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서귀포=이재호 기자] 팀의 부주장이자 남기일식 ‘짠물 3백’의 핵심인 제주 유나이티드의 권한진(33).

FC서울전 헤딩 역전 결승골로 팀의 3연승을 이끈 권한진의 눈은 ‘최소 실점-우승’이라는 거대한 목표로 바라보고 있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21일 오후 7시 30분 제주도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11라운드 FC서울과의 홈경기에서 권한진의 역전 결승골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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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팀 서울은 전반 1분만에 스무살의 권성윤이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신태용 감독 아들인 신재원이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홈팀 제주는 전반 18분 왼쪽 크로스를 주민규가 가슴트래핑을 한 이후 옆에 있던 이규혁에게 내줬고 이규혁은 다시 뒤에 있던 김봉수에게 패스한다. 김봉수는 그대로 오른발 슈팅을 때려 서울 골문을 갈랐다.

1-1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던 후반 18분. 오른쪽에서 김영욱의 코너킥을 정운이 헤딩했고 뒤로 흐른 것을 수비수 권한진이 날아올라 헤딩골로 연결하며 승부를 갈랐다.

사실상 2군급 라인업을 들고 나온 서울을 상대로 이기지 못한다면 진 것이나 다름없는 경기에서 권한진의 골은 가뭄의 단비였다.

권한진의 올시즌 첫골. 일본에서 프로에 데뷔해 5년을 활약한 후 2016년부터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활약 중인 권한진은 어느새 33세가 된 베테랑 수비수.

187cm 80kg의 탄탄한 체격으로 장기 부상이 있었던 2019시즌을 제외하곤 언제나 제주 수비의 핵으로 버티고 있다. 조성환-최윤겸-남기일 감독을 거치는동안 어떤 감독에게도 중용 받을 정도로 알짜배기 선수다.

팀의 부주장을 도맡을 정도로 리더십도 갖춘 권한진은 ‘짠물 수비’로 유명한 남기일 감독에게도 신뢰를 받고 있다. 3백에서 양쪽을 조율하고 커버플레이어를 해야하는 핵심 역할은 3백 중앙 수비를 맡는 것은 물론 세트피스에서는 공격 1옵션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날 서울전 역시 페널티킥 실점을 제외하곤 탄탄한 수비를 보인 것은 물론 세트피스 1옵션으로 역전 결승골까지 넣었다.

권한진은 “서울전이 상위권 도약을 위한 정말 중요한 경기였다. 이겨서 3위까지 올라 기쁘다”라며 2군급 라인업을 들고나온 서울에 대해 “경기전 명단을 보고 당황했다. 선수들끼리 모여서 이런 경기일수록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반 1분만에 페널티킥을 내주며 실점한 것에 대해서는 “실점 그 이후가 더 중요했다. 우리가 어떻게 앞으로 대응할지를 말했고 선수들에게 ‘하던대로 하면된다’고 다독였다”고 떠올렸다.

제주 3백을 이루고 있는 김오규(왼쪽), 권한진(중앙), 정운(오른쪽), . ⓒ프로축구연맹
지난해까지 팀의 공격수로 활약했던 정조국 코치는 은퇴 후 제주에서 세트피스와 공격담당 코치를 맡고 있다.

권한진은 “정조국 코치님과 함께 세트피스 훈련을 많이했다. 남기일 감독님도, 정조국 코치님도 기대를 많이 하셨다. 정 코치님이 누구보다 기뻐하더라”라며 “사실 그동안 골을 넣을 기회가 있었는데 몇 번 놓쳐 아쉽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울전에서는 왠지 골을 넣을 수 있다는 기분이 들더라”라고 말했다.

남기일 감독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권한진의 득점에 대해 “훈련한대로 잘 나왔다. 훈련에서도 권한진이 득점하는걸 연습해왔다. 실전에서 훈련한대로 해줬기에 더욱 기뻤다”며 권한진과 함께 세트피스를 만든 제주 선수단을 칭찬했다.

제주는 3월 13일 대구FC전부터 4월 7일 강원FC전까지 5경기 4무1패를 하며 쉽지 않은 시기를 보냈다. 권한진은 “사실 그동안 무승부가 많았는데 득점이 터지지 않아 다같이 고민했던 시기이기도 하다(5경기 4득점). 정말 팀원들이 다같이 얘기하며 이 상황을 이겨내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공격수들이 해줄거라 믿었다. 위기에서 오히려 ‘원팀’이 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바로 이게 우리 제주의 장점”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서울전 승리로 제주는 11라운드까지 승점 18점으로 전북(승점 27), 울산(승점 21)에 이어 K리그1 3위까지 뛰어올랐다. 승격팀으로 3위까지 올라온 것에 모두가 놀라는 분위기. 게다가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혔던 울산과 고작 1경기차 승점 3점이라는 점은 매우 놀랍다.

그러나 권한진은 고개를 내저었다. 깜짝 놀라게하고 끝날 제주가 아니라는 것.

“일단 개인적으로 바라는건 단 하나뿐입니다.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치는거죠. 최대한 경기를 많이 나온다는건 팀에 공헌할 기회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앞으로 남은 경기들에서 최대한 실점을 줄여 2021시즌 K리그1 최소 실점팀에 제주 유나이티드의 이름을 올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깜짝 3위가 아닌 진지하게 우승을 노려보려 합니다. 매번 전북-울산이 아닌 제주가 우승 후보로 여겨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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