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02 한일월드컵의 영웅 이천수가 고향팀이자 선수생활 마지막을 함께한 인천 유나이티드의 전력강화실장으로 한시즌을 보냈다.

인천은 시즌 초 콩푸엉 영입 효과부터 시즌 중 감독 교체와 김호남-남준재 트레이드로 인한 구설수, 그리고 시즌 막판 유상철 감독의 투병 소식과 감동적인 K리그1 잔류까지 K리그 어느 구단보다 다사다난했다.

이천수 실장과 24일 인천 유나이티드 사무국 내 전력강화실장실에서 만나 행정직으로 K리그 한시즌을 보낸 소회와 남준재-김호남 트레이드 비화, 유상철 감독과의 일화 등에 대해 들어봤다.

‘전력강화실장’ 이천수식 협상법 “고민은 신중히, 영입은 하루안에”[스한 인터뷰①]
“김호남 트레이드 때 엄청난 비난…” 이천수는 믿었다[스한 인터뷰②]
‘투병’ 유상철 감독 옆에 냉철한 ‘냉철하지 못한’ 이천수[스한 인터뷰③]

▶이천수식 협상법은?

이천수 전력강화실장은 선수를 영입하고 감독을 선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자연스레 이 실장 부임 직후 선수단 개편은 물론 안데르센 감독 사임과 유상철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은 모두 이 실장의 손을 거쳤다.

극적인 잔류에 성공한 인천에서 행정가로 1년을 보낸 이천수에게 선수영입 철학에 대해 물었다.

인천으로 이적한 선수들은 하나같이 ‘이천수 실장과의 얘기를 통해 이적을 결정했다’고 말한다.

이천수식 협상 방법이 무엇인지를 묻자 그는 가장 먼저 “제가 운동을 했던 사람이기에 다른 프런트보다 더 선수들의 마음을 잘 안다고 본다. 그래서 영입하고 싶은 선수를 만나거나, 혹은 전화를 통해 얘기를 먼저 한다. 마음을 사는 게 먼저다”라며 “실제로 2019시즌을 앞두고 영입된 선수 몇몇은 기업구단에서 더 많은 돈을 불렀지만 인천을 택했다. 그건 그 선수들의 마음을 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자평했다.

조금 더 자세히 선수 영입 방법을 묻자 “제가 어떻게 그 선수를 봐왔고 그 선수가 앞으로 어떻게 하면 국가대표도 하고 해외도 갈 수 있는지 보완해야할 부분을 먼저 얘기해준다. 그리고 우리팀에서 원하는 인재는 이런 선수고 미래에는 어떤 팀이 되려는걸 설명한다”며 “요즘 선수들은 돈만 보지 않는다. 철학을 보고 움직이는 선수들도 있다. 심지어 저에게 ‘저를 왜 데려가시려고 하는거죠?’라고 묻는 선수도 있었다. 제 설명을 다듣고 ‘제가 바로 그런 선수입니다’라고 말해 이적을 해준 선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저의 조언을 듣고 ‘인천에 오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준 것 같다. 실제로 우리팀에 와서 그렇게 선수가 성장했으면 하는 마음에 말해준다”고 했다. 아무래도 이천수라는 한국축구사에 남을 선수가 후배들에게 진심으로 충고하고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오직 이천수이기에 가능한 협상방식이기도 하다.

“물론 모든 선수를 그렇게 해서 데려올수는 없다. 어떤 선수는 그럼에도 ‘지금 있는 팀에서 경쟁해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도 선수여서 그런 마음을 알기에 더 붙잡지 않는다. 대신에 그럼에도 그 선수가 어떻게 해야 더 나은 선수가 될지 얘기해준다. 언젠가 인천 선수가 될 수도 있고 또 진심으로 축구 후배로 더 나아졌으면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천수 실장은 지난 1월 초 전력강화실장으로 부임했다. 이미 12월에 선수 영입의 반 이상을 마친 팀도 있기에 부임 시기는 매우 늦었다. 그럼에도 부임하자마자 지체없이 곧바로 허용준, 양준아, 이재성, 문창진 등 알짜배기 선수들을 영입했다.

