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상암=윤승재 기자] “이제야 팬분들 앞에서 좋은 활약을 했네요.”

기성용이 한국 무대에 복귀한지 약 9개월 만에 홈 팬들 앞에 섰다. 그리고 기성용은 그 팬들 앞에서 환상적인 도움을 기록하며 팬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기성용은 지난 7일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1 2라운드 경기에 선발 출전, 약 70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비며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이날 상암을 방문한 4100명의 관중들은 기성용이 공을 잡을 때마다 탄성을 터트렸다. 육성 응원이 금지돼 있긴 하지만, 기성용의 수준급 플레이에 감탄을 금치 못하는 반응이었다. 기성용의 중원 조율과 탈압박, 넓은 시야의 날카로운 패스까지, 팬들은 기성용 플레이 하나하나에 탄성을 내질렀다.

특히 두 번째 골 어시스트 장면이 하이라이트였다. 후반 5분 수비 라인까지 내려앉아있던 기성용이 빠르고 강한, 레이저 같이 날카로운 전방 롱패스로 나상호의 골을 돕자 직관팬들은 엄청난 탄성과 함께 기립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 어시스트는 기성용의 한국 복귀 9개월 만에 나온 첫 도움이자, 11년 만에 홈팬들 앞에서 올린 첫 공격포인트였다.

지난해 여름 서울로 돌아온 기성용이지만, 홈팬들 앞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정확히는 그럴 기회조차도 많이 없었다. 부상 재활 중인 그는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을뿐더러, 코로나19로 인해 관중들이 들어오지 못해 홈팬 앞에 설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기성용은 새 시즌 홈 개막전에서, 그리고 그리던 홈팬들 앞에서 인상깊은 활약을 펼치며 기립박수를 받았다.

경기 후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팬분들 앞에서 경기해 설ㄹㅔㅆ다”는 기성용은 “작년엔 부상으로 팬들앞에 서지 못해서 아쉬웠다. 오랜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와서 팬들에게 좋은 축구를 보여주고 싶었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죄송했다”라면서 “오늘 처음으로 팬들의 박수소리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하고 행복했다”라며 팬들 앞에 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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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성용은 몸도 정신적으로도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동계 훈련 막판에 느낀 허벅지 통증으로 전북과의 1라운드 경기를 제대로 치러내지 못했고, 이번 홈 개막전에서도 박진섭 감독이 “(통증이)악화될 우려도 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100% 컨디션은 아니었다. 또 최근 초등학교 시절 성폭력 의혹 진실공방에 휘말린 기성용으로선 정신적으로 온전하게 경기를 치를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성용은 의연했다. 이날 풀타임을 소화하지는 못했지만, 70분 동안 자신이 가진 기량을 모두 보여줬고, 결과적으로는 환상적인 어시스트와 팀 승리까지 이끌어내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기성용은 “동계훈련 때 만족했던 몸 상태까지는 아니지만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어느 정도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몸 상태다”라면서 “아무래도 90분 경기를 뛴지 오래되기도 했다. 하지만 부상을 악화시키기 보단 차근차근 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크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최근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선 “그 누구보다도 진실을 밝히고 싶은 마음이 크다. 법적으로 책임을 물기 위해 준비를 하도록 변호사를 선임했다"라면서도 ”축구 인생에 있어서 앞으로 많은 경기를 치를텐데, 오늘 경기에서 보셨듯이 경기력에 전혀 무리가 없다“라며 의연한 반응을 내비치기도 했다.

아직 100% 컨디션이 아니라는 기성용은 앞으로 더 무서워질 전망이다. 기성용은 “나도 내가 생각하기에 100% 컨디션은 아닌 것 같다. 지금 오스마르, 팔로세비치와의 호흡에는 전혀 걱정이 없고, 컨디션이 돌아온다면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것이다”라면서 앞으로의 활약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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