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구단 수뇌부 반대로 이적 지지부진
팀 잔류 시 지난 시즌처럼 '전력 외' 가능성
백승호는 외국인 보유 규정에 미등록 위기

ⓒ발렌시아CF
[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유럽축구 이적시장의 마감일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새 시즌을 앞두고 거취가 여전히 불투명한 이강인(18·발렌시아CF)과 백승호(21·지로나FC)의 속도 점점 타들어가고 있다.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를 포함한 유럽축구 이적시장은 내달 2일 막을 내린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만 리그 규정에 따라 일찍 이적시장을 마감했을 뿐, 나머지 리그들은 여전히 이적시장이 열려 있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유럽 리그는 대부분 막을 올렸다. 이강인과 백승호가 속한 각각 스페인 1, 2부도 개막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새로운 팀에 새 둥지를 틀거나, 새 시즌 팀내 경쟁에 불을 붙일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강인도, 백승호도 애가 끓는 상황에 놓여있다. 새 시즌에 대한 전망을 밝게 비추기보다는, 불안한 팀내 입지와 여전히 불투명한 거취가 맞물려 있는 까닭이다.

이강인의 경우 프로계약 직후 사실상 ‘전력 외’로 밀렸던 지난 시즌의 재현이 될 위기에 몰렸다. 4-4-2 전형을 고수하는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이 여전히 지휘봉을 잡고 있는 가운데, 선수단 구성 역시도 지난 시즌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강인은 팀내에서 측면 미드필더로 분류되고 있다. 곤살루 게드스와 카를로스 솔레르, 데니스 체리세프, 페란 토레스가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팀에 포진해 있다. 두 자리를 놓고 이강인보다 경쟁에서 앞선 선수가 네 명이나 되는 셈이다.

자연스레 이강인의 이적은 이적시장 내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 마침 U-20 월드컵에서의 맹활약(골든볼) 덕분에 이강인의 재능을 향한 관심도 더욱 뜨거웠던 상황.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팀인 아약스(네덜란드)나 레반테, 그라나다(이상 스페인) 등 구체적인 팀 이름도 거론됐다.

다만 발렌시아가 걸어놓은 8000만 유로(약 1073억원)의 바이아웃(이적허용금액) 조항은 웬만한 팀들에겐 비현실적인 액수였다. 발렌시아는 오직 ‘임대이적’만을 원했고, 여기에 최소경기 출전 조항수를 포함시키면서 협상이 좀처럼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여기에 최근엔 피터 림 구단주가 이강인의 이적을 막아섰다. 아시아 시장 마케팅을 위해 이강인이 발렌시아에 남아 출전시간을 보장받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출전 등의 권한은 감독에게 있고, 마르셀리노 감독의 성향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 최악의 경우 이강인은 팀에 남아 지난 시즌 겪었던 부침을 또 다시 겪을 수도 있는 셈이다.

ⓒ지로나FC
백승호의 상황도 복잡한 것은 마찬가지다. 소속팀이 2부리그로 강등되면서 마주한 ‘새로운 규정’ 때문이다. 지로나가 비유럽선수를 보유할 수 있는 수는 3명에서 2명으로 줄어들었는데, 백승호가 2명에 포함될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트랜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현재 지로나의 비유럽선수는 온두라스의 안토니 로사노와 세네갈의 파페 디아만카, 백승호다. 요한 모이카는 스페인 이중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로사노와 디아만카는 스포르팅 히혼과의 개막전에 출전했다. 백승호만 빠졌다.

디아만카의 경우 스페인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미드필더이고, 당초 이적이 유력했던 로사노마저 팀에 잔류한다면 백승호의 설 자리도 애매해진다. 자칫 선수단에 등록되지 못한 채 급하게 새로운 팀을 찾아나서야 할 수도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적시장이 막바지로 향하는 만큼 대부분의 팀들이 새 시즌에 대비한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는 단계라는 점. 지로나에 잔류하든, 다른 팀으로 이적하든 시즌 초반 부침은 불가피할 수 있다. 이강인만큼이나 꾸준한 출전이 중요한 시기라는 점에서, 백승호의 속도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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