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수원=이재호 기자] 전반전 종료 후 스코어는 0-2. 심지어 전반 10분만에 실점한 후 전반 종료직전인 추가시간에 또 골을 허용해 수원 삼성 입장에서는 최악의 분위기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5분 주어지는 하프타임 동안 라커룸에서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수원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 결과 3-2 대역전극이 일어났다.

수원 박건하 감독은 대체 하프타임 라커룸에서 어떤 마법을 부렸길래 이토록 팀이 달라질 수 있었을까.

ⓒ프로축구연맹
수원 삼성은 12일 오후 7시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15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서 전반에만 주민규에게 2골을 내줬지만 후반전에만 김건희-제리치-헨리의 골로 3-2 대역전승을 따냈다.

주민규의 2골로 제주는 원정경기임에도 전반전을 2-0으로 앞선채 마쳤고 홈팀 수원은 슈팅 4개를 때렸지만 유효슈팅 하나 기록하지 못할 정도로 부진한 경기를 했다. 전북 현대 원정을 3-1 엄청난 승리를 거뒀던 수원은 이렇게 일장춘몽처럼 맥없이 무너지는가 했다.

그러나 후반 시작과 동시에 외인 수비수 헨리와 공격수 김건희를 동시에 투입했다. 교체선수 김건희는 후반 5분만에 놀라운 발리 슈팅으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고 후반 12분에는 이기제가 페널티킥을 얻어내 제리치가 성공시켜 단숨에 2-2 동점을 만들었다.

그사이 제주는 미드필더 김영욱이 경고누적 퇴장을 당했고 이틈을 노린 수원이 후반 40분 이기제의 프리킥을 수비수 헨리가 공격가담해 역전 헤딩골로 만들어 3-2 대역전극을 만들었다.

분명 전반전 수원 선수단은 무기력해보였다. 제주의 강한 압박에 속수무책이었다. 공격도, 수비도 전부 안됐다. 안현범이 놓친 페널티킥이 아니었다면 전반전 0-3으로 뒤질뻔도 했다.

그러나 후반 시작과 동시에 달라졌다. 물론 김건희와 헨리가 들어왔고 두 선수가 절묘하게 추격골과 역전골을 만들었다는 점은 박건하 감독의 용병술을 칭찬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건 수원 선수단이 후반전 완전히 달라졌기에 역전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하프타임 15분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수원 박건하 감독에게 엿들을 수 있었다. 박 감독은 “전반전은 제주의 강한 압박에 선수들이 공에 대한 반응이 늦더라. 집중력 문제였다. 그래서 후반전에는 ‘간결하고 단순하게’ 하자고 했다”고 입을 열었다.

“전반전은 전북전 승리의 들뜬 모습이 보이더라. 그래서 라커룸에 들어가서 전술적인걸 얘기하기보다 ‘기본적인 플레이’를 강조했다. 또한 전반전 경기 중 잘 안됐을 때 짜증을 내는 선수가 있어 (수원 감독을 하며)처음으로 강하게 말했다. ‘기본이 안되어있는데 어떻게 이기냐’, ‘포기하지말고 기본을 지켜 홈팬들 앞에서 해보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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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전술적으로 복잡하게 말한 것이 아닌 전반전 가장 결여된 ‘기본적인 플레이’를 강조한 것은 물론 안그러던 감독이 강하게 몰아붙이자 선수들도 정신을 차려 역전극을 만든셈이다.

선수들의 달라진 마음가짐과 함께 김건희, 헨리 등 용병술마저 완벽하게 들어맞은 것이 0-2로 뒤지던 경기를 3-2로 대역전을 한 비결이다. 여기에 제주의 경고누적 퇴장까지 겹쳐 수원은 기억될만한 승리를 낚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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