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서귀포=이재호 기자] 충격적이었다. 현장에서 경기 한시간전 배포되는 선발 라인업을 받아들었을 때 모두가 놀랐다. FC서울은 사실상 2군에서 낼만한 선발 라인업을 꺼내들었다. 교체 멤버도 대부분이 22세 이하의 선수들이었다.

박진섭 서울 감독은 “나의 거취에 대해 생각은 안했다. 서울은 계속되어야 한다. 욕심같아선 다 데려오고 싶었지만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지금은 이게 맞다”고 비장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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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은 21일 오후 7시 30분 제주도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1 11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 원정경기를 가진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발표된 라인업에 모두가 경악했다. FC서울은 선발라인업 뿐만 아니라 교체명단까지 대부분을 무명-어린선수들로 채웠다. 어떻게 보면 ‘경기를 포기한게 아니냐’는 소리가 나와도 할말이 없는 정도였다. FA컵도, ACL 먼나라 원정도 아니고 정규리그 경기에서 이런 선택은 모두가 놀랄만하다.

골키퍼 양한빈, 수비수 김원균, 황현수, 윤종규 정도는 주전급이지만 수비 이한범을 포함해 미드필더-공격 선수는 모두 생소한 이름들이다. 차오연, 백상훈, 권성윤, 강상희, 신재원, 홍준호가 선발이다.

후보명단에도 유상훈 골키퍼를 빼곤 조석영, 이태석, 김진성, 이인규, 정한민, 강성진으로 22세 이하 선수가 후보 7명중 5명이나 된다.

서울은 팔로세비치, 오스마르, 나상호 등 주전급 선수들을 대부분 서울에 두고 왔다. 아예 제주도에 오지도 않은 것.

경기전 기자회견에서 박진섭 서울 감독은 이런 파격적인 선택에 대해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고 왔다. 오늘 기회를 받는 선수들이 굴하지 않고 간절하게 뛰었으면 한다”며 “팀으로서나 개인 욕심은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선수들이 계속 경기를 치러와서 상태, 상황이 더 안 좋아지면 부상으로 이어질수도 있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가 결정을 했다”고 했다.

심지어 박 감독은 “지속된 짧은 경기일정과 많은 부상자 속출의 여파가 오늘의 선택으로 나타났다. 다가오는 수원FC와 성남FC전에 모든걸 걸겠다”고 했다.

“어디에 집중해야해나 했을 때 제주원정이 비행기를 타야해서 쉽지 않다. 주말 경기가 바로 있기도 해서 이런 선택을 했다. 이렇게 초점을 맞추는게 맞다고 봤다”고 말한 박 감독은 이날 경기에 나서는 어린선수들에게 강한 동기부여가 되는 말을 했다고 한다.

“선수들에게 이게 마지막 기회라고 분명히 했다. 간절히 뛰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상대보다 한두발 더 뛰었으면 한다. 이기고 지는것보다 팬들이 많이 얘기하는게 '간절한게 없다', '다른팀들보다 더 안뛰고 설렁설렁뛴다'고 하는데 오늘은 그런소리 안듣게 정말 간절하게 뛰어달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본인 거취에 대한 걱정은 안했는지 물었다. 이미 FA컵을 포함해 5연패인 상황에서 이날 경기에서도 패하면 박진섭 감독의 거취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제 걱정은 안했다. 팀이 중요하고 선수들이 중요하다. 제가 어떻게 되든 중요한게 아니라 팀은 끝까지 해야하고 선수들은 5년 10년 더 뛰어야하는 선수들이다. 솔직히 제 욕심이라면 억지로 베스트멤버를 끌고 올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봤다”며 자리를 떴다.

경기전 만난 상대팀 제주 유나이티드 남기일 감독 역시 서울의 라인업에 대해 "짐작은 했지만 이정도일줄 몰랐다. 솔직히 놀랐다"며 파격적인 서울의 라인업에 놀라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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