? 이기면 풀려요. 이기면 일주일간의 고생이 눈녹듯 사라지고 하루는 정말 맘편하게 잘 수 있죠.”

▶K리그 최고령 감독은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2019년과 2020년 2년간 안양의 전력강화부장으로 지내며 프런트의 일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는 이 감독은 2020시즌 종료 후 감독 제의를 받았을 때 사실 일주일 정도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사실 감독을 하지 않는 시간동안 가족들과 시간도 보내고 주말도 여유롭게 보내며 행복했어요. 제가 감독직을 두고 고민하는 모습을 본 아내가 ‘감독을 하고나서 성적이 안좋으면 후회할거 아니냐, 그렇다고 지금 감독을 안하고 강화부장으로만 있어도 감독을 하지 않은걸 후회할거 아니냐. 그렇다면 감독을 하고 후회하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그래, 해보는데까지 해보고 후회하더라도 도전하고 후회하자’는 마음으로 감독직을 받아들였죠.”

2015년을 끝으로 안양에서 감독으로 나왔고 거의 6년이 됐으니 그사이 팀은 많이 달라졌다. 감독도 4명이나 왔었고 선수단 변화도 컸다. 현재 선수단에 2015년때 함께 하던 선수는 극소수. 이 감독도 “나부터 감독을 안한지 5년은 됐기에 초보감독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한다.

“솔직히 전력강화부장으로 가며 현장과 멀어지면서 ‘요즘은 젊은 감독들을 많이 쓰니 나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올 수나 있을까’하고 생각했었죠. 더 솔직히 말씀드리면 감독직을 맡고 스스로 ‘내 인생에 감독은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다. 여기에서 2021시즌 곧바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 강제 은퇴를 당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도전할건가’고 되뇌었습니다. 자문자답 끝에 감독직을 맡았죠. 솔직히 최고령 감독에 앞으로 더 기회는 없을 거라 봅니다. 그렇기에 젊은 감독들보다 더 간절하게 팀을 운영중입니다. 초대 감독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던 마음의 빚을 이번에 제 마지막 불꽃을 통해 안양에서 활활 태워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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