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성남=이재호 기자] 두달여 만에 다시 K리그에 관중입장이 허용됐다. 강등 위기에 놓인 성남FC 팬들에겐 경기장을 찾는 것은 단순히 경기를 보러오는게 아니었다. 바로 이 기회를 통해 직접적으로 선수들과 구단에게 부진한 성적과 납득되지 않는 운영에 대한 ‘항의’를 할 기회였다.

성남FC의 홈구장 탄천종합운동장에는 무려 15개의 항의걸개가 걸렸다.

성남은 17일 경기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25라운드 FC서울과의 홈경기에서 0-1로 패했다.

서울은 후반 35분 오른쪽에서 김진야의 페널티박스 안으로의 패스를 조영욱이 잡아놓고 오른발로 때린 슈팅이 성남 골문을 가르며 승리해 승점 28점으로 잔여 2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K리그1 잔류를 확정했다.

반면 성남은 이날 패배로 승점 22에 머물러 최하위인 인천 유나이티드의 승점 21에게 달아나지 못했다. 앞으로 2경기 남은 리그 일정에서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승격한지 2시즌만에 다시 강등 위기에 놓였으니 팬들 입장에서는 분노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초보 감독인 김남일 감독의 시즌 초반 반짝(이달의 감독상) 이후 끊임없이 추락하는 것은 물론 이재하 사장으로 대표되는 프런트에 대한 불만 역시 크다.

마침 이날 경기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하향으로 관중입장이 가능했고 성남 팬들은 기다렸다는 듯 경기장을 찾아 항의했다. 경기를 하기도 전에 10개에 가까운 항의 걸개가 양쪽 골대 뒤쪽을 장식했다.

그리고 성남이 끝내 경기에서 패하자 팬들은 더 준비해온 항의 걸개를 펼쳤다. 그 내용은 ‘무능한 프런트 OUT’, ‘너희는 나가면 그만, 남는건 팬들뿐’, ‘진짜 빠따칠사람 따로있네’, ‘강등이 코앞인데 아직도 남일이냐’, ‘리그 홈경기 1승, 누가 홈주인인가’, ‘포기하는순간 곧 강등이다’, ‘161120 치욕의 역사를 반복하지말자’, ‘못본다고 안보는게 아니다’, ‘포기마 할 수 있어’, ‘너와 나의 역사에 다시 강등을 새기지마라’, ‘너네가 받은 퇴장이 1부의 퇴장이 아니길’, ‘부탁이다 제발 잔류하자’ 등 15개 이상이었다.

마치 팀이 질걸 알았던 듯, 행여 팀이 이겨도 작정하고 항의를 할 생각으로 수많은 항의 걸개를 준비한 성남 팬들이다. 내용의 타당성 등을 떠나 현재 팬들이 성남 구단과 선수단 등에 얼마나 분노하고 잔류를 간절히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두달여만에 재개된 유관중은 팬들에게 오랜만에 ‘직관’의 즐거움을 즐길 기회다. 하지만 성남팬들은 ‘직관’의 즐거움 보다는 추락하는 구단을 향해 목소리를 내고 직접적으로 항의하는 기회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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