속전속결 영입의 비결에 대해 그는 “일단 영입 선수를 검토하고 리스트에 올리는 건 프런트 모두가 협심하고 토의해서 심사숙고한다. 그 기간이 조금 걸렸다”면서 “하지만 영입 협상을 할때는 하루안에, 즉 24시간안에 하자는 철학을 갖고 있다”고 했다.

왜 24시간인지를 묻자 “지금 선택을 안하는 선수는 어차피 나중에도 선택을 안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선수 시절에 그랬었다. 제가 A팀을 지금은 가기 싫은데 나중에 가고 싶은 경우는 없었다”며 “제가 잠을 안자더라도 24시간안에 선수와 에이전트가 선택을 하게 한다. 에이전트들도 저와 일하면 편하다고 한다. 결정을 빨리 내려주니까. 결국 시간이 가면 돈만 늘어난다. 냉정하게 인천이 기업구단과 시간싸움을 하면 불리하다. 하지만 시간을 주지 않는다면 이길 확률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인천에서 선수로 뛰었던 이천수의 모습. 프로축구연맹 제공
“결국 영입전까지는 수없이 분석하고 의견을 나눠도 영입하겠다고 마음먹으면 하루안에 협상을 마무리지어 속도전으로 승부한다”며 이천수식 협상법에 대해 말했다.

아쉬움도 토로했다. 이 실장은 “시즌전 선수 영입을 하며 꾸린 베스트11이 있다. 실제로 영입이 잘됐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이정도로 부상이 많을줄 몰랐다”며 “제가 선수시절에 그렇게 부상이 많은 선수가 아니여서 다소 과신했다. 백업선수마저 부상을 당하면서 제가 생각했던 베스트11을 시즌 중에 단 한번도 가동한적이 없을 정도”라며 아쉬워했다.

▶잔류 확정되고 기념사진 찍고 바로 다음시즌 고민

은퇴 후 해설, 예능 출연 등 방송활동을 하다 처음으로 행정직을 맡은 이 실장은 “솔직히 처음엔 여기서 왕따였다. 결제하는 법도 모르고, 어떻게 문서를 다루는지도 몰랐다”며 “내가 먼저 다가가야했다. 방송하면서 창피함을 무릅쓰고 나가는 법을 배웠다. 먼저 직원들에게 다가가 물어봤다. 모르는 걸 배우는 건 창피한 게 아니라고 봤다. 그래도 내가 평생을 해온 ‘축구’ 일이니까 자신있었다”며 첫 출근날인 2019년 1월 7일을 회상했다.

전력강화실장은 한국에선 아직 익숙하지 않은 지위다. 일본에는 전력강화부나 유럽에서는 디렉터 혹은 테크니컬 디렉터의 역할인 이 자리는 감독-선수 영입은 물론 팀의 색깔을 정하고 시스템을 다지는 역할이다.

이 실장도 “어떤 선수를 쓰는지는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하지만 어떤 선수가 뛰지 못할 때는 왜 못뛰는지 분석하고 그 선수가 감독의 전술에 맞을 수 있게 도우는 것도 제 역할이다”라며 “어떤 축구를 할지 정하고 그에 맞는 축구를 구현할 감독-선수를 데려오고 팀의 기반과 시스템을 만드는 역할 속에 1년을 보냈다. 냉정하게 감독-선수, 그리고 저 역시 출입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시스템은 출입이 없다. 그 시스템과 토대를 세우는게 나의 역할”이라고 정의했다.

11월 30일 경남FC와의 원정경기에서 무승부를 통해 K리그1 잔류가 확정된 날, 이천수 실장은 “매우 좋았다.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선수단과 기념사진을 찍고 환호할때까지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경기장을 빠져나온 직후부터 고민의 시작이었다. 이제 내년시즌을 어떻게 꾸릴지 고민말이다”라며 결코 가볍지 않은 직책에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솔직히 방송할 때가 생활은 편했다. 지금은 집에 가져가서도 문서를 보고 고민한다. 선수때도 안 이랬다”며 “그래도 즐겁다. 살아있음을 느낀다. 축구 일이 즐겁다”고 웃는 이천수 실장이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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