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서귀포=이재호 기자] 18인 명단 중 골키퍼 2명을 제외하고 필드플레이어 평균나이가 21.9세. FC서울은 제주 원정에 주전급 선수단은 아예 데려오지도 않았다.

어쩌면 당연했던 ‘23년만에 6연패’. 하지만 서울은 그 치욕을 감내할 자신이 있었고 박진섭 감독도 자신의 입지가 더 흔들릴 수 있다는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현실적인 이유와 제주 원정을 마치고 찾아올 경기에 ‘올인’해 분위기를 반전하겠다는 계산이 있었기에 감내했던 6연패였다.

ⓒ프로축구연맹
FC서울은 21일 오후 7시 30분 제주도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11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 원정경기에서 1-2로 역전패했다.

서울은 전반 1분만에 오른쪽에서 낮은 크로스를 뒤에서 달려오던 스무살의 권성윤이 달려와 슈팅을 하려했다. 이때 제주 수비수 김오규가 걷어내기 위해 공을 찬 것이 권성윤을 차고 말았고 페널티박스 안에서 일어난 충돌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신재원이 키커로 나섰고 신재원은 오른쪽 구석으로 강하게 차넣었고 제주 골키퍼 오승훈은 방향은 읽었지만 막지 못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제주는 전반 18분 왼쪽 크로스를 주민규가 가슴트래핑을 한 이후 옆에 있던 이규혁에게 내줬고 이규혁은 다시 뒤에 있던 김봉수에게 패스한다. 김봉수는 그대로 오른발 슈팅을 때려 서울 골문을 갈랐다.

후반 18분에는 오른쪽에서 김영욱의 코너킥을 정운이 헤딩했고 뒤로 흐른 것을 수비수 권한진이 날아올라 헤딩골로 연결하며 제주는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서울의 선발라인업 평균나이는 23.6세였고 후보명단까지 합치며 22.8세까지 내려간다. 골키퍼를 뺀 명단에 든 필드플레이어들의 평균나이는 21.9세일 정도로 서울은 매우 어린 선수들로 제주전에 나서고 오스마르, 팔로세비치, 나상호 등 주전급 선수들은 아예 제주로 데려오지도 않았다.

경기전 만난 서울 박진섭 감독은 이런 라인업을 구성한 이유에 대해 "팀으로서나 개인 욕심은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선수들이 계속 짧은 경기일정을 소화해 상태가 더 안 좋아지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가 이런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2군급, 어린선수들로 제주 원정을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 실제로 박 감독은 “지속된 짧은 경기일정과 많은 부상자 속출의 여파가 오늘의 선택으로 나타났다. 다가오는 수원FC와 성남FC전에 모든걸 걸겠다”며 제주전은 많이 내려놨음을 시인했다.

사실 욕심을 내면 제주 원정에 이런 라인업을 안 끌고 올 수 있었다. 박주영-기성용-한찬희-조영욱 등 핵심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여전히 나상호, 팔로세비치, 오스마르 등 주전급 선수들이 있다. 하지만 박 감독은 당장 연패를 끊는 것 보다 팀에 피로도를 덜고 그동안 기회가 적었던 어린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며 분위기를 환기하는 것을 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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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박진섭 감독 스스로에게 매우 해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이날 경기를 역전패하며 서울은 무려 6연패를 당했고 박 감독의 입지는 매우 좁아졌다. 전임 최용수 감독도 리그에서 5연패를 당한뒤 그 여파를 이기지 못해 사임했고 박 감독 역시 이날 경기로 6연패, 리그에서는 5연패를 당했다.

그러나 박 감독은 경기전 “제 걱정은 안했다. 팀이 중요하고 선수들이 중요하다. 제가 어떻게 되든 중요한게 아니라 팀은 끝까지 해야하고 선수들은 5년 10년 더 뛰어야하는 선수들이다. 솔직히 제 욕심이라면 억지로 베스트멤버를 끌고 올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봤다”고 했다.

이날 경기에서 필드플레이어 평균 22세도 되지 않는 선수들은 비록 실력은 부족하지만 선제골도 넣고 거의 베스트멤버가 나온 홈팀 제주에 선방했다. 소위 졌지만 잘 싸운 경기였다. 박 감독 역시 경기 후 패했음에도 자신을 탓했지, 선수들에게는 박수를 보냈다.

서울은 이날 경기에서 어린선수들, 사실상 2군급을 내보내며 패배를 감내하기로 했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이를 통해 서울은 3월 A매치 휴식기를 거쳐 4월 3일 강원FC전 0-1 패배를 시작으로 FA컵 서울 이랜드전 포함 이날 경기까지 무려 6연패를 당했다. 안양 LG시절이던 1997~1998시즌 7연패 이후 지난해 5연패를 당한적은 있었어도 6연패까지 당한적은 없었다(FA컵 포함). 23년만에 6연패. 굴욕의 역사가 쓰인 것.

이처럼 구단 역사에 남을 굴욕적인 기록이 쓰일 수 있는 경기였음에도 박진섭 감독은 선택과 집중을 했다. 그리고 경기 후 매우 단호한 목소리로 “앞으로 있을 수원FC-성남FC전에 총력전을 펼치겠다. 모든걸 쏟아부을거다. 가능한 선수들 모두 넣을 것이다”라고 했다.

6연패를 당했지만 제주 원정에서 어린선수들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과 동시에 팀에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또한 주전급 선수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었다. 기성용도 주말에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사실상 경기를 던지면서 6연패까지 당한 마당에 더 볼 것도 없다. 서울은 정말 벼랑 끝에 왔고 배수의 진을 친채 25일 수원FC 원정경기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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