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02 한일월드컵의 영웅 이천수가 고향팀이자 선수생활 마지막을 함께한 인천 유나이티드의 전력강화실장으로 한시즌을 보냈다.

인천은 시즌 초 콩푸엉 영입 효과부터 시즌 중 감독 교체와 김호남-남준재 트레이드로 인한 구설수, 그리고 시즌 막판 유상철 감독의 투병 소식과 감동적인 K리그1 잔류까지 K리그 어느 구단보다 다사다난했다.

이천수 실장과 24일 인천 유나이티드 사무국 내 전력강화실장실에서 만나 행정직으로 K리그 한시즌을 보낸 소회와 남준재-김호남 트레이드 비화, 유상철 감독과의 일화 등에 대해 들어봤다.

‘전력강화실장’ 이천수식 협상법 “고민은 신중히, 영입은 하루안에”[스한 인터뷰①]
“김호남 트레이드때 엄청난 비난…” 이천수는 믿었다[스한 인터뷰②]
‘투병’ 유상철 감독 옆에 냉철한 ‘냉철하지 못한’ 이천수[스한 인터뷰③]

전력강화실장으로 무난히 적응해나가는가 했던 지난 7월. 인천은 한국축구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화제의 중심에 섰다. 바로 인천의 주장이었던 남준재와 제주의 핵심선수 김호남이 1대1 트레이드가 된 것.

인천 팬들에게 신임이 컸던 남준재가 떠나자 팬들은 크게 반발했다. 그리고 이적 과정에서 남준재가 먼저 원한 이적이었는지, 아니면 선수의 동의없이 이뤄진 이적인지에 대해 갑론을박의 진실 공방까지 이어졌다.

결국 인천은 긴급하게 팬 간담회까지 할 정도로 여론이 좋지 못했다. 이천수 실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유상철 감독님도 많이 힘들어하셨다. 솔직히 간담회가 진행되는 동안 머리가 삥 돌며 어지러웠다. 충격이 심했나보다”라며 “저는 원칙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저희는 항상 팬들이 원하고 응원하는 것에 보답하기 위해 선수를 영입하고 내보낸다. 제주도, 우리도 모두 원했다. 코칭스태프와 전력강화실 모두 No가 없던 트레이드였다. 누가 더 나은지가 아니라 우리팀에 더 맞는 선수는 김호남이라 봤다. 당연히 이런 생각으로 진행한 딜이었는데 팬들의 반발에 간담회까지 하게 되어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당시 간담회에서 유상철 감독은 “더 이상 하면 남준재가 힘들어 할 수 있다. 깨끗한 구단을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완곡하게 멈춰달라는 얘기였다.

이천수 실장 역시 “저 역시 간담회를 하겠다고 한건 떳떳했기 때문이다. 제가 고향팀에 와서 팬들이 더 웃으며 응원할 수 있는 팀, 승리하는 팀을 만들기 위해 많이 노력했는데 그걸 알아달라는건 아니지만 서운했다. 잘못한게 없다고 봤기에 간담회를 하겠다고 했다. 물론 힘든 자리였지만 그 자리 이후 팬들이 진심을 알아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남준재는 제주로 이적하자마자 데뷔전 데뷔골을 넣었지만 김호남은 인천에 와서 그러지 못했다. 더 큰 비난이 오갔지만 이 실장은 김호남을 믿었다.

“김호남은 분명 좋은 활약을 할거고 기다림이 필요한 시기라고 봤다. 김호남에게 믿음을 줬고 그 선수가 가진 성실성과 소속팀에 대한 애착은 분명 팀에 도움이 될거라 봤다. 미래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선수시절 경험과 선수로 김호남에게 느끼는 게 있었다”며 “결국 김호남은 지금 인천의 간판스타며 가장 사랑받는 선수로 잔류 일등공신이 됐다. 김호남-남준재 트레이드에서 가장 중요했던건 ‘김호남’이기 때문에 했다는 것이다. 김호남이 아니었으면 하지 않았을 트레이드일 정도로 김호남은 좋은 선수였다”고 강조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이 실장은 다시 한 번 “김호남 트레이드처럼 결과가 좋아서 얘기하는 게 아니다. 지도부와 현장 모두가 동의하지만 팬들은 다소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도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할 것이다. 당장은 비난받을 수 있지만 훗날 그 진심은 통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다행히 이천수 실장에 대해 인천 팬들 역시 믿음을 가져주고 박수를 보내주시기도 하기에 신념을 가지고 인천과 함께 나아갈 수 있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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