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장하던 한 팬이 관중석으로 던진 쓰레기통(노란색 원). 갑작스런 굉음에 깜짝 놀란 관중들이 쓰레기통이 떨어진 곳을 쳐다보고 있다 (사진=윤승재 기자)
[스포츠한국 상암=윤승재 기자] 서울 월드컵경기장이 탄식과 야유로 가득찼다. 그리고 경기 후에는 큰 충격음과 함께 파란색 쓰레기통이 관중석을 나뒹굴었다. 육성응원이 금지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K리그1(1부리그) FC 서울은 14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2(2부리그) 서울 이랜드 FC와의 2021 하나은행 FA컵 3라운드 경기에서 0-1로 패했다. 역사적인 첫 서울더비에서 지역 라이벌 이랜드에 패하며 고개를 숙인 FC서울이다.

이날 서울은 무기력 그자체였다. 생소했던 쓰리백을 들고 나왔지만 효과적이지 못했다. 주전 대부분이 부상으로 나오지 못했고, 경기 중 부상 선수까지 나오는 운도 없었지만 우선 전술이 효과적이지 못했다.

FC 서울은 오히려 서울 이랜드에 주도권을 내주며 끌려다녔고, 유기적인 플레이는 나오지 않았다. 공격의 숫자는 너무나도 적었다. 후반전 분위기 반전을 위해 수비수 홍준호를 최전방으로 올렸으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후반 38분 레안드로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고개를 숙였다.

경기 종료 시간이 다가오자 상암 월드컵경기장은 탄식과 야유의 소리로 가득찼다. 육성응원이 금지돼 있었지만 서울의 답답한 경기력에 팬들은 탄식을 감출 수 없었다. 몇몇 좋은 찬스에 선수들의 늦은 판단으로 기회가 무산되자 탄성이 여기저기서 나왔고, 후반 추가시간엔 이랜드 진영에서 파울 판정이 나오지 않자 야유 소리도 흘러나왔다.

(사진=윤승재 기자)
그리고 그렇게 경기가 종료되자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순간 야유 소리로 가득했다. 서울의 답답한 경기력과 심판을 향한 야유의 목소리였다. FC 서울 선수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그라운드 위에 서있다가 팬들에게 인사를 건넨 뒤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이 때 경기장 북쪽 스탠드 응원석 쪽에서 '쾅'하는 소리가 경기장을 울려퍼졌다. 퇴장하던 관중 중 한 명이 파란색 쓰레기통을 발로 차 쓰레기통이 관중석 방향으로 떨어지면서 난 소리였다. 다행히 관중들이 조금 빠져나간 뒤였고 쓰레기통이 떨어진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위험천만한 장면이었다.

응원하던 팀이 경기에 패해 분노한 것은 이해한다. 탄식과 야유 역시 답답함에 자동으로 나올 수 있는 반응이다. 하지만 쓰레기통 투척은 너무나도 몰상식한 행동이었다. 사상 첫 서울 더비라는 역사적인 순간에 오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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