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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한국나이로 서른 하나, 한달 뒤면 딱 만 30세가 된다. 그리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2014년 K리그에 데뷔한 8년차.

모두가 몰랐다. 그가 골을 넣었을 때 익숙한 이름이 골을 넣다보니 그 의미를 단번에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서른이 넘어 데뷔 8년만에 넣은 감격의 K리그 첫골이었다.

“가족들 앞에서 골을 넣어 정말 기쁘다”며 웃는 안양FC 부주장 백동규의 사연을 들어본다.

  • ⓒ프로축구연맹
백동규는 지난 18일 경기도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1 7라운드 충남 아산과의 홈경기에서 후반 9분 주현우의 프리킥을 문전에서 헤딩골로 연결했다. 안양이 2-1로 승리했고 결국 이 득점은 경기 결승골이 돼 팀의 3연승을 이끌었다.

백동규는 스포츠한국의 통화에서 골 상황에 대해 “경기전 라커룸 미팅 때 칠판에 공격 세트피스 위치가 적혀있는데 그날따라 역할이 ‘3번’이었다. 원래 1,2번에 많이 서는데 그날따라 3번이길래 왜인가 했다. 그런데 정말 ‘3번’ 역할을 맡은 저에게 공이 정확하게 왔고 헤딩골을 넣었다”며 활짝 웃었다.

“경기 후 세트피스 지시를 한 유병훈 수석코치님이 ‘나 때문에 한 골 넣었어’라고 하는데 정말 감사하더라. 알고보니 신장이 좋은 외국인 선수들에게 1,2번 역할을 맡기고 제가 3번으로 바꿨고 키커였던 주현우 형에게도 코치님이 ‘3번을 노려라’라고 말씀하셨다더라. 아무래도 1,2번 선수들에게 신장이 좋은 수비수가 붙으니 역으로 3번인 저를 타겟으로 삼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아대를 졸업하고 2014년 안양을 통해 프로에 데뷔한 백동규는 8년간의 프로 경력을 통해 K리그 팬들에게는 ‘단단한 수비수’라는 인식이 박혀있다. 경력이 어떻길래많은 팬들이 백동규의 이번 득점이 ‘K리그 첫골’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일까.

“사실 '은퇴할 때까지 한 골도 못 넣고 은퇴하는거 아닌가'하는 생각도 했었다”며 웃은 백동규는 “FA컵에서는 3골 정도 넣었던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유독 K리그에서는 득점이 안나오더라. 골대만 엄청 맞췄다. 경기 후 감독님께서도 ‘왜 이제야 골을 넣었냐’고 하시길래 ‘감독님 밑에서 넣으려고 안 넣었나보다’고 답했다”며 재치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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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 집인 백동규는 가족들과 떨어져 생활 중이다. 하지만 마침 이날 경기는 아내와 아이들이 경기장을 찾았고 그 경기에서 백동규는 K리그 첫 골을 넣었다.

그는 “정말 얼떨떨했다. 사실 골을 넣으면 아이들을 위한 세리머니를 준비했었다. 양손 엄지 손가락을 펼쳐 엄지손가락을 첫째, 둘째 아들을 뜻하는 세리머니를 하고 싶었는데 하필 골 넣은 곳 반대편에 가족들이 있어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제대로 세리머니를 못하니 동료들이 ‘세리머니 처음 해보냐’며 놀리더라”라고 했다.

지난달 부진했던 안양은 최근 3연승을 내달리며 단숨에 중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갔다. 백동규는 “임대이적생 신분인데 최근 퇴장까지 당해 구단에 미안했다. 그동안 선수들이 잘해줘서 다행이었는데 오히려 제가 들어가서 잘 나가는 분위기를 망칠까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팀 승리에 보탬이 되어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었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임대 이적해온 선수지만 안양의 이우형 감독은 백동규에게 부주장을 맡길 정도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제가 나이도 있고 하다보니 훈련할때도 가장 앞에 서서 하려고 한다. 그리고 가장 먼저 훈련장을 나와 모범을 보이려고 한다. 솔직히 임대이적생이 너무 나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제가 먼저 솔선수범해야 다른 선수들도 진심으로 따라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기장에서든 훈련장에서든 쓴소리를 많이 하고 있다. 전 선배들 동료들, 후배든 똑같이 다그치고 팀분위기를 끌어올리려고 한다. 주장인 주현우 형이 혼자 모든 걸 할 수 없으니 같이 이끌어나가려 한다.”

서른이 되서야 K리그 첫 골을 신고한 백동규. 자신이 프로생활을 시작한 안양으로 돌아와 골까지 신고한 백동규의 2021시즌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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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21/04/20 05:57:50   수정시간 : 2021/04/20 09:5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